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는 2월 내 한국형 바이오 랩센트럴 사업을 공모한다는 목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중소벤처기업부는 2월 내 한국형 바이오 랩센트럴 사업을 공모한다는 목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중소벤처기업부가 2월 공모를 목표로 '한국형 바이오 랩센트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도 막바지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랩센트럴 공모 참여를 피력한 시·도는 대전(대덕) 인천(송도) 충북(오송)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초기 단계에 있는 기술만 있어도 랩센트럴에 오면 연구 인프라와 인력 교류를 통해 바이오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랩센트럴(LabCentral)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바이오 창업 육성공간이다. 이 지역에는 대학-연구소-대학병원-벤처캐피털(VC)로 이어지는 바이오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어 창업이 자생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보스턴에는 비영리 바이오 창업 지원 기관인 랩센트럴뿐만 아니라 프랑스 제약회사 입센(Ipsen)이 운영하는 바이오랩스(BioLabs)도 있다.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은 랩센트럴 구축 조건으로 지역 대학병원, 연구소 등 인프라 연계를 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와 융합할 수 있는 기업 역량, 연구 네트워크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보스턴 바이오기업 CEO의 진단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사진=제노스코]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사진=제노스코] 

고종성 제노스코(Genosco) 대표는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랩센트럴 구축이 가능하려면 바이오 창업 생태계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오벤처를 창업해서 성공한 회사들이 지역에 많아야 한다"며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멘토를 해줄 수 있는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종성 대표는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제노스코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바이오벤처다. 그는 1990년대 LG생명과학에 입사해 신약 개발을 주도했다. 당시 개발을 이끈 신약이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다. 이 신약은 매년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 국산 신약이다. 고 대표는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 한국화학연구소 항암제 단장을 거쳐 2008년 보스턴으로 건너가 제노스코를 창업했다. 보스턴 현지에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생태계 형성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재미제약인협회, 재미한인과학자 네트워크 구축에 중심이 됐다.

고 대표는 "랩센트럴에서 창업의 샘을 창출하려면 딥 사이언스(Deep Science)를 하는 연구기관과 대학은 물론 의과학연구원이나 대학병원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면서 "연구에 피 같은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털(VC)과 연결도 용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반경 5마일(8km) 내에 기업-연구소-대학-병원-VC 등으로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고 했다. 보스턴-뉴욕-뉴저지-필라델피아-워싱턴 벨트 상에 글로벌 제약사와 본사가 위치한 점을 덧붙였다. 샌디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도 UC 샌디에이고,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 등이 밀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랩센트럴 특성을 고려할 때 대전에는 다수의 바이오벤처가 있고 연구기관과 대학이 있다"면서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소와 KAIST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과학은 다양성의 집합체"라면서 "대전은 지형적으로 한국의 중심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재가 올 수 있는 여건"이라고도 했다. 다만 벤처캐피털과 연결되는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이승규 부회장 "초기 기술 끌어줄 인프라 중요"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사진=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사진=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랩센트럴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랩센트럴 설립 목적이 초기 기술과 산업화 단계 '중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초기 단계에서 산업화로 이어가는 중간 단계 역할을 하려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거나 앵커 기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랩센트럴은 창업 초기에 개념 검증(PoC·Proof of Concept)만 해주고 다음 단계는 다른 지역이나 글로벌로 갈 수 있도록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대전이 인적 자원과 초기 기술을 사업화로 이어줄 수 있는 출연연과 연구 인프라가 구축된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글로벌 관점에서 역량은 보완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충북 오송은 초기 단계보단 허가를 받는 끝단에 강점이 있다고 봤다. 단점은 인적 자원을 꼽았다.

그는 인천 송도가 인적 자원 수월성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앵커 기업이 위치한 장점을 짚었다. 다만 특정 분야에 드라이브를 거는 대기업 특성상 초기 기술을 산업화로 이끌어주는 역할에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대전 최적지"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사진=바이오헬스케어협회]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은 바이오 창업 특성상 단시간 내 나올 수 없는 점을 들며 랩센트럴 구축 조건으로 출연연과 대학이 인접해야 한다고 했다. 

맹 회장은 "바이오 창업은 대학을 갓 졸업하거나 학위를 받은 사람이 뛰어들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면서 "연구소에서 연구했던 분들이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바이오 창업이 많이 일어나려면 먼저 성장한 벤처가 많이 있어야 한다"면서 "바이오 분야는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가능성 높은 아이템을 가지고 스핀오프(Spin-off)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맹 회장은 "대전은 과거 LG생명과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KAIST에서 나온 창업 기업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면서 "선배 기업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헬스케어협회는 2000년·2005년·2010년·2015년·2021년 대전에서 시기별로 바이오 기업 증가 추세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전은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며 바이오 기업 숫자가 꾸준히 늘어났다.
 

2000년대 대전 바이오 생태계. [사진=바이오헬스케어협회 제공]
2005년 대전 바이오 생태계. [사진=바이오헬스케어협회 제공]
2005년 대전 바이오 생태계. [사진=바이오헬스케어협회 제공]
2010년 대전 바이오 생태계. [사진=바이오헬스케어협회 제공]
2010년 대전 바이오 생태계. [사진=바이오헬스케어협회 제공]
​2015년 대전 바이오 생태계. [사진=바이오헬스케어협회 제공]
​2015년 대전 바이오 생태계. [사진=바이오헬스케어협회 제공]
​
​2021년 대전 바이오 생태계. [사진=바이오헬스케어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