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18년 1월 취임 이후 네트워킹·리노베이션 주력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2018년 1월 취임하고 3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2018년 1월 취임하고 3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취임 초기 '미스터 쓴소리'로 통했다. 스스로 쓴소리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에서다. 이유는 간단했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동인'(動人) 없인 특구 사업의 질적 변화를 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일을 디테일하게 챙기면서 잔소리 쓴소리가 많았지만, 직원들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믿고 맡겼다. 초기에는 미스터 쓴소리였지만, 3년 임기를 마무리 하게 된 양 이사장은 이제 '미스터 서포터즈'가 됐다. 

연구개발특구가 브랜드로 각인되고 국가의 미래 동력원이 되려면 특구 혁신주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양 이사장은 3년간 일관되게 특구 내외 구성원들과 뜻을 모으는 소통을 펼쳤다. 특히 2년 앞으로 다가온 2023년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을 앞두고 특구 구성원 간 연결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에선 절박함마저 묻어났다.

양 이사장은 과거 50년 특구가 국가 과학기술 여명기를 이끈 주역이었다면 미래 50년은 '지역 혁신'을 이끄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과거에 특구가 국가 기술 개발을 이끌고 과학기술 인재 양성소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지역 혁신을 이끄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우리 재단이 동인이 되어서 지역 혁신이 안 되는 부분을 풀어주고,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기 동안 특구 리노베이션 초안을 마련하고 특구 내부 네트워킹 토대를 마련하려고 나섰던 이유"라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2018년 1월 취임 일성으로 "서류가 아닌 발로 뛰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의 임기 3년 동안 현장에선 특구 리노베이션 초안이 만들어지고, 무엇보다 특구 내외부 '산학연관 네트워킹' 문화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특구 생태계를 이해하는 과학계 정통 관료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을 시작으로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선도연구실장을 역임하고 2013년 10월부터 3년 가까이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비서관을 역임했다. 교과부 연구개발정책실장 당시 IBS(기초과학연구원)이 현 부지에 들어올 수 있도록 대전광역시-기획재정부 사이에서 연결다리 역할을 하며 특구와 인연을 맺었다. 

◆ 총대 메고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초안 마련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지난 3년 동안 '미스터 쓴소리'를 자처하며 특구 변화를 이끌어왔다. [사진=김인한 기자]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지난 3년 동안 '미스터 쓴소리'를 자처하며 특구 변화를 이끌어왔다. [사진=김인한 기자]
특구 혁신에 대한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과거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추격하던 시기는 '국가 주도형' 연구개발이 주효했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대에선 민간의 혁신 속도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한 과학기술계가 따라갈 수 없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체질 개선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소위 총대 메고 변화를 이끌 주체들이 마땅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특구재단이 움직인 것이다.

양 이사장은 "혁신은 연결된 생태계에서 나온다"며 "대덕특구 리노베이션은 총괄할 사람이 없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특구재단은 2018년 하반기부터 산학연민관이 모여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종합 계획'을 수립해왔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전광역시, 국토연구원,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범 협의체를 꾸렸다. 2019년 12월에는 과기부 장관을 포함 지역민에게 기본구상을 보고하고 지난해 세부계획 연구 착수, 자문위원회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쳤다. 

그는 "축구에서 후반전 교체 투입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것처럼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이 변화의 모멘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 이사장은 "교체 투입 전에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듯, 50주년 전부터 리노베이션 초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100% 잘 만드는 것보다 부족한 점을 채워가고, 앞으로 추진체계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지 함께 채워야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특구재단은 '특구 리노베이션'이 국정 과제화될 수 있도록 과기부 등 관계 기관들과 힘을 모으고 있다. 양 이사장은 "국정 과제화가 되면 정부의 비전 속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걸 통해 과학기술이 국가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특구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특구 주체들이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 "전국에 지역 혁신 거점 구축"

특구재단은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체질도 개선 중이다. 보통 특구재단 지원 자금은 시장에 나가기 직전 기술들을 지원한다. 대부분 연구개발 과제를 3년 지원하던 사업을 1+2년으로 바꿨다. 시장에 바로 나가도 되는 기술이지만, 연구 기간이 3년이면 연구를 끄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양 이사장은 "고통스럽지만 연구 규모와 기간을 줄여 연구가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양 이사장은 지역 혁신 거점에 애착이 간다고 회고했다. 그는 "연구개발특구로서 대덕이 아니라 전국의 혁신 거점을 만든 점이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는다"라며 "대덕이라는 큰 허브가 있고 전국에 강소특구들이 마련됐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지역 발전 토대를 마련한 점이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과기부와 특구재단은 2018년부터 '소규모 강소특구 모델'을 도입했다. 전국 각지에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 중심축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안산, 김해, 진주, 창원, 포항, 청주 등 6개 지역이 강소특구로 지정됐다. 지역별로 특화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특히 양 이사장 부임 이래 특구는 연결을 통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충남대 의대를 기점으로 지역 대학병원이 네트워킹에 나섰고, ICT(정보통신기술) 커뮤니티 지원을 통해 인공지능(AI) 생태계 마련에도 기여했다. 

양 이사장은 "비록 3년 임기를 마치고 특구와 직접적인 관계는 멀어지지만, 어떤 기회가 자리에서 특구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과학계 발전에 함께해 나갈 것"이라며 "모든 혁신은 네트워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특구 혁신 주체들이 함께 뜻을 모아 특구의 50주년을 성찰하면서  다음 50년 미래의 길로 나아가자"고 주문했다. 

한편 현재 연구개발특구 신임 이사장 3배수에는 4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이사장 임기는 2021년 1월 15일까지다. 이사장 선임이 늦어질 경우,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임기는 자동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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