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科技특성화대학 인터뷰] ①김기선 GIST 총장
"AI융복합단지와 시너지, 산업육성해 지역 발전"
"과기인, 호시우보 정신으로 우직하게 나아가야"

김기선 총장은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을 GIST 운영 철학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역발전에서 과기특성화대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대덕넷]
김기선 총장은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을 GIST 운영 철학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역발전에서 과기특성화대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대덕넷]
"지역에서 사랑받는 학교가 진짜 좋은 학교죠. GIST는 지난 25년간 축적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 지역 기업과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올해 개원한 AI대학원은 전원 창업을 목표로 지역 성장을 견인할 것 입니다."

김기선 총장은 GIST의 강점으로 지역과의 상생을 꼽았다. 지나온 역사도 그래왔다. GIST는 '광(光)산업'을 육성해 광주의 대표산업으로 발전시켰다. 빛 고을 광주에 진짜 빛 산업을 심은 셈이다.

GIST의 다음 목표는 인공지능(AI)이다. AI 중심축으로 지역을 우뚝 세우겠다는 의지다. 시동은 걸렸다. 2019년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공모시 GIST는 지자체, 기업, 정치인과 똘똘 뭉쳐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을 신청했다. 덕분에 예타가 면제된 국가사업으로 확정됐다. 그리고 지금 'AI융복합단지'가 건설되고 있다. GIST에서는 불과 700미터 떨어진 곳이다. 

GIST는 최상의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판을 짰다. GIST는 AI대학원에서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노린다. 김기선 총장을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 '지역'을 살리는 학교

김 총장은 "우리의 큰 그림은 AI를 도구로 활용해 광주의 산업구도를 재구성하는 것"이라며 "필요한 것은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큰 도구, '빅 인스트로먼트'다. GIST는 AI전문가들을 모으기 위해 'AI산업 클러스터링'을 준비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AI 융복합단지의 핵심시설은 AI 데이터센터다. 수많은 데이터와 계산을 처리하는 AI연구개발에 필수적인 '고속 계산능력'과 '대용량 저장공간'을 제공한다. 계산능력은 세계 10위 수준으로, 현존하는 국내 최고 슈퍼컴퓨터보다 세 배 이상 성능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4일 착수식을 마치고, 정부와 NHN이 총 3000억원을 투입해 구축 중이다. 

AI 핵심인프라가 조성되면 연구자, 기업가, 대학교수, 학생, 투자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광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장은 "GIST AI대학원에 서울대 교수가 겸직하는 이유도 바로 옆에 있는 수 천 억원 규모의 컴퓨터를 함께 쓸 수 있기 때문이다"며 "앞으로 AI를 키워서 광주 자동차 산업과 에너지 산업, 디지털 헬스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짧게는 10년 이상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GIST가 지역 산업의 요람이 된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광주는 광(光)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그 시작은 GIST 교수의 역할이 컸다. 지금은 고인이 된  GIST 제1호 교수, 광주광산업의 아버지 백운출 교수다. 백운출 교수는 AT&T Bell연구소에 근무하며 광섬유, 레이저와 광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했다. 백 교수의 GIST 부임에 지자체에서는 광주 발전을 위한 연구를 요청했다. 지역과 중앙정부 정책 행정가들의 GIST 방문이 이어졌다. 

백 교수는 학교내 전자컴퓨터 학부C동 310호에 있던 ERC초고속광네트워크센터의 성과 전시물들을 보며 광주에서 광산업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말은 씨앗이 됐다. 광주 첨단단지를 중심으로 광산업이 뿌리내렸고, 2010년도에는 지역과 국가 광산업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특히 백 교수의 광섬유 개발로 우리나라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이 가능했다. 

GIST는 학교차원에서 산업계와 교류도 활발하게 펼쳤다. CEO들과의 모임이 정기화되며 GIST와 기업간 소통도 다양하게 이뤄졌다. 지원기관과 연구기관과도 밀접한 교류를 하며 광산업 발전에 힘을 모았다. 광통신, 광반도체, 광응용 등 광산업은 광주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김 총장은 "지난번 광산업 때는 지역이 먼저 나섰다면, 지금은 GIST가 먼저 AI 융복합단지 마스터플랜을 그리고, 시를 설득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덕분에 지역과의 관계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선 GIST 총장은 AI대학원 졸업생 전원이 창업하고, 10년 뒤 2~3개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로 삼았다. [사진=대덕넷]
김기선 GIST 총장은 AI대학원 졸업생 전원이 창업하고, 10년 뒤 2~3개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로 삼았다. [사진=대덕넷]
◆ AI 대학원, 졸업생 전원 창업 목표

"미국 유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기술 창업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호텔 로비에 잠재 투자자 몇분이 오셨고 그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설마 누가 투자하겠어'라고 반신반의했는데 허름한 외투를 입은 할아버지가 멋진 기술을 기대한다며 개인수표를 써주셨어요. 우리도 놀랐죠(웃음). 요즘 표현으로 엔젤 투자를 받은 것이죠." 

김기선 GIST 총장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창업 경험을 공유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창업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과학기술의 꽃, 지역 성장의 동력이라는 생각에서다. GIST가 AI대학원을 유치하면서 목표로 삼은 것도 졸업생 전원 '창업'이다. 인재를 유치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김 총장은 "우리는 AI대학원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창업 할 생각을 하고 들어오라고 말한다. 박사, 연구소에 취직하는 것보다 배수의 진을 치고 창업할 사람만 올 수 있다"면서 "250명의 졸업생 모두가 창업하는 게 우리 원칙이다. 그 중 10%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2~3개의 기업이 유니콘으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1~3학년 차에는 AI 기초 핵심 이론과 실습, 인턴 경험, 글로벌 협업과 창업 기본을 가르친다. 4~5학년 차에 AI 실증 중심의 산업밀착형 연구를 수행하거나, 관련 분야로 창업을 유도한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창업을 잘 하는 국내외 기관에서 실질적 교육훈련을 받는 인턴십 과정도 지원한다. 

GIST는 어떻게 AI대학원을 창업에 특화시킬 수 있을까. 김 총장은 GIST 고유의 창업교육과 지원 프로그램, 경험을 꼽았다. GIST는 창업캠프, 창업미니스쿨, 창업세미나 등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창업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들도 유치했다. GIST 내 위치한 산학협력연구동에는 선보엔젤파트너스와 회계 관련된 컨설팅 회사 등이 입주해 있다. 

◆ 정주여건 등 연구 집중 환경 마련

GIST는 출범 초기부터 연구자를 위한 환경, 정주여건 조성에 힘썼다. GIST의 교수진, 연구자, 학생 모두 패밀리하우징에 거주한다. 김 총장은 "GIST 학생들과 연구자들은 모두 이곳에 산다. 결혼한 학생이 학교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GIST 초창기에도 우리학교는 100채의 패밀리하우징을 짓고 정주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야심차게 기획한 '지스트 영 사이언티스트(GYS)'제도도 있다. 박사후연구원들이 독립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R&D 과제를 지원한다. 또 250억원을 투입해 영사이언티스트 빌딩을 건설하고, 지역산업을 중심으로 함께하는 체계적인 포스닥 연구 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서울대, 고려대, KAIST 등 겸직교수 제도를 활용해 협력교류를 확대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를 파트너로 공동연구와 학생 교류를 하는 등 글로벌 협력도 진행한다. GIST는 MIT와 AI기반 파일럿 협력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GIST는 작지만 강한 학교로 평가된다. 한 학년이 200여 명으로 구성된 'GIST대학'은 전인교육을 중시한다. 지역 사회 문제, 사회적 약자 등에 관심을 갖고 논문 주제로 지원하고 있다. 또 학부생은 음악, 미술분야 2학기, 체육분야 2학기를 필수로 배우며, 예체능 수업은 각 학생의 수준에 맞게 1:1 맞춤 지도로 운영된다.

김 총장은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한데 그런면에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하며 지역발전에 맞는 생태계 조성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이공계 대학이 소홀하기 쉬운 인문사회과목도 강화하며 전인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끝으로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인은 자신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바르게 일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면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변화에 따른 윤리적 문제의 1차적 책임자는 '과학기술인'이다. 제대로 보면서 우직하게 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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