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
"서울도 아닌 대덕만 가능한 딥테크 창업"
"연구팀 창업 이상적, 시작점 자체가 앞서"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은 "대전 지역에서 가장 이상적인 창업은 출연연에서 10년 정도 연구했던 사람들이 팀 단위로 창업하는 것"이라면서 "연구팀 기반 딥테크 창업은 대전만 가능한 창업이고, 연구팀 멤버들이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공통의 기반이 있다"고 했다. 이어 "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은 "대전 지역에서 가장 이상적인 창업은 출연연에서 10년 정도 연구했던 사람들이 팀 단위로 창업하는 것"이라면서 "연구팀 기반 딥테크 창업은 대전만 가능한 창업이고, 연구팀 멤버들이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공통의 기반이 있다"고 했다. 이어 "연구소에 1000명 있다면 1000명 다 창업할 이유도 없고 50명, 10명 정도만 창업해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면서 "딥테크 창업은 이미 기술과 특허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출발선 자체가 남들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지난 8일 쎄트렉아이 대전 본사.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 사무실 책상에는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이 절반가량 펼쳐져 있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기술 혁신을 거듭하면서도 시장에서 지위를 잃는 딜레마를 분석한 책이다. 최근 쎄트렉아이는 위성 분야 사업 확장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잡으며 규모를 키웠지만 박 의장은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 모색에 여념이 없었다.

쎄트렉아이는 1999년 창업한 위성 전문기업이다. 한국 최초의 위성 '우리별 1호'를 1992년 쏘아 올린 연구자들 중심으로 설립됐다. 당시 KAIST 학생들이었던 쎄트렉아이 구성원은 1989년 영국 써리대학교에서 위성 설계와 제작 기술을 배웠다. 기업 설립 이전부터 10년 이상 연구팀이 함께 호흡한 것이다. 연구팀이 공동 창업하고 지난 20년 동안 위성 본체, 지상 시스템, 전자광학 탑재체 등 기술을 축적했다. 이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축적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향후 위성 통신 시장 개척에 나설 전망이다. 
 
쎄트렉아이 역사는 여느 창업 사례와는 다르다. 창업 전부터 10년 이상 연구팀이 호흡했고 딥테크(Deep Tech)라는 기술 중심 창업으로 외연을 넓혀왔다. 누구나 뛰어들 수 있지만 아무나 설계·제작할 수 없는 초소형 위성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가했다. 기술 축적 20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 발행 주식의 20%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취득을 통해 약 30% 지분을 확보했다. 그간에 없던 사례다. 박성동 의장을 만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연구자-창업-대기업 투자 유치까지 성공한 창업 사례로 평가되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는 아직도 창업은 팔자에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쎄트렉아이)한테 창업은 수단이었을 뿐이었죠. 30년 전하고 지금하고 바뀐 건 하나도 없어요.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에요. 여전히 위성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창업'이라는 건 막연한 걸 구체화하면서 기업이 성장하고 돈을 버는 일이죠. 저희는 사실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아 있습니다. 돈이 동기부여가 됐던 것은 아니었죠. 

Q. 반대로 돈이 동기부여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도 볼 수 있지 않나. 

맞아요. 대학 생활할 때만 해도 일반적인 KAIST 출신 인생 경로는 졸업하면 대학원 가서 박사 학위 따고 연구자 생활하다가 연구자나 교수를 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故 최순달 교수님이 저희에게 끼친 영향력이 컸어요. 30년 전 우리나라에서 위성을 만들어본 적도 없고 위성을 배울 수 있는 선생님도 없었으니까요.

최순달 교수님이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정신 교육을 바짝 시켜 주셨죠. 영국으로 25명을 유학 보내면서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하셨어요. '우리나라 위성 기술 만큼은 너희들이 중심이 돼서 이끌어야 한다'고 책임감을 많이 심어주셨어요. 그제야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았던 것이고요.  

저희가 늘 생각하는 건 그때 느꼈던 가난한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아무것도 없는, 기술 기반이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위성을 만드는 기술 만큼은 우리 후배들한테 비참한 현실을 물려주지는 말아야겠다. 위성 분야는 중후 장비를 만들기 때문에 기술의 성장 속도가 굉장히 느린 분야거든요. 몇 십년 기술이 쌓여야 꽃을 피우는 분야죠. 창업해서 바로 꽃 피우는 분야는 아니에요.

우리 후배들이 향후 이런 일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때 최소한 비참한 느낌으로 맨바닥부터 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기술 기반을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세계 나가서 1등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정도는 해야 후배들이 미국이나 유럽과 기술 경쟁할 수 있도록 일하고 있는 거죠.

Q. 쎄트렉아이 역사가 KAIST나 연구중심 대학에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요. IT(정보기술) 분야는 대학생들이 얼마든지 창업할 수 있어요. 그러나 소위 말하는 딥테크(Deep Tech), 기술 중심의 창업이라는 건 학부 과정을 다니면서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에요. 저는 KAIST를 포함 연구 중심 대학이나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가능하면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마친 다음 연구소 경험을 쌓고 마흔 정도에 창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보통 창업 성공 사례로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등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우리나라하고 미국하고 창업 생태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다니던 친구들이 위성, 로켓을 만든다고 나와서 그걸 바로 만들 수 있지는 않아요. 반면 미국은 이미 기술이 축적되어 있고 아웃소싱할 기술들이 많이 깔려 있죠.  

우리나라에서 IT 분야 창업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능력이 있으면 몇 조원 짜리 기업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대학 졸업한 친구가 전기자동차를 만든다고 상상할 수는 없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창업은 공부를 할 만큼 하고 연구개발도 해보고 그 과정에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자연스럽게 보고 규모 있는 창업이 좋겠다는 겁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해야 한다고 봐요. 

Q. 그럼에도 업력이 길지 않은 초소형 로켓이나 우주 분야 스타트업 서너 개가 눈에 띄는데.  

상대적으로 우주 분야 창업은 쉬워요. 투자받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지속가능한 모델로 만드느냐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예요. 관건은 위성이나 로켓을 만들어서 우주에 올려서 동작한 실적이 되게 중요해요. 실제 우주에 올라가는 위성, 로켓 하드웨어를 만드는 건 상당한 기술이 요구되고 어려운 일입니다. 오히려 위성, 로켓에서 나온 데이터를 이용해 부가 서비스를 하는 건 성공 기회가 높습니다. 데이터 진입에 대한 기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노스페이스 경우는 김수종 대표가 박사 학위를 했고, 학위를 하면서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했습니다. 이스라엘에 가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하고, 한화에서 몇 년간 경험을 쌓았어요. 그리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창업을 같이했고요. 이 분야에서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페리지항공우주는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봅니다. 

Q. 오히려 딥테크를 가진 출연연 연구자에게 메시지가 된다는 의미인가.

그렇습니다. 대전 지역에서 가장 이상적인 창업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면 출연연에서 한 10년 정도 연구했던 사람들이 팀 단위로 창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봅니다. 같은 팀이나 실에 있던 연구자들이 10년 정도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가능성이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정부는 더이상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지만 연구자들이 볼 때 분명 잠재적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러면 개발에 필요한 돈은 벤처캐피털(VC)로부터 받으면 됩니다. 좋은 기술 모델을 가지고 투자받는 건 예전처럼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옛날처럼 맨날 보고서 쓰고 제안서 쓰는 안타까운 시간을 줄이고 진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한 분야에서 기술을 쌓은 분들 정도면 고객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다 압니다. 그분들이 안 나오면 우리나라 기술 기반 창업이라는 문화는, 특히 대전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Q. 안정적 연구 활동을 지향하는 출연연 특성상 가능할지 의문인데. 

투자 환경이 과거 20년 전하고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 후반 경제 위기를 경험하면서 창업 붐이 일어났죠. 2000년대 초반 대덕연구단지에서도 창업 붐이 일어났어요. 100개도 넘는 기업이 나왔는데 많은 회사가 좋지 않은 결과로 마무리됐죠. 그러다 보니깐 창업해서 성공하는 것보단 괜한 짓 해서 패가망신하지 말자는 식의 잘못된 선입견이 이어진 경우가 있어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런데 과거와 현재 가장 큰 차이 하나는 한 번 창업해서 성공해본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거예요. 2000년대 초 창업해서 돈을 벌어본 사람들이 2010년대부터 창업 액셀러레이터로 역할 하기 시작했어요. 김철환 KITE창업가재단 이사장,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지금은 창업한다고 하면 물어볼 사람이 있고 투자받을 곳도 있습니다. 창업에 대한 환경 자체가 좋아졌습니다. 

1998년 경제 위기를 생각하다 보니깐 창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어요. 그분들에게 창업이라는 옵션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꿈을 펼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 된다는 걸 생각할 기회가 없었어요. 연구소에 1000명 있는데 1000명 다 창업할 이유도 없습니다. 저는 50명, 10명 정도만 창업해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봐요. 논문 쓰는 게 인생의 가장 큰 의미라는 분을 등 떠밀어서 창업시킬 필요도 없죠. 

대전 지역에서 출연연별로 대표 창업 케이스를 보면 성공한 케이스도 많아요. 연구소에 딱딱한 제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분들이 창업하는 경우를 봤어요. 창업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연구소라는 곳이 관료화되어 가고 시키는 연구만 해야 하고, 소위 말하는 연구 '똘끼'를 발현할 기회가 없으니깐 밖에서 기회를 찾죠. 그런 분들에게 창업이라는 건 꿈을 펼칠 하나의 수단입니다. 

Q. 딥테크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차별점으로 보인다. 

큰 차별점입니다. 바이오, 우주, 국방, 소재 분야는 가볍게 창업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에요. 정말로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원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창업해야만 승부가 나는 곳입니다. 그런 창업을 통해서 세상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예컨대 공기 중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마스크 제작, 인공 강우, 공기질 정화 등이 있다고 보면 공기질을 정화하는 일은 소프트웨어로 해결될 일은 아니에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죠. 소위 말하는 배운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연구소에서 안정된 직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안주하는 마인드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봅니다. 

Q. 출연연 연구자들은 제도가 문제가 많다는데.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 하긴 하죠. 그러나 지금 창업 제도는 괜찮습니다. 창업 휴직을 3년 할 수 있어요. 출연연에 따라 한 번 더 연장할 수도 있어요. 창업하고 안 되겠다 싶으면 접고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기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뽑았으니깐 무책임할 수는 있어요. 

그래서 창업 휴직하기 전까지 사업에 대한 계획을 완벽히 갖춰놓고 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3년에서 6년 사이면 승부를 볼 수 있습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경우는 창업 휴직 전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Q. 딥테크 창업은 보통 스타트업과 성질이 달라 성장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시제품) 정도는 연구소에서 미리 해놔야 합니다. 일반적인 창업이라는 건 창업자가 아이디어와 핵심 기술을 가지고 창업합니다. 그다음에 팀을 만들고 사람을 뽑고 초기 단계에 투자금을 받죠. 

그런데 연구자들은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학회나 전시회에서 잠재적인 고객이 누군지 발굴이 돼 있습니다.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황에서 창업이 가능하다는 거죠. 연구자 5명이 팀을 이뤄 공동 창업한다면 투자받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오랜 기간 연구비가 투입됐고 기술이 쌓였다고 평가하기 때문이죠. 

딥테크 분야는 5년 내지 10년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연구개발했기 때문에 기술도 있고 특허도 있습니다. 출연연 분들이 기술을 다른 기업에 이전합니다. 저는 이 연결고리가 잘못됐다고 봐요. 그게 아니고 자기가 창업해야 한다고 봐요. 연구자 혼자가 아니라 팀 단위로. 이미 개발된 기술과 지식재산(IP)이 있기 때문에 시작 자체가 훨씬 앞서 있습니다. 

물론 창업이 싫다고 해서 남는 사람도 있고 3년 정도 해서 안 되면 돌아오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출연연에서 기술 사업화라는 방식이 기술 이전, 연구소기업, 창업이라는 3가지가 있죠. 저는 연구자가 창업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쎄트렉아이도 연구팀 창업 사례인데 장점은 뭔가. 

장점 많습니다. 저는 연구팀 기반 딥테크 창업이 대전에서만 가능한 창업이라고 봅니다. 우수 인력들이 함께 창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창업 멤버들이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공통의 기반이 있죠. 기술이든 실적이든.

저희는 10년 동안 같은 팀으로 위성을 세 번이나 만들어봤어요. 창업해도 위성을 3번 만들어봤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연구팀이 창업하면 처음부터 사람을 뽑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월급을 못 주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공동 창업이니깐 미래를 도모할 수도 있습니다.

Q. 반대로 연구팀 창업이어서 어려웠던 점은.

인재 채용입니다. 저희는 25명이 시작했어요. 일을 하다 보면 추가로 사람을 뽑아야 하죠. 그런데 이미 주요 멤버들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기에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창업 데스밸리라는 건 돈하고 시장도 있지만 사람 관점에선 초기에 팀 빌딩을 어떻게 하느냐도 있습니다.

조직이 외연을 넓히면서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을 때 기존에 있던 사람들하고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채용한 사람이 아무리 재주 있는 친구라도 딥테크를 수십년 연구한 사람보다는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연구자들은 대개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면 공대, 자연대를 나오거나 대학원을 졸업했죠. 말 한마디를 해도 연구실에서 이야기하면 전부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창업해서 외부 사람을 뽑으려면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을 뽑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Q. 쎄트렉아이가 20년 넘게 가시밭길을 걸으면서도 얻은 열매는. 

창업하고 제일 좋았던 건 자유예요. 프리덤(Freedom). 연구비를 받고 일할 때는 국가 예산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써야 합니다. 뭘 하나 구매하려면 견적을 받아야 하고 규정이나 이런 것들을 살펴보고 해야 할 일들이 많죠. 그리고 연구비를 받기 때문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도 많고 때로는 내일까지 자료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규정에 안 된다고 막히는 일도 많습니다. 

저희가 창업하고 나니깐 누가 뭐 해달라는 사람이 없던 거죠. 그다음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우리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큽니다. 예컨대 초소형 로켓을 국가 예산으로 개발한다면 로켓이 안 터진다는 걸 보장해야죠. 그러면 몇 달에 걸쳐 위원회를 구성하고 리뷰하고 방화벽, 소방설비를 어떻게 갖출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니깐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 것보다 부수적으로 써야 하는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정부에 돈을 받아서 위성을 만든다고 하면 계획서를 써야 하고, 예산 처리라는 게 있기 때문에 봄에 예산에 넣으면 가을에 통과하고 내년 봄에 나오죠. 어느 정도 규모가 있으면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기획 연구, 경제성 조사를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몇 년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저희는 어떤 위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면 모여서 빨리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모여서 준비되는 대로 다음 주라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습니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민간에선 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자율성과 자유라는 것이 저희가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된 원동력입니다. 
 
Q. 출연연 연구자 분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소위 '똘끼' 있는 사람들은 돌파구를 만듭니다. 이미 짜인 테두리를 수용하는 순간 동물원에 있는 맹수가 되는 것이고 맹수의 기질이 살아 있는 사람은 여전히 연구소 안에서도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봅니다.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창업이 될수도 있고요. 아니면 자기만의 목적을 세우고 연구를 한다거나 다른 길을 가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Q. 어떤 분으로 기억되고 싶나. 

기억에 안 남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초기에는 화도 많았어요. 저는 운이 좋았고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친구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을 뿐입니다.

저는 나중에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냐...누군가 필요할 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위 '나 때는 말이야' '그러면 안 된다' '그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 아니고 그 사람이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 물론 이런 생각도 계속 바뀝니다.(웃음)

Q. 창업이란. 

준비된 창업만이 실패하지 않는다. 때로는 준비된 창업도 실패한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필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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