화학연-대덕넷, 25일 '짜고치는 과학해설 : 마리 퀴리' 개최
"위대한 발견에 책임지는 진정한 과학자"···과학의 양면성도 부각

25일 '짜고치는 과학해설 : 마리 퀴리'가 개최됐다. 올해 첫 짜고치는 과학해설에 참여자들은 환호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25일 '짜고치는 과학해설 : 마리 퀴리'가 개최됐다. 올해 첫 짜고치는 과학해설에 참여자들은 환호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인물은 누구일까요?"

사회자의 질문에 영화관에 앉아 있는 관객들이 저마다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는 듯한 자신 있는 모습이다.  

전 세계에서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다섯 명의 과학자 중 한 명이면서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 여성 과학자로서 무수히 많은 최초의 길을 개척한 인물로, 우리에게 '퀴리 부인'으로 잘 알려진 '마리 퀴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5일 저녁 대전 롯데시네마 센트럴점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짜고치는 과학해설(이하 짜과해)'이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개최되지 못하다가 철저한 방역수칙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오프라인 짜과해를 개최했다.  

한국화학연구원과 대덕넷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이정오 화학연 박사가 해설자로 나서 과학자가 바라본 퀴리 부인의 연구를 관객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다. 최근 개봉한 마리 퀴리는 퀴리 부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의 일대기를 재현한 영화다.

관객들은 영화와 해설에 앞서 퀴리 부인 관련 과학퀴즈를 풀고 이 박사의 해설에 귀기울이며 다시 한 번 퀴리 부인의 과학에 대한 열정에 감동했다. 

짜과해에 참석한 한 초등학생은 "퀴리 부인이 두 번이나 노벨상을 받은 줄 몰랐다. 해설을 듣고 영화를 보니 이해가 쏙쏙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는 "올해 코로나로 짜고치는 과학해설을 보지 못하나 했는데 이렇게 좋은 영화와 해설로 다시 만나볼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 "행사가 종종 열리고 온라인으로도 만나볼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남다른 과학 열정으로 '여성 최초 노벨상'

마리 퀴리의 과학에 대한 열정은 실로 남달랐다. 그는 뛰어난 연구 실적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성격 때문에 연구실에서 쫓겨났지만, 평소 그의 연구를 눈여겨본 '피에르 퀴리'를 만나며 연구에 날개를 달게 된다. 

마리는 독일 은광에서 발견된 검은색 광물인 '피치블렌드'에 주목했다. 당시 광부들에게 은이 아닌 이 광물은 골칫덩어리로 여겨지며 '재수없는(Pech)'과 '광물(Blende)'의 합성어인 피치블렌드라고 불리게 됐다. 현재 학명은 '우라니나이트(Uraninite)'다. 
 

이정오 화학연 박사가 마리 퀴리 과학해설에 나섰다. 이 박사는 마리의 일대기를 따라 그의 업적과 연구를 소개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이정오 화학연 박사가 마리 퀴리 과학해설에 나섰다. 이 박사는 마리의 일대기를 따라 그의 업적과 연구를 소개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이정오 박사는 "마리는 피치블렌드라는 광물에서 우라늄을 얻는 도중 일반적인 우라늄과는 다른 원소가 존재함을 직감했다"면서 "실험을 하던 중 피에르와의 공동연구를 제안받으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해 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퀴리는 피에르와 함께 새로운 원소 발견을 위해 4년간 4t의 광물, 40t의 용액, 400t의 물을 사용했다. 잘게 부순 피치블렌드를 산성과 알칼리성 용액을 섞어가며 추출한 단순 분리공정이었지만 당시 방사능은 에너지보존 법칙에 위배되는 현상이었기 때문에 해당 공로를 인정받아 피에르와 함께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 박사는 "처음 노벨 후보로 피에르의 이름만 올라갔지만 피에르가 아내 마리와 함께 받겠다고 주장한 덕분에 여성 최초로 노벨 수상자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정학자였던 피에르는 '상한전위계'라는 기구로 압전 특성을 갖는 수정을 이용해 방사능에 의한 전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현대의 방사능은 '가이거 계수기'로 측정할 수 있는데 당시 퀴리 부부는 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했지만 후에 그들의 딸 이렌 퀴리가 인공방사능을 측정할 때는 가이거 계수기를 사용했다"면서 "그녀의 딸 역시 남편과 함께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퀴리 부인의 가족은 총 5명이 6번의 노벨상을 수상할 만큼 대단한 과학자 집안이었다"고 말했다. 

퀴리 부부가 발견한 라듐은 어두운 곳에서 푸른 빛을 발산하며 초창기 야광도료로 사용되며 시계 바늘, 치약, 초콜릿, 화장품 등 거의 대부분의 물건에 활용될 정도로 당시 대유행을 이끌었다.

이 박사는 "당시 라듐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없을 정도로 '핫'한 아이템이었다"면서 "또 세포를 괴멸하는 특성을 보이면서 의학 분야에서 최초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라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궤양, 종양 등이 발생하는 환자들이 생기기 시작해 그 위험성이 알려지며 시장에서 사장되어 갔다.
 

이 박사가 설명에 참여자들은 마리 퀴리의 열정에 감동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이 박사가 설명에 참여자들은 마리 퀴리의 열정에 감동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이 박사는 "세기의 발견은 사용 목적에 따라 나쁜용도로 쓰일 수도 있고 좋은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면서 "방사능은 원자폭탄과 같은 나쁜 용도로도 활용됐지만 암치료, 영상의학, 문화재보존, 식물 품종개량 등 인간에게 이로운 용도로도 잘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마리는 이렌 퀴리와 방사선을 활용한 X-ray 장비를 실은 '리틀 퀴리'로 세계 1차 대전에서 100만 명 이상의 부상병을 촬영해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박사는 "마리 퀴리는 당시 방사선에 대한 안전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연구를 이어갔기 때문에 방사능에 지속적인 노출로 건강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면서 "위대한 과학자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방사능의 위험성을 알게 됐고 이로 인해 많은 관련 연구들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과학해설을 듣고 영화 속 내용을 깊이 이해하며, 과학을 위해 인생을 바친 퀴리의 열정에 감동했다. 한편 화학연과 대덕넷은 마리 퀴리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한 번 영화해설 영상을 제작해 12월중 각 유튜브 채널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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