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창업가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차의과대 의사 출신, 올해 3월 80억원 시리즈A 유치
장·침샘, 조직 떼어 '미니 장기' 만들어 재생치료 목표

장이 손상된 부위에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Organoid)가 투입돼 '재생 치료'하는 시뮬레이션. [영상=오가노이드사이언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와 네이처(Nature)에서 오가노이드(Organoid)에 대해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사진=사이언스·네이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와 네이처(Nature)에서 오가노이드(Organoid)에 대해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사진=사이언스·네이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해 6월 오가노이드(Organoid) 특집을 다루고 신약으로서 가능성을 점쳤다. 오가노이드는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함을 뜻하는 접미사 '-oid'가 합쳐진 말이다. 장기유사체라는 의미다. 오가노이드는 수백 마이크로미터에서 1mm 크기 때문에 '미니 장기'로도 불린다. 예컨대 장이 손상됐을 경우, 장을 이루는 조직을 떼어 이를 장기 유사체로 만드는 식이다. 올해 10월 네이처도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장 상피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연구를 소개하며 '재생 치료' 가능성을 점쳤다. 

오가노이드는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연구 분야다. 그러나 장기를 이루는 조직과 세포를 수백 마이크로미터에서 1mm 크기로 구현하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다.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조건도 여러 단계를 거친다. 먼저 몸속 조직이나 세포를 떼어 배양해야 한다. 그리고 미니 장기는 몸속 장기와 같은 구조를 갖춰야 하며 기능까지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전 세계에서도 연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인이 없는 오가노이드 시장에 국내 바이오벤처가 출사표를 던졌다. '의과학자' 유종만 대표가 2018년 10월 창업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주인공이다. 현재 이 바이오벤처는 장 오가노이드 개발을 주력하고 있다. 장에서 뗀 조직을 체외에서 미니 장기로 만들어 몸속에 다시 주입해 재생 치료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영상).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마우스를 활용해 전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4주 동안 장 손상 부위가 8배(400만 마이크로 제곱미터 → 50만 마이크로 제곱미터) 줄었다. 

17일 만난 유종만 대표(39)는 "염증성 장 질환이 생기면 장 일부가 망가진다"며 "여기에 오가노이드를 넣어주면 망가진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 생산은 30일 정도 걸린다"며 "수 mm 체내 조직을 떼어 내고,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세포 외 기질'을 만들어 3차원으로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과정이 기술의 차별성"이라고 설명했다. 

◆ 차의과대 의사 출신 과학자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가 기업이 지닌 기술 차별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가 기업이 지닌 기술 차별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유 대표는 의사 출신 과학자다. 고려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차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의사로서 보장된 길을 걷지 않고 의과학자의 삶을 택했다. '신약을 만들고 싶다'라는 어린 시절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제가 회사를 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약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은 있었어요. 약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대학교를 생명과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공부하면서 기초 과학이 약 만드는 것에 일조는 하겠지만, 약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내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의학전문대학원을 간 거예요. 의학 쪽으로 지식을 쌓으면 약 만드는 일을 끌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유 대표는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도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가 아닌 연구 교수를 택했다. 그는 이때부터 '오가노이드'를 연구했다. 오가노이드가 실제 환자에 쓰이려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연구실이 아닌 회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바이오벤처를 창업한 이유다. 유 대표는 "단계 단계마다 필요한 일을 하다 보니 회사까지 창업하게 됐다"며 웃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국내에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오가노이드를 3차원 배양하고 이를 몸속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이식제(피브린)를 활용하는 등 독보적 기술을 지니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창업 8개월 만에 차병원 그룹으로부터 시드투자 5억원을 유치했고, 올해 3월에는 아주IB투자·LB인베스트먼트·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VC)로부터 8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투자액을 모두 합치면 90억원에 육박한다.      

◆ "오가노이드 활용, 면역항암제 효능 평가 목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현재 30명 규모다. 이 중 20명이 장 오가노이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치료제는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입증했다. 앞으로 2021년 임상 연구를 개시하고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2022년부터 임상 1상을 개시해 2025년 시판을 목표하고 있다. 국내 허가 정체를 염두에 두고 일본에서도 동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침샘 오가노이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침샘 파괴로 인한 구강건조증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근본적 치료법이 부재하다. 두경부에 종양이 생겼을 경우 방사선 치료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암세포와 정상세포가 모두 죽는다. 이때 침샘이 망가져 침 분비가 안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유 대표는 "침샘은 망가지면 재생 자체가 안 된다"며 "침샘이 망가진 환자는 엄청난 고통을 겪기 때문에 이를 재생시킬 수 있는 오가노이드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바이오벤처는 오가노이드 기반 면역항암제 평가 플랫폼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암을 앓는 환자라고 해도 항암제에 대한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개인의 유전적 차이 때문이다. 국내외 다수 바이오벤처들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를 개발 과정은 약물 효능 평가부터 임상시험 등 거쳐야 할 산이 많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사람 인체에서 일어나는 일을 수 백마이크로에서 수 밀리미터 크기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 전 환자와 약물 간 반응 유사성을 확인한다는 목표다.

유 대표는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신약 개발 기업들이 임상에 들어가지 않고 약효를 테스트할 수 있다"며 "신약 개발 기업은 정보를 가지고 약물 효능을 높인다든지, 임상을 강화한다든지 기업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연구진이 연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연구진이 연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 "어려운 걸 해야 열매 더 크다"

유 대표는 "벤처는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시시각각 일어난다"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방향을 바꿔나가는 일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오가노이드 분야는 선례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려우니깐 사람들이 못 하는 것이고, 그 어려운 걸 해야 더 큰 가치와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롤모델로 조너스 솔크(Jonas Edward Salk)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꼽았다. 솔크 박사는 의과학자로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인물이다. 유 대표는 솔크 박사가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해 아이들을 살리고, 미국 샌디에이고에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자들이 창의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운 점을 닮고 싶다고 했다. 정주영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실패를 극복하고 지속 도전하는 모습과 사명의식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두 명의 롤모델을 생각하면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재생치료제를 만들겠다는 사명의식을 가지게 된다"며 "다음 단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현재 문제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025년 장 오가노이드 치료제 시판과 기업공개(IPO)를 목표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분당차병원 서울아산병원 건국대학교병원 카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과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KA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와는 기초 연구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018년 10월 창업한 바이오벤처다. [사진=오가노이드사이언스 제공]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018년 10월 창업한 바이오벤처다. [사진=오가노이드사이언스 제공]
◆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39)는 의과학자다. 고려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차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의사로서 보장된 길을 걷지 않고 과학자의 삶을 택했다. '신약을 만들고 싶다'는 어린 시절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오가노이드'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함을 뜻하는 접미사 '-oid'가 합쳐진 말이다. 오가노이드란 장기 유사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장기와 비슷한 모양이라고 모두 오가노이드는 아니다. 오가노이드는 기본적으로 수백 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10-6m)에서 최대 1mm 크기다. 그리고 세 가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첫 번째로 우리 몸속 장기를 이루는 조직이나 세포로 구성돼야 한다. 두 번째로 장기가 지닌 특이적 구조를 갖춰야 하며 세 번째로 장기의 기능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장, 침샘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 기업은 오가노이드를 3D로 제작하는 기술력과 손상 부위에 오가노이드를 이식하는 능력이 독보적이다.

▲2016.01 차의과대학교 오가노이드 연구실 개소
▲2017.07 국내 첫 오가노이드 논문·특허 발표
▲2018.01 차의과대학교 오가노이드센터 개소
▲2018.10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법인 설립
▲2019.05 오가노이드 기술 이전(차의과대·차병원)
▲2019.06 시드투자 5억원 유치(차바이오텍)
▲2019.06 첨단실증지원사업 선정(보건복지부)
▲2019.08 제1연구소 개소(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
▲2020.03 80억원 시리즈A 투자유치
(아주IB투자·LB인베스트먼트·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컴퍼니케이파트너스)
▲2020.08 제2연구소 개소(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
▲2020.09 제3연구소 개소(한국생명공학연구원)
▲2020.11 제1연구소 증축(판교 ABN타워)

◆ 오가노이드 신약 생산 메커니즘

내시경 활용해 체내 조직 획득 → 체외에서 오가노이드 제작을 위한 조직·세포 전처리와 배양 → 오가노이드 의약품 생산 → 의약품 품질관리(QC) → 이식제와 함께 손상부위에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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