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신임 총장 8일 취임식
실패, 성공으로 재해석하고 도전 장려
"창업, 부작용 날 정도로 지원하겠다"
"최고보다 최초, 정답 찾기보다 질문"

이광형 KAIST 신임 총장이 8일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광형 KAIST 신임 총장은 첫 등장부터 남달랐다. 그는 취임사에서 "전공 공부 10%를 덜하고 그 시간에 인성과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 "실패를 성공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KAIST 창업지원기관에 부작용이 날 정도로 지원하겠다" 등 파격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이 총장은 8일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래 50년을 위한 KAIST 신(新)문화 전략'을 이같이 발표했다. 그는 KAIST에선 정답을 푸는 인재가 아닌 문제를 만드는 인재, 질문하는 인재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런 학풍(學風)에서 '최고보다 최초' 연구가 나오고 창업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이날 KAIST 총장으로서 '재정 자립'에 대한 구상을 내놓으며 이목을 끌었다.
 

이광형 KAIST 신임 총장은 그동안 남다른 사고를 중시하며 '괴짜 교수'라고 불렸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공부를 덜 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창업은 부작용 날 정도로 지원하겠다" 등 파격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총장 취임까지 가족 헌신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광형 KAIST 신임 총장은 그동안 남다른 사고를 중시하며 '괴짜 교수'라고 불렸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공부를 덜 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창업은 부작용 날 정도로 지원하겠다" 등 파격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총장 취임까지 가족 헌신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 과학+인문·사회·예술

이 총장은 "질문하는 인재 양성을 가장 중심에 두고자 한다"면서 "학생들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면서도 인류와 국가를 위해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르고 작은 일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KAIST 학생들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한다"며 "전공 공부 10%를 덜하고 그 시간에 인성과 리더십을 키우고 소명 의식을 깨닫도록 교육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에 따르면 KAIST는 앞으로 인문사회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KAIST는 교내에 미술관 건립을 시작으로, 인문사회과학부를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각 수업에선 1학기 동안 교수가 전공에 상관없이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이를 학생들이 읽고 토론하는 문화를 권장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그동안 이 총장은 KAIST 학생들에게 경쟁보단 '남과 다름'을 강조해왔다. 남과 다른 사고를 하려면 전공 공부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예술 감각과 휴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때문에 KAIST 캠퍼스에 2001년 거위를 데려왔고, 2019년부터는 학생들이 버스킹(거리 음악공연)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 바 있다.

◆ 창업 드라이브, 재정자립

이 총장은 이날 재정 자립에 대한 구상도 내놨다. 역대 총장들 대다수가 취임식에서 정부의 지원을 부탁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그는 KAIST에서 연구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창업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KAIST가 재정 자립을 일궈내고 자율 예산을 통해 미래를 개척하는 분야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은 재정 자립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KAIST 내부 창업지원기관을 재설계해 전폭 지원하겠다"며 "부작용이 날 정도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KAIST가 1000억원 정도는 쥐고 있어야 새로운 분야에 적극 투자할 수 있다"며 "기술사업화뿐만 아니라 연구실 하나에 벤처 하나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도전 과정에서 나오는 실패를 성공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 실패는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실패연구소를 세워 실패는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해석해 두려움 없이 도전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 최고보다 최초

이 총장은 "최고보다 최초를 강조하겠다"면서 "남과 다른 사고(思考)를 하는 사람을 우대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학생들이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고 차별화된 자신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면서 "스스로 무엇을 연구할지 찾고 정의해서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기업과 연구소가 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시대"라면서 "KAIST는 조금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AIST는 모두가 AI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다음과 너머를 생각해야 한다"며 "AI가 일상화된 20년 후를 상상하면서 그 시대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과거 삼성에 소니, SK하이닉스에 인텔은 넘볼 수 없는 산이었고 빌보드 차트 100은 우리나라 음악가에게 상상하기 어려운 분야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소니와 인텔을 넘어섰고 BTS는 빌보드를 정복했다"고 했다. 

그는 "KAIST에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가 높은 산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지금 어떤 결심을 하고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된다고 믿으면 이미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KAIST가 아직 세계 일류 대학이 안 됐다고 하는데, KAIST 구성원도 세계 일류 대학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의지가 없는데 어떻게 했겠나, 삼성 SK하이닉스 BTS도 했는데 KAIST는 왜 세계 1위가 안 되겠냐"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밤하늘엔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다"면서 "KAIST는 고유한 빛깔을 내는 독특한 별빛으로 밤하늘에 빛나야 하고, 학생들은 친구와 경쟁보단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KAIST는 미래로 전진하자는 취지로 신임 총장이 북을 치는(타고) 전통이 있다. 이를 '전진의 타고'라 한다(왼쪽 상단 사진). 이광형 총장은 김우식 KAIST 이사장과 12번 북을 쳤다. 이날 취임식은 위 사진과 같이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진행됐다. [사진=김인한 기자] 
KAIST는 미래로 전진하자는 취지로 신임 총장이 북을 치는(타고) 전통이 있다. 이를 '전진의 타고'라 한다(왼쪽 상단 사진). 이광형 총장은 김우식 KAIST 이사장과 12번 북을 쳤다. 이날 취임식은 위 사진과 같이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진행됐다.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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