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피스' 2029년 지구 최근접, 이 시기 맞춰 탐사선 쏘는 계획
美·日 3억km 소행성 갈때, 韓 지구로 오는 3만km 소행성 탐사
최기영 장관도 '긍정',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담길 듯

한국의 소행성 탐사 미션 '아포피스'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의 소행성 탐사 미션 '아포피스'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29년 4월 심우주. 태양계를 6~7년 주기로 도는 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에 최근접한다. 이때 지구와 소행성 거리는 불과 3만4000km.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맞춰 탐사선을 쏘고, 소행성 10km 근처에서 동일한 궤도로 탐사선을 항행(航行)시키겠다는 미션을 공개했다. 예컨대 자동차 2대가 같은 속도로 주행할 때 상대속도가 0이 되는 것처럼, 소행성 아포피스와 탐사선 항행 속도를 동일(상대속도 0)하게 만들어 소행성을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25일 과학기술미래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최 본부장은 "26년 말이나 27년 초 소행성 탐사선을 발사할 수 있다면, 29년 아포피스가 지구에 최근접할 때 소행성 표면을 맵핑하고 분석할 수 있다"며 "근접 탐사를 통해 초소형 로봇을 아포피스에 내려놓으면 2035년 시료 채취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미션은 발상의 전환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각각 3억km 이상 떨어진 소행성 베누(Bennu)와 류구(Ryugu)에서 샘플을 채취했지만, 한국 과학자들은 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로 3만km 가까이 다가올 때 탐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소행성 탐사, 한 치 오차 허용 않는 '종합 과학예술'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25일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25일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아포피스는 6~7년 주기로 태양계를 도는 지구 근접 소행성이다. 아포피스는 381m로 추정되고, 이 높이는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높이와 비슷하다. 천문학자들은 2029년 4월 13일 지구로부터 3만4000km 떨어진 거리에 아포피스가 다가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에 근접하면 지면과 정지궤도 위성 사이를 통과할 정도로 가까워진다. 이 때문에 아포피스는 지구와 충돌할 수 있는 소행성으로 주목받아왔다. 

한국 과학자들은 아포피스를 다르게 봤다. 지구 충돌 위협 소행성이라면, 탐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고 본 것이다. 최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아포피스 탐사에 대한 아이디어는 손에 꼽힐 정도다. 그런 만큼 아포피스 탐사 의지를 표명하는 국가가 주도권을 가지고 국제협력 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천문연은 탐사선 중량 계획을 350kg가량으로 보고 있다. 연료 150kg, 위성 150kg, 탑재체 50kg이다. 탐사선에는 광학 카메라, 편광 카메라, 더스트 디텍터, 자기장 측정기, 레이저 고도계 등이 실릴 전망이다.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가 가능하려면 발사체(로켓), 탑재체, 본체, 추력기, 유도·관제·항법, 통신·지상국, 궤도 계산 등 우주 기술이 총결집돼야 한다. 

우주 기술이 총집결되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일본의 하야부사2 탐사선이 류구 샘플 채취에 성공했을 때 '100km 밖에서 바늘귀에 실을 꿰는 것'이라는 비유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JAXA는 300개 기업과 의기투합해 3억km 이상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6년 동안 52억km를 비행하며, 초정밀 우주 과학기술을 과시했다. 

최 본부장은 "우주탐사는 과학기술 역량을 총집결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주 탐사 미션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도전이자 세상에 없던 길을 만들어내야 하는 도전"이라며 "미지의 영역인 우주를 탐사하고 천체를 이해하는 목적을 통해 국민들과 미래 세대에게 우주에 대한 열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기부 '긍정', 최 장관 "문제 없으면 적극 검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공개된 '아포피스'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사진=김인한 기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공개된 '아포피스'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발표 뒤엔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권세진 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은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2029년, 시료 채취를 2035년으로 예정하고 있는데 시간은 결코 많지 않은 것"이라며 "국내 우주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는 UAE(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 미션을 소개하며 "UAE 최고 지도자가 제시한 목표였기 때문에 무모한 미션이지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이어 "아포피스 미션에 다른 나라를 참여시키는 건 긍정적"이라고 했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이날 아포피스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우주를 향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시기 우리나라도 우주 탐사에 신속히 참여해야하는 시기"라며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에 대한 제안을 적극 검토해보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 본부장에게 "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 가까이 오면 많은 국가들이 참여할텐데 의미는 무엇인지" "국제 협력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는지" 등을 질문했다. 

이창윤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국가 우주 계획에서 당위성과 미션 등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우주 탐사 미션이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영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 제공]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영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 제공]
아래는 이날 과학기술미래포럼 참석자. ▲최기영 과기부 장관 ▲이창윤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 ▲고서곤 과기부 과학기술정책국장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 ▲권세진 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 ▲진호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 ▲박병곤 천문연 부원장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 ▲신휴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연구본부장 ▲이병선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 ▲노태원 한국물리학회장 ▲공준진 대한전자공학회장 ▲우제완 한국공업화학회장 ▲금종해 대한수학회장 ▲류동수 한국천문학회장 ▲최기혁 한국우주과학회장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김상선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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