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유학생들이 쎄트렉아이에서 인공위성을 안전하게 포장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우측 상단 첫 번째가 옴란 샤라프(Omran Sharaf) UAE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총괄. 사진에 있는 연구진 모두 현재 UAE 우주 분야에서 리더가 됐다. [사진=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UAE 유학생들이 쎄트렉아이에서 인공위성을 안전하게 포장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우측 상단 첫 번째가 옴란 샤라프(Omran Sharaf) UAE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총괄. 사진에 있는 연구진 모두 현재 UAE 우주 분야에서 리더가 됐다. [사진=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발사한 화성 탐사선 '아말'(Amal·아랍어로 희망)이 다음 달 10일 오전 1시(한국시간) 화성 궤도에 진입한다. 지난해 7월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아말'이 발사되고 4억9350km를 비행한 지 200여 일 만이다. UAE는 단시간 내 우주산업이 발전한 배경으로 '한국'을 꼽는다.

우주 탐사 계획을 이제서야 검토하는 한국이 일등공신, 이유가 뭘까. 그 인연은 2006년 시작된다. 당시 UAE가 우주 기술 자립을 위해 협력을 요청한 곳은 한국의 정부도 정부출연연구기관도 대학도 아닌, 위성 시스템 수출기업 쎄트렉아이였다. 

◆ UAE와 쎄트렉아이 인연
 

살렘 알 마리(Salem Al Marri) UAE 첨단과학기술부 국장(좌) 옴란 샤라프(Omran Sharaf) UAE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총괄(우)이 쎄트렉아이에서 연구하던 모습. [사진=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살렘 알 마리(Salem Al Marri) UAE 첨단과학기술부 국장(좌) 옴란 샤라프(Omran Sharaf) UAE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총괄(우)이 쎄트렉아이에서 연구하던 모습. [사진=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아라비아어에 에미르(Emir)란 말이 있다. 왕이란 의미다. UAE 공식 명칭은 아랍에미리트연합(United Arab Emirates). 왕들이 다스리는 7개 국가(Emirates)들이 연합해 하나의 국가를 형성했다. 1971년까진 영국의 식민 통치하에 있었던 국가다. 수도는 아부다비. 관례상 7개 왕족 국가 중 1번째 서열인 아부다비 왕이 UAE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2번째 서열인 두바이 왕은 UAE 부통령 겸 총리가 된다. 

모하메드 빈 라시드(Mohammed bin Rashid) 두바이 최고통치자는 2006년 1월부터 두바이 통치를 시작했다. 오랜 기간 영국 그늘에 있었고, 원유 수입과 관광업 등에만 의존하는 국가 체질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가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우주였다. 국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미래 세대가 꿈과 개척 정신을 가질 무대로 본 것이다.

UAE는 2006년 곧바로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를 설립했다. 당시 연구소 건물도 없었다고 한다. 맨땅에서 첫 번째로 추진한 프로젝트가 위성 개발이었다. UAE는 모든 위성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 국가와 기업을 찾았고, 전 세계 기업 3곳 중 1곳인 쎄트렉아이를 알게 됐다. 더구나 쎄트렉아이가 영국으로부터 위성 기술을 가져온 만큼, UAE도 한국에 위성 기술을 배워 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옴란 샤라프(Omran Sharaf) UAE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는 '한국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The untold story of South Korea)에서 "우리가 여러 옵션과 국가들을 검토해봤을 때 한국이 기술 이전에 최적지였다"면서 "한국은 영국으로부터 위성 기술을 가져와 스스로 자립했기 때문에 그들의 통찰력과 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쎄트렉아이는 국내 우주 산업 역사를 새로 쓴 산증인들이다. 고(故) 최순달 KAIST 전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은 1989년 영국 써리대학교로 KAIST 학생들을 유학 보냈고 그곳에서 위성 설계·제작 기술을 배워온 학생들이 돌아와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렸다. 1년 뒤 우리별 2호, 6년 뒤인 1999년에는 100% 자력으로 만든 인공위성 '우리별 3호'를 우주로 보냈다. 1999년 우리별 개발 신화를 썼던 박성동 이사회 의장, 김병진 연구소장, 김이을 대표 등이 주축으로 쎄트렉아이를 설립했고,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UAE, 싱가포르, 터키, 스페인 등에 국내 위성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총 규모만 5000억원 내외다.

◆ KAIST 유학비 지원하고 기술 전수한 '쎄트렉아이'

당시 UAE는 쎄트렉아이 기술 자립 신화를 자국에 이식하려고 애썼다. 김병진 쎄트렉아이 현 연구소장(당시 대표)은 경영진이 반신반의하며 UAE를 찾았지만, 위성개발 의지를 보고 협력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UAE는 쎄트렉아이에 와서 위성 시스템 개발 과정을 배웠다. 쎄트렉아이에서 기술을 배웠거나 KAIST에서 공부했던 이들은 현재 UAE 우주 개발 주요 보직자가 됐다. 옴란 샤라프 UAE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총괄, 알 아미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아메르 알 사예흐 칼리파셋(KhalifaSat) 프로젝트 매니저, 모하메드 알 하르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쎄트렉아이는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 특별 코스를 제안했다. UAE 유학생들이 당시 8년에서 10년가량 한국에 머물렀는데, 마지막 2년은 KAIST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쎄트렉아이는 매년 2000만원가량으로 학비를 지원했다고 한다. 

쎄트렉아이는 2009년 7월 지구 관측 위성 두바이셋 1호(DubaiSat-1)를 제작해주고, 두바이셋 2호·3호 제작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UAE 설계·제작 비중을 높였다. 한국이 영국으로부터 위성 기술을 개발한 경험을 그대로 전수한 것이다. 현재 쎄트렉아이는 두바이셋 4호 설계·제작에도 참여 중이다. UAE가 화성 탐사 미션을 발표했을 때 쎄트렉아이에 협업을 요청했지만, 쎄트렉아이는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미국 콜로라도 대학 연구팀을 소개했다고 한다.

김이을 대표는 "UAE에서 단지 기술을 이전받는 것을 넘어 일하는 문화를 두바이 쪽으로 가져가길 희망했다"면서 "쎄트렉아이로 왔던 이들이 기술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리더십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쎄트렉아이에서 옴란 샤라프를 포함해 초반에 왔던 친구들에게 '여러분들이 UAE에서 앞으로 우주 개발을 리드해야 하는 임무를 지닌다'는 의식을 계속해서 심어줬다"고 돌아봤다. 

모하메드 알 하르미 MBRSC 국장은 한국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에서 "쎄트렉아이 경험은 우주 기술 습득뿐만 아니라 나를 더 나은 공학자와 리더로 만들었다"면서 "당시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해야 하는지, 각각의 서브시스템에 있는 디테일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UAE 우주 개발 리더가 된 이들은 당시 한국 경험을 통해 기술, 일하는 문화, 우주 개발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목소리냈다. 
 

왼쪽부터 아메르 알 사예흐 칼리파셋 프로젝트 매니저, 살렘 알 마리 첨단과학기술부 국장, 옴란 샤라프 UAE 화성 탐사 프로젝트 총괄,  모하메드 알 하르미 MBRSC 국장. [사진=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왼쪽부터 아메르 알 사예흐 칼리파셋 프로젝트 매니저, 살렘 알 마리 첨단과학기술부 국장, 옴란 샤라프 UAE 화성 탐사 프로젝트 총괄,  모하메드 알 하르미 MBRSC 국장. [사진=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 UAE가 화성을 간다고? 어, 진짜 가네

김이을 대표는 "UAE가 2014년 우주청을 설립하고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했을 때 놀랐다"면서 "그런 발표를 하고 실행 못 하는 국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정치적인 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최고통치자가 미래세대가 우주와 화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김병진 연구소장은 "UAE는 2006년부터 우주 연구센터 설립, 인재 육성, 인공위성 제작 프로젝트가 동시에 이뤄졌다"면서 "두바이셋 1호가 올라가기 전 두바이셋 2호 위성 설계·제작이 시작됐고, 2호 위성이 올라가기 전부터 3호 위성 설계·개발이 시작되며 시간 단절 없이 우주 개발 속도를 압축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UAE에 몇 년 전 우주 심포지엄을 하러 갔을 때 젊은 학생들 눈빛에 열의를 보고 놀랐다"면서 "UAE가 짧은 기간에 위성이라는 상징적인 기술을 개발했고 화성으로 사람을 보내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가 멘탈리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위성이나 화성 탐사에 드는 비용이 결코 작은 돈은 아니지만, 국민들의 비전을 바꾸고 과학기술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선 결코 크지 않은 돈"이라고도 했다.

UAE가 발사한 아말은 다음 달 10일 궤도 진입 후 화성 기후 전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예정이다. 화성의 하루 동안 기후가 어떻게 변하고 상·하층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를 진행할 전망이다.

과학기술계에선 쎄트렉아이가 축적된 실력을 기반으로, 한국의 기술, 문화, 정신을 UAE에 전수한 건 민간 과학 외교의 첫 사례를 보여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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