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혁신 포럼 진행···9개 대학병원, 협업 MOU 체결
"한국, 그간 의료기관 협업 없었다···임상·진료 경험 강점될 것"
보스턴·샌프란시스코, 세계 VC 투자율 50% 소유···"유치 필수"

美 바이오 전문 언론 GEN 선정 5년 연속 1위 바이오단지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클러스터 내 위치한 약 1000여개 기업은 7만4000개 이상의 일자리와 2조 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 비결을 '산·학·연·병 연계'라 보고 있다. 하버드와 MIT(매사추세츠공과대) 등 세계적 대학과 바이오기업이 메사추세츠종합병원과 같은 대형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자생적 생태계를 이루었다는 평이다.

보스턴과 같이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첫발이 대전을 포함한 중부권 중심으로 떼졌다. 지난 25일 '바이오헬스 리더스 혁신 포럼'이 방역수칙 준수 하에 대전에서 열렸다. 이날 중부권 9개 대학병원(가톨릭대성모병원·건양대병원·단국대병원·선병원·세종충남대병원·순천향대병원·을지대병원·충남대병원·충북대병원)이 클러스터 구축에 의기투합했다. 대전 산·학·연·관 관계자들도 자리해 이와 관련된 방안을 한데 모았다.

바이오 클러스터 협의체는 윤환중 충남대병원장 발상에서 비롯됐다. 우수한 역량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바이오기업, 대학, 병원이 포진돼 있는 대전이 '바이오 클러스터 최적지'라는 이유에서다. 

윤 원장은 "그간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화에 있어 국내 병원 역할은 없었다"라고 했다. 그는 "병원은 바이오산업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관여하기에 클러스터 구축에 필수"라며 "다양한 기관들이 합심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중부권 중심 헬스케어 클러스터가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일 단국대병원장은 대학병원이 진료만으로 발전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2017년 바이오 R&D가 2조7000억원이었지만 성과가 하나도 없었다. 이유는 기초·임상·자본의 결함 때문"이라며 "앞으론 임상과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한 R&D를 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부권 지역 9개 대학병원(가톨릭대성모병원·건양대병원·단국대병원·선병원·세종충남대병원·순천향대병원·을지대병원·충남대병원·충북대병원)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협업한다는 MOU를 체결했다. [사진=충남대병원 제공]
중부권 지역 9개 대학병원(가톨릭대성모병원·건양대병원·단국대병원·선병원·세종충남대병원·순천향대병원·을지대병원·충남대병원·충북대병원)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협업한다는 MOU를 체결했다. [사진=충남대병원 제공]
◆ "병원도 IP 가질 수 있어야"

김석관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에 있어 병원 자본이 극대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병원도 IP(지식재산권)를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IP는 고유 기술 등과 같은 무형의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를 의미한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병원의 주 수입경로는 진료비 외 연구비·임상시험비다. 모두 일시적 수입이다. 반면 대학, 연구소는 자회사를 가질 수 있다. 특허 수수료, 기술이전 등의 자본이득을 성취할 수 있다. 병원은 IP 소유에 관한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병원들이 기술개발을 하려 해도, 기술이전이나 사업화하는 제도적 장비가 없다. 수입이 들어와도 (대학병원은) 대학으로 가니 문제다"라고 했다. 그는 "IP·특허를 갖는 수입은 자본이득이기에 큰 잠재력이 있다"며 "병원의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위해선 대학, 기업만큼의 자본적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환중 원장도 이에 공감했다. 병원 산하 기술 지주회사가 있어야 헬스케어 산업화가 지속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에 따르면 9개 대학병원 협의체는 이와 관련한 법안을 교육부에 제안해놓은 상태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중개연구를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중개연구란 기초과학의 연구 결과를 사업화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과정을 말한다. 중개연구를 한 번 끝나고 마는 프로젝트로 보는 것이 아닌, 연구개발의 문화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은 각 산·학·연·병 구성원들의 마인드셋이 중요하다고 했다. 관련해 그가 내세운 방안은 평가제도. 병원은 임상시험 지원 횟수에 따라, 대학은 기업 유입 인재 수에 따라 각 의료진과 교수를 평가하자는 주장이다. 

맹 회장은 "평가제도를 바꾼다면 논문만 쓰고, 혹은 환자만 진료하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기관장만 기관차를 이끌면 소용없다. 기관차에 딸린 객차가 따라와야 한다"고 했다.

◆ 벤처캐피탈 유치 필요성

바이오 클러스터에 벤처캐피탈(VC)은 빠질 수 없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경우 MIT역 도보 10분 거리에 세계적 바이오기업과 벤처캐피탈이 집적돼있다. 전문가들은 이 구역을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지역이라 평가한다.
 
김정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경영기획부장에 의하면 보스턴·샌프란시스코 바이오 클러스터는 미국 전체 바이오 분야 투자의 2분의 1을 차지한다. 이 두 지역은 16년도 기준 전 세계 벤처캐피탈 펀딩 점유율의 50%를 소유한다. 그중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핵심 지역인 캠브리지 입주 기업들은 주 전체 IPO(기업공개)의 78%를 차지한다. 

김 부장은 "보스턴 바이오 헬스케어의 투자는 최근 10년간 3배 증가했다"며 "대부분 벤처캐피탈 소재지는 외부에 있으며, 보스턴 내부만 해도 벤처캐피탈 50여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바이오 클러스터 성공 요인으로 벤처캐피탈 유치는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오래 봐야 하는 바이오 분야는 더더욱 병원, 기업을 아우르는 장기적 투자가 필수"라고 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도 투자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와 시민이 투자한 자산 가치가 계속 늘어나는 게 바이오산업의 미래라고 했다. 시민들을 부자로 만드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박 대표는 "모더나(Moderna)가 코로나바이러스 mRNA 백신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수십억 단위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전 지역 펀드를 조성해 투자에 의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5일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포럼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김석관 STEPI 선임연구위원,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 문창용 대전시 과학산업국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김재일 단국대병원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 [사진=충남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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