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과기원·POSTECH 정시·수시 3개년 경쟁률 분석
과학기술 특성화·무학과 입학 등 경쟁력 우수

전국 209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은 평균 3.6 대 1로, 전년도 4.6대 1에 대비 크게 감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국 209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은 평균 3.6 대 1로, 전년도 4.6대 1에 대비 크게 감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학생들이 줄어든다. 지방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직격탄을 맞으며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지방 국공립대 경쟁률도 급격히 하락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우려와 함께 대학도 이제 변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 가운데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으로 알려진 4대 과학기술원(KAIST·UNIST·DGIST·GIST)과 POSTECH(포항공과대)의 경쟁률이 주목된다. 4대 과기원은 과학기술 연구중심 대학으로 목표와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모두 지방에 위치한다. 그럼에도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졸업생들은 우수한 역량을 발휘하며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 주요대학보다 과기특성화대학을 선택하는 학부(대학원) 학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 학령인구 감소, 일반 대학 정시 경쟁률은 하락세

KAIST와 GIST, DGIST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매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GIST는 20명 내외 모집에897명이 지원해 44.85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DGIST 역시 20명 내외를 모집했고, 861명이 지원해 43.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KAIST는 경쟁률이 37대 1로, 15명 내외 모집에 555명이 지원했다.
 
이는 서울 주요 대학 정시 경쟁률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한국대학신문이 분석한 서울 소재 15개 대학 올해 평균 경쟁률은 5.02대 1이다. 모집 인원 차이는 있지만 GIST, DGIST, KAIST 평균 경쟁률이 41.6대 1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8배 차이다. 

정시 기준 서울대는 경쟁률이 2019년도 3.58대 1, 2020년도 3.4대 1, 20021년도 3.82대 1을 보였다. 연세대는 5.01대 1(2019년)→4.59 대 1(2020년)→3.93대 1(2021년)로 매년 0.5씩 감소했다. 고려대는 4.39대 1(2019년)→4.37대 1(2020년)→3.85대 1(2021년)로 올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방 국공립대의 경쟁률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중부권에 위치한 충남대는 3.90대 1(2019년)→3.76대 1(2020년)→3.30대 1(2021년)로 떨어졌다. 충북대 또한 6.09대 1(2019년)→5.65대 1(2020년도)→4.27대 1(2021년)로 매년 정시 경쟁률이 떨어졌다. 한밭대는 지난해 3.93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정시모집이 올해는 2.74대 1로 집계됐다.

UNIST와 POSTECH은 수시전형으로만 입학생을 선발한다. UNIST는 올해 총 435명을 모집했고, 4077명이 지원해 9.37대 1 경쟁률을 보였다. 작년은 10.01대 1, 재작년은 10대 1을 보였다. POSTECH의 경우 320명 모집에 2224명이 지원해 6.9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6.97대 1, 2019년은 7.3대 1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고등학생(1, 2, 3학년 전체) 수는 153.9만(2018년)→141.1만(2019년) →133.7만(2020년)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0년은 2018년 대비 13%나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는 전국 단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전국 209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3.6 대 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4.6대 1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 '경쟁력' 증명한 과기특성화대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은 강점은 이름 그대로다. 과학기술에 '특화'됐다. 다른 대학들이 교육부 소관인 것과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로 분류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과 교육 여건을 인정 받는다. 

과기특성대학 모두 공통으로 풍부한 이공계 장학혜택이 제공된다. 일정 성적을 유지할 경우 100% 수업료 지원을 받는 점도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의 지원이 증가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외에도 기숙사 제도, 국제화 프로그램, 창업 지원, 소규모 강의 시스템 등 매력 요소가 많다. 

GIST 입학처 관계자는 "과기원은 모집군과 관계없이 추가로 복수지원이 가능한 '군외대학'에 속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진 배경도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으로 갖는 경쟁력이 강하다보니 일반 대학과 같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경쟁률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KAIST를 비롯해 과기특성화대 신입생은 전공 구분없이 무학과로 입학한다. 다양한 융합 수업을 통해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적성을 모르고 들어간 대학에서 시간낭비하는 일을 막아준다. 

KAIST는 1학년 말에 자유롭게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학과마다 정원 제한이 없어 선택과 전과가 자유롭다. GIST는 '학과'라는 개념을 뺐다. 1학년 때는 기초과학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두 개 이상의 '컨센트레이션'을 선택해 공부한다. 포스텍은 입학 후 3학기 동안 전공을 탐색한 후 과를 선택하도록 했다. UNIST는 무전공으로 입학 후 2개 이상의 전공트랙을 이수하면 된다. DGIST는 무학과 단일학부로, 3년 동안 기초과학과 공학 교육, 인문소양, 기업정신을 기르고, 4학년에 진로에 맞는 트랙을 선택한다. 

인문, 사회, 경영, 문화 등 다학제간 융합과 연계도 높여가고 있다. POSTECH은 문이과의 접촉을 늘리기 위해 연세대와 한예종 등과 개방공유 캠퍼스를 제도화했다. 개방공유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으면 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GIST는 음악과 체육 과목이 대학교 저학년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DGIST는 학부생들이 여러 전공을 넘나들며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과학특성화대학의 기숙사 제도와 자유로운 학풍은 실험실 창업, 기숙사 창업으로 이어졌다. 1971년 설립돼 오래된 역사만큼 KAIST는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네오위즈의 장병규, 넥슨의 김정주 등 산업계의 내로라 하는 인사들을 배출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력키로 한 쎄트렉아이도 KAIST 출신 연구자들이 세운 회사다. 

◆ 졸업한 고급인재, 지역 발전 이끌어야

경쟁력 있는 대학은 그 지역의 산업과 발전을 이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학교가 유치한 고급 인력이 '일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졸업 후 지역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김기선 GIST 총장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박사 졸업생 중 지역에 남은 사람이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최근 5년 사이에는 연구기관의 풀이 커지면서 7~80명으로 늘었지만, 그래도 졸업생 전체 비율로 봤을 땐 굉장히 적다"고 밝혔다. 

김무환 POSTECH 총장은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지역에 남아있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바로 벤처기업 생성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벤처동에 총 1조를 투자하고 그중 800억을 건물 짓는 데 쓰고 있다. 벤처기업을 많이 창출하는 것이 인재를 유치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UNIST와 DGIST 역시 지역 기업과의 연계와 창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지역 정착률을 높여나가고자 한다. 

지난 2019년 국내 4대 과기원은 공동사무국을 출범했다. 이들은 현재 '과학기술대학' 모델을 고민한다. 서울,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지만, 경쟁력 있는 대학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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