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창업가⑥]허세영 대표, 27세 나이때 창업
모두 안 된다고 할 때···할 수 있는 일 했던 '뚝심'의 사나이
주식처럼, 누구나 1만원으로 건물에 투자하는 서비스 개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루센트블록은 2018년 11월 창업한 핀테크 기업이다. 이 기업은 주식처럼 부동산을 소액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루센트블록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반인이 소유하기 힘든 고가의 상업용 부동산을 쪼개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사진=김인한 기자]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루센트블록은 2018년 11월 창업한 핀테크 기업이다. 이 기업은 주식처럼 부동산을 소액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루센트블록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반인이 소유하기 힘든 고가의 상업용 부동산을 쪼개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사진=김인한 기자]
허세영 루센블록 대표(30)에게 난관은 돌파의 대상이었다. 금융업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에 난관은 필연이다. 자본이 움직이는 업계 특성상 규제 장벽은 높다. 루센트블록은 창업 초기 기술만 알아 맨땅에 헤딩하기 일쑤였다. 지역 기업은 비주류라는 금융권의 보이지 않는 선입견에도 부딪혔다. 

그러나 허 대표는 그럴 때일수록 "왜 안 돼?"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은행·금융업계 사람들을 무작정 찾아 나섰다. 주식처럼 누구나 단돈 1만원으로 건물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소개하고 알렸다. 초기엔 거절하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점차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반신반의하던 이들이 회사에 투자를 시작하고, 금융업계 사람들을 연결해줬다. 허 대표는 난관을 기회로 인식하고 돌파해나갔다.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기업이라면 대부분 강남, 판교, 여의도에 위치해요. 저도 이전을 여러 차례 제안받았고, 금융기관이나 투자기관이 수도권에 있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그런데 어려울수록 대전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모든 환경이 준비된 곳보단 없는 곳에서 뭔가를 일궈나가는 과정이 수확이 크다고 봤거든요. 스타트업은 실패 확률이 99%이고 성공 확률 1%라고 하잖아요. 1%를 2%, 3%로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스타트업 정신이잖아요."

루센트블록은 2018년 11월 창업한 핀테크 기업이다. 이 기업은 주식처럼 부동산을 소액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루센트블록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반인이 소유하기 힘든 고가의 상업용 부동산을 쪼개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소액을 투자해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건물주들은 빌딩을 상장해 현금을 융통하거나 건물 가치를 높이는 일이 가능해진다. 부동산 자본도 현금 유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루센트블록은 현재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신청한 상태로 평가는 막바지에 달했다.

◆美 카네기멜론대 출신, 아마존서 일했던 '수재' 황무지로

허세영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학·석사 모두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이 분야를 전 세계에서 끌고 나가는 대학이다. 그는 석사 이후 아마존(Amazon)과 보잉(Boeing)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그러다가 병역 의무를 다하고자 한국에 들어왔고,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시간을 보냈다. ETRI에서 창업 인큐베이팅 도움을 받았고 개념 검증(PoC·Proof of Concept)까지 마치고 곧장 창업했다. 

"모든 사람이 태어나서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잖아요. 누구도 자기 인생을 조연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저 또한 그랬어요. 사실 병역특례를 마치고 잠시 아팠던 적이 있어요. 그때 많은 생각을 했어요. 오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 인생에서 주인으로서 의미있는 삶이 뭘까. 제가 가진 기술을 가지고 사회에 임팩트를 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투자기관 미팅을 위해 서울로 가는 길에서 도로 블랙아이스를 밟아 중상을 입기도 했다.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느끼니깐 순간순간이 간절해지더라고요. 물론 그런 생각이 조금씩 퇴색하긴 하지만요. 어려움을 겪던 찰나에 KAIST 선배 창업가는 후회 최소화 법칙을 이야기했어요. 누구나 후회하니깐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 할 선택을 하라는 거죠. 그때부터 내일 죽더라도 오늘 이 정도면 최소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루센트블록은 현재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신청한 상태로 평가 단계는 막바지에 달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루센트블록은 현재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신청한 상태로 평가 단계는 막바지에 달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 지역서 만든 값진 '열매'

허 대표는 지난해 서울-대전을 오간 거리만 지구 반 바퀴에 달한다고 했다. 그만큼 국내 금융 산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고, 지역 기업이 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길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대전과 연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높다. 

"저희 비즈니스가 지역에서 서비스된다면 핀테크 분야에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역 임차인들이 열심히 일해서 갑자기 건물을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몇백만원씩이라도 건물에 투자할 수 있다면 최소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갔을 때 그 사람들이 과실을 함께 향유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선 2030 세대들이 부동산 문제에 고민이 많은데, 저희 비즈니스를 통해 부동산 투자로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현재 루센트블록은 신영부동산신탁, 교자산신탁, 무궁화신탁, 하나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KB부동산신탁, 경남은행, 대구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이와 함께 대형 로펌 2곳과도 협력 중이다. 창업 2년반 만에 투자는 20억원 이상 받았다. 투자뿐만 아니라 수십 개가 넘는 기관과 협력 체계를 만들기까지 숱한 거절과 어려움이 많았다. 반복되는 고난 속에서도 그는 회의감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기업 구성원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의 주인인데, 루센트블록이라는 가치를 보고 인생을 건 분들이 저 말고도 여럿 있어요. 실패한다면 그분들에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얘기하는 건 합리화일 뿐이라고 봐요. 결국은 팀원들에게 잘해야 하는데, 방법은 한가지밖에 없더라고요. 이 분야에서 성공해야 합니다. 팀원들이 짧고 긴 인생을 걸고 베팅한 만큼 인생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찍도록 하고 싶습니다. 회사가 잘 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비즈니스가 안 되면 좋은 추억이라고 회자될 순 없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늘도 이곳에 제 인생을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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