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포럼 개최, 강원·부산·제주·대전 발전연구원장 한자리
"R&D 등 모든 전략 수도권 집중, 역량 총동원해 스스로 앞장서자"
"중앙정부, 권한·예산 지방에 일부 넘겨야" 필요성 제기  

19일 진행된 열린포럼에 강원·부산·제주·대전 발전연구원장들이 자리했다. [영상=대전mbc]

"문제 발굴부터 기획까지 각 지역들이 협업하는 게 최우선돼야 합니다. 초광역 협력이죠. 지역에서 중앙정부만 바라보는 게 아닌, 지역 스스로 다른 지방을 둘러보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박영일 강원연구원장)

"지금껏 대한민국이 기술혁신을 통해 선진국을 쫒아갔다면, 이젠 그 기술혁신을 지역에 밀접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합니다. 지역마다 갖고 있는(또는 갖고 있지 않은) 부분들을 서로 공유해가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가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발전 방향입니다."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19일, 국내 지역(강원, 부산, 제주, 대전)을 대표하는 발전연구원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이공계 출신인 이들의 지방 R&D(연구개발) 공통 키워드는 지역 스스로의 '초광역 협력'이다. 지역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중앙정부의 관심을 끌고 오자는 의미다. 앞서 그간 지역은 중앙정부 정책에 의한 국비 경쟁전이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형화된 정책은 지역을 고립시켰다. 

김병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장은 "국내 17개 지자체가 있으면, 17개의 모델과 문제가 있는데, 중앙정부는 지방을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고 하나의 정책으로 풀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며 "지역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중앙정부는 공모형이 아닌 정책적·예산적 배려를 통한 적절한 배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은 "과학기술기반, 지역주도혁신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야 하고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지역이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라며 "함께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판을 흔들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경로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 4차 산업혁명 주인공 '지역'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영일 강원연구원장,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영일 강원연구원장,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김병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장. [사진=대전mbc]
그간 우리나라의 '지역'은 종속 개념이었다. 주도권을 가진 수도권을 따라가는 식이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분열을 초래했다. 제2의 수도라 불리었던 부산은 과거 정부로부터 과밀 억제 정책에 의해 다수의 대기업이 빠져나갔다. 김병진 원장은 현재의 부산을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가 아닌, 절망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세계 유일한 분단 지자체 강원의 R&D는 전국에서 ±1% 수준으로 열악하다. 국내 전체 R&D 투자 비중에서 0.6%가 안 되는 정도다. 제주의 R&D는 대전의 40%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집적된 R&D를 지역 혁신 매개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은 "미국 대표 언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등은 자기 스스로 지방지라고 부른다"라며 "이들은 지방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서울도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로컬임에도 불구하고 R&D를 포함한 모든 전략들이 중앙에 집중화돼 있다. 지역의 특색과 차별화된 자산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이 기술과 산업, 사회가 통합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겪고 있고, 그 융합의 공간이 지역이라고 했다. 정책 방향도 지역을 통해 융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자연적으로 정부가 지역 혁신·지역 R&D에 대한 정책과 관심이 커지는 게 당연하지만, 중요한 건 지역 스스로 고민하고 현장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 중앙정부, 일부 권한·예산 지역에
 

19일 지역 발전연구원장들이 열린포럼에 자리했다. (왼쪽부터) 박영일 강원연구원장,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김병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장,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 [사진=이유진 기자]
고 원장은 중앙정부가 지역 주도 정책 경험이 없기에 아이디어 빈곤의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또 지역 주도 정책 과정에서도 다수의 중앙정부 사람들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이 독자적으로 하든, 다른 지역과 협력해서 무언가를 기획하면 국가가 의무적으로 도와주는 움직임이 지역의 자산과 중앙의 자산을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진 원장은 "여전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를 넘지 못하고, 거기에 지방은 복지에 의무적인 투자가 많아 더 이상의 재정적인 여건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사무 R&D와 과학기술진흥 자체가 지방자치법 위반일 정도로, 중앙정부에 모든 과학기술과 R&D 권한이 집중돼있다"라며 "중앙정부가 영원히 지방을 책임질 수 없기에 실패하더라도 일부 권한과 예산을 지역에 넘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지역 R&D가 중요하다고 개별적으로 얘기해봐야 중앙정부는 지역혁신을 열어주지 않는다"라면서 "지역이 생각을 모아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일종의 투쟁이 필요할 수 있겠다. 우리가 원하는 자원을 잘 파악해 끊임없이 전달하면 진정한 지역 R&D가 만들어지고 곧 지역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협 원장은 중앙정부 공직자들에게 각 지역에 의무적으로 가 일정한 성과를 내야지만 승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파견갔다 온 사람들은 확실히 안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박 원장은 "'열심히 해서 씨앗을 만들면 재정 투입해줄게'는 자치분권이 완벽히 실현돼야만 가능하다"라며 "지방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재정분권, 자치분권이 얼마나 가능한지, 또 현재 시스템에서는 뭘 기획하더라도 일단은 위에서 나눠주지 말고 자원을 어느 정도 배분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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