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반사행렬' 현미경 개발
光 원하는 곳에만 집중시켜
'1μm 크기' 뇌 신경섬유 관측

국내 연구진이 빛을 원하는 위치에 집중시킬 수 있는 광학(光學) 현미경을 개발했다. 기존 현미경으로 관찰이 어려웠던 생체 조직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어 향후 신경과학 연구의 발전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IBS(기초과학연구원)는 최원식 분자분광학·동력학연구단 부단장 연구팀이 새로운 광학 현미경을 개발하고, 마우스 동물모델 두개골을 관통해 신경망 구조를 관찰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광학 현미경은 빛의 굴절을 이용해 물질이나 조직 등을 관찰하는 장치다. 물질이나 조직을 잘 관측하려면 빛이 물질에 간섭없이 전달돼야 하는 것이다.

빛이 몸속 조직을 투과할 때는 직진광(光)과 산란광이라는 두 가지 빛이 생긴다. 직진광은 빛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계속 직진해 생체 조직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반면 산란광은 몸속 세포나 세포소기관에 의해 굴절돼 산란이 일어난 빛이다.

빛은 생체 조직 깊은 곳으로 갈수록 직진광보다 산란광이 늘어난다. 추가로 산란 매질(파동을 A에서 B로 옮겨주는 매개물)을 지나면서 직진광 전파 속도가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한계가 발생했다. 특히 뼈 조직은 내부에 미세한 구조들이 많아 빛의 산란이 다수 발생한다. 

이 때문에 광학 현미경으로 두개골 아래의 뇌 조직을 관찰하면 이미지가 왜곡되거나 노이즈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뇌 조직 신경망을 들여다보려면 두개골을 얇게 갈라내거나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연구팀은 '반사행렬 현미경'을 개발해 기존 현미경 한계를 극복했다. 빛의 초점에서만 신호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초점으로부터 산란된 모든 빛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장비다. 연구팀은 여기에 독자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직진광만 선택 추출하는 기술을 만들어 연구 차별성을 만들었다. 이 현미경을 활용하면 빛을 원하는 위치에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새로운 광학 현미경의 활용도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동물모델 마우스 두개골을 훼손하지 않고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가시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가시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그 구조가 미세해 기존 현미경으로는 두개골을 갈라내야만 관찰 가능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기존 공초점 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1마이크로미터(머리카락 굵기 80분의 1) 굵기의 뇌 속 미엘린 신경섬유를 들여다보는 데 성공했다. 

최원식 부단장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현미경을 소형화하고 이미징 속도를 증가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광학 수차를 보정할 수 있는 방법을 발전 시켜 빛의 산란 현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질병의 실시간 조기 진단 등 의·생명 분야 활용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했다. 

이번 논문에는 윤석찬·이호준·홍진희·임영식 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IBS(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이 동물모델 마우스 뇌를 들여다보는 모습(A). B는 반사행렬 광학현미경 보정 전 모습, C는 보정 후 모습으로 조직이 가시화됐다. [사진=IBS(기초과학연구원) 제공]
IBS(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이 동물모델 마우스 뇌를 들여다보는 모습(A). B는 반사행렬 광학현미경 보정 전 모습, C는 보정 후 모습으로 조직이 가시화됐다. [사진=IBS(기초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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