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학석사 등 눈길끄는 입사자 배경
"영상처리·AI 특화된 기술력" 매력요소 꼽아
최명진 대표 "재밌는 근무 환경, 대학원 연계도 고려"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컴인스페이스에 입사한 정지원 미래기술개발부 연구원(왼쪽)과 김호현 기업부설연구소 주임연구원(오른쪽).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컴인스페이스에 입사한 정지원 미래기술개발부 연구원(왼쪽)과 김호현 기업부설연구소 주임연구원(오른쪽).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대덕연구단지가 낳은 벤처기업 '한컴인스페이스(대표 최명진)'. 직원 수 72명, 매출규모 74억원 규모로 지역에 위치한 작은 항공우주 벤처다. 지역벤처 대부분이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이곳에 해외 유학파 인재들도 속속 몰리고 있다. 전체 인력 중 59명이 연구자, 그중 7명이 해외파다. 비결이 뭘까. 

한컴인스페이스는 위성 통신 지상국을 구축·운영하고 AI 기반의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에 입사한 두 명의 연구원을 만났다. 김호현 기업부설연구소 주임연구원과 정지원 미래기술개발부 연구원. 

이들은 회사의 매력요소를 '기술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머신러닝, 딥러닝, AI, 자율주행 등 미래 혁신을 이끌 기술의 최전선에서 이를 익히고 개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한컴인스페이스라는 것이다. 기술이 있는 곳에 인재들이 모인 셈이다. 
 

정지원 연구원은 미국 유학시절부터 프로그래밍과 머신러닝에 관심이 많아 한컴인스페이스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정지원 연구원은 미국 유학시절부터 프로그래밍과 머신러닝에 관심이 많아 한컴인스페이스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 위성·드론에 특화된 '영상처리기술'

정지원 연구원은 미국 UCLA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정 연구원은 "프로그래밍과 머신러닝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당시)'인스페이스'를 알게 됐다"며 "특히 인스페이스가 가진 영상처리 기술과 AI기술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이름이 아닌 기술력을 먼저 봤다. 회사에 지원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규모나 인지도와는 관계없이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이곳에 와서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영상을 분석, 운영, 활용하는 데 특화된 기술력을 가졌다. 김민재 미래사업혁신팀 팀장은 "이는 한컴인스페이스가 보유한 지식재산권 수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력으로 한 '영상처리' 특화 기술에만 지식재산권 88건을 보유 중이다. 김 팀장은 "기업 단위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숫자"라고 덧붙였다. 

한컴인스페이스는 항공우주영상을 활용해 농지 면적을 계산하거나, 작황 면적과 같이 토지를 분류하고 변화 지역을 분석한다. AI를 기반으로 수확량을 예측할 수도 있다. 레이다영상 정보로 바다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를 탐지해 오염면적을 산출하거나, 선박을 탐지하는 기술도 보유했다. 
 

한컴인스페이스 사무실 전경. 한컴인스페이스는 항공우주 분야의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최명진 연구원이 2012년 2월 창업을 결심하고 나온 '우주 스타트업'이었다. 임직원 5명으로 시작해 올해 직원 72명으로 직원수만 14배 늘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 AI·자율주행 R&D 한 발 먼저 뛴다

김호현 연구원은 러시아 모스크바 바우만 공대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한컴인스페이스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영상처리 분야에서 모델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연구원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며 "인공지능에 꾸준히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컴인스페이스를 알았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인공지능 공부를 많이 한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세미나가 열려 실무자들이 기술을 공유한다"고 소개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알파고' 붐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AI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2019년에는 대전에서 '함께하는 딥러닝 컨퍼런스'를 개최해 500~600여 명의 연구자들과 함께 AI를 공부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김호현 연구원은 "재밌다. AI 쪽으로 박사 과정을 밟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실무를 먼저 배우고 싶어 이곳에 왔다"며 "학생 때는 알파벳을 배웠다면, 이곳에서는 문장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신의 최명진 박사가 2012년 2월 창업해서 만든 '우주 벤처'다. 지난해 9월 한글과컴퓨터그룹에 인수되면서 '인스페이스'였던 이름에 '한컴'이 더해졌다. [사진=한컴인스페이스 제공] 
한컴인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신의 최명진 박사가 2012년 2월 창업해서 만든 '우주 벤처'다. 지난해 9월 한글과컴퓨터그룹에 인수되면서 '인스페이스'였던 이름에 '한컴'이 더해졌다. [사진=한컴인스페이스 제공] 
최명진 대표 역시 우수한 인재들이 한컴인스페이스를 선택한 이유로 '기술적 트렌드'를 꼽았다.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분야에 꼭 필요한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테슬라는 광학카메라 6~8개를 차에 달고, 영상을 동시에 취득하며 주변 장애물을 파악한다. 이런 핵심 기술을 '비주얼 슬램'이라 하는데, 우리 회사가 이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망있는 기술에 흥미를 느낀 친구들이 우리 회사를 찾아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민재 팀장은 "사업분야가 전문적이고 또 '항공우주' 분야라 채용에 진입장벽이 크고 인력 구하기도 힘든 편"이라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에는 국내에서 인력들을 주로 채용했지만, 작년부터는 콜로라도 주립대, 뉴욕 주립대, 모스크바 국립대, 시카고 대학, UCLA 등 해외 유수 대학에서도 인력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최 대표도 "요즘은 대기업도 좋은 인재를 뽑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는 인재를 참 잘 뽑았다"고 자부했다.

한컴인스페이스 앞으로 목표는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인재를 육성하며 기업도 구성원도 같이 성장하는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최 대표는 "젊은 연구자 대부분 새로운 기술에 흥미가 많고 도전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다"고 소개하며 "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더 재밌게, 잘 할 수 있는 개발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카이스트와 연계해 대학원을 보내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