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고대 안암병원, 비침습적 전자약으로 자궁 수축신호 감지 조산 조기진단
조산으로 부담되는 병원비, 절반 아래로 감소 기대

국내 연구진이 조산을 조기에 진단하고 동시 치료할 수 있는 비침습형 전자약을 개발했다. 해당 약이 상용화되면 200만원대로 유통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윤석진)는 이수현 뇌과학연구소 박사팀이 안기훈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자궁 수축신호를 감지하는 전자약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산은 전체 임신의 12.7%를 차지하며, 조산으로 인한 이른둥이 발생 비율은 7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신경학적 장애와 같은 합병증으로, 발달장애, 호흡기 합병증 등 영아가 추후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조산은 자연적인 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궁이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증상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KIST 연구진이 개발한 비침습적 전자약.[사진=KIST제공]
KIST 연구진이 개발한 비침습적 전자약.[사진=KIST제공]

조산은 임산부가 본인 스스로 신체적인 이상을 감지하거나 정기적 초음파 측정, 질내 체액 측정 등의 검사를 받아야만 진단할 수 있지만, 조기진단이 어렵고 자궁수축억제제와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화학적 치료제의 투입 외에는 다른 치료방법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조산 임산부를 현장에서 진료하던 안기훈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이수현 박사의 신경전극 관련 세미나를 듣고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조산을 막기 위한 치료제가 수십년간 개발됐지만 48시간 이상 효과가 유지되는 경우가 없고 부작용도 너무 심해 약으로 접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골반 안 장기들이 신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발견된 만큼 자궁으로 들어오는 신경다발을 자극하면 자궁 수축을 억제하면서 사전에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공동연구를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KIST 연구진은 안 교수 제안에 따라 도넛모양의 신경전극을 개발해 임산부의 자궁경부에 비침습적으로 삽입한 후, 자궁 수축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조산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했다. 개인 스마트폰으로 자궁수축 알림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개발한 신경전극은 자궁의 수축신호를 감지한 후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전기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어서 교감신경의 자극을 받으면 자궁 내 근육이 이완되어 자궁의 수축을 억제할 수 있는 전자약으로 기능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전자약을 조산 쥐와 돼지 모델에서 진단부터 치료까지 안전성 및 기능을 검증했고 전자약을 통해 발생시킨 전기자극으로 자궁 수축 현상을 지연 및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왼쪽부터)이수현 박사와 안기훈 교수.[사진=KIST 제공]
전자파 사용이 태아와 산모에 영향은 없을까. 이수현 박사는 "식약처 전자파 생체적합 테스트를 준비 중이지만, 제안된 기준을 넘지 않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문헌 조사에서도 스마트폰과 사람 거리 8m에서 나오는 정도의 전자파와 맞먹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임산부와 태아와 관련된 기술인만큼 자세히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도넛모양 신경전극은 누바링과 같은 피임약 형태로 생겨 자궁 내 삽입하는데 수 초면 된다. 임산부 스스로 충분히 삽입할 수 있다. 자궁수축이 의심되는 임산부에게 조기진단 가능한 전자약을 처방하고, 자궁수축이 자주 관찰되는 경우 치료가 가능한 전자약을 재처방하는 방식을 예정하고 있다.

안 교수는 "20주 이전에는 이 기구는 의미가 없다. 보통 임산부들이 13번 이상 특히 막달에 다가갈수록 자주 병원에 방문하기 때문에 전자약 처방 등에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약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최대 10일 정도로 예정돼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방식으로 200만 원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는 "조산 우려가 있는 산모의 한 달 입원비는 대략 2500만원정도며, 빠르게 태어난 아이의 하루 입원비는 30~50만 원으로 상당한 의료비가 지출된다. 특히 합병증 우려가 있어 조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번에 개발된 최초의 자궁수축조절 의료기기를 통해 조산으로 인한 영아 사망 및 후유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현 박사는 "개발된 도넛 형태의 전자약은 기존의 화학적 약물 기반의 치료법이 아닌 전기자극을 이용해 자궁의 수축을 억제하는 치료기기로서 신개념의 의료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KIST와 고려대 안암병원의 중개연구센터 사업으로 시작된 본 연구는 향후 범부처의료기기 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을 받아 임상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내용은 전기전자 분야 국제학술지인 'IEEE-Transactions on Neural Systems and Rehabilitation Engineering'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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