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치안진흥센터'출범, 문제 발굴·연구 및 해결
'폴리스랩' 통해 한국형 기술개발로 치안산업 확대
최귀원 소장 "국내 치안과학 전략 전무, 기틀 마련할 것"

과학치안진흥센터 1대 소장으로 임명된 최귀원 박사는 "과학기술과 경찰청 가교역할을 통해 과학기술 중심 치안전략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과학치안진흥센터 1대 소장으로 임명된 최귀원 박사는 "과학기술과 경찰청 가교역할을 통해 과학기술 중심 치안전략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높은 수준에 있지만, 치안 접목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경찰 인력 확대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신종범죄가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치안 관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 토대를 만들어 최종 결과물을 상용화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나라 치안은 꽤 안전한 편이다. 북한과 전쟁 중인 나라로 알려져 세계 랭킹 열 손가락에 들지 못하지만, 여행을 오거나 일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대부분은 한국을 안전한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치안이 안전하다고 해서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텔레그램 N번방, 전화금융사기 등 신종범죄가 사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찰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점점 교묘해져 가는 범죄를 해결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경찰청은 치안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을 택했다. 지난해 KIST와 MOU를 통해 (재)과학치안진흥센터를 출범시켰다. 경찰청 소속인 센터는 KIST내 둥지를 텄다. ▲치안 연구개발 사업의 효과적 관리 ▲과학치안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치안산업 육성 지원이 목표다.

1대 소장으로 임명된 최귀원 박사는 "과학기술계와 경찰청의 가교역할을 통해 과학기술 중심 치안전략을 선도하고 국민 안심사회를 구축하겠다"며 "과학기술계는 치안에, 경찰도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전무한 치안과학 전략 및 정책···"기틀 마련해 과기 치안전략 선도 할 것"

"치안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센터가 KIST에 자리 잡은 만큼 연구자들에게 치안과 과학기술 접목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합니다."
 
최 소장에 따르면 경찰청이 치안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것은 2014년 시행된 경찰법령 '제8장 치안 분야의 과학기술진흥' 신설이 시작이다. 경찰청은 법령에 따라 치안에 필요한 연구와 실험, 조사, 기술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첫해 20억이던 예산은 2021년 500억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절대 액수가 큰 편은 아니지만, 경찰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치안 분야의 과학기술 중요성을 공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찰청 내에는 25배 성장한 예산을 관리할 전담부서가 없었다. 재단이나 대학기관 등에 사업을 맡겨 진행하니 혼선이 생겼다. 예산을 종합관리할 기관이 필요했다. 

경찰청은 2018년 폴리스랩 1.0 사업을 공동추진하며 신뢰를 쌓아온 KIST에 러브콜을 보내고 함께 센터를 출범시켰다. 폴리스랩이란 치안을 뜻하는 폴리스(Police)와 리빙랩(Living-Lab)의 합성어다. 국민·경찰·연구자가 협력해 치안현장 문제를 발굴하고 연구 및 실증을 거쳐 해결하는 연구개발과제로 KIST가 사업단 계속 맡아오고 있다.

폴리스랩 사업을 계기로 출범하긴 했지만 센터는 R&D 전담기관은 아니다. 과학치안 중장기 전략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해 R&D 동향분석, 실태조사와 치안산업 진흥 법률안 발의 등 정책적인 업무를 맡는다. 최 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치안과학의 전략이나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가지고 갈지 종합적인 내용이 잘 정리되어있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수사와 과학기술 접목은 전부터 있었지만 치안 관련 과학기술 접목시도는 거의 없었다. 

최 소장은 "치안산업이라는 개념도 없고, 기술분류체계에서 치안 관련 기술이 여기저기 모호하게 뒤섞인 상황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관련법을 만들거나 체계를 수립하는데 있어서 분류체계는 꼭 필요하다"며 "현재의 과학치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꼭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과학치안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줄 민관기관으로 사명을 다할 계획이다. 이에 최 소장은 "과학치안에 대한 전략과 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새로운 R&D 사업을 관리하고, 이 기술을 상용화해 국내외 수출하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치안지수의 경제 성장기여율은 0.99~1.08%p로 나타납니다. 치안안정이 되면 국가 경제와 사회적 파급효과도 늘어난다는 것이죠. 치안과학의 전략과 정책개발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더불어 거대한 치안산업 시장을 활성과 시켜 경제적 발전까지 도모하겠습니다.[사진=김지영 기자]
"치안지수의 경제 성장기여율은 0.99~1.08%p로 나타납니다. 치안안정이 되면 국가 경제와 사회적 파급효과도 늘어난다는 것이죠. 치안과학의 전략과 정책개발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더불어 거대한 치안산업 시장을 활성과 시켜 경제적 발전까지 도모하겠습니다.[사진=김지영 기자]
우선 과제는 올해 새로 시작되는 폴리스랩 2.0사업과 자율주행기술개발사업을 제대로 관리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현재 사업공고와 과제선정 등을 맡기 위한 평가단을 구성 중이다. 

사업공고에 우수한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개발돼 상용화되면 우리나라 산업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소장은 미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테이저건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테이저건은 한 번 쏘고 나면 재장전하는데, 시간이 걸려 현장사용에 불편함이 컸다. 이를 해결하고자 경찰청이 국내업체와 공동연구를 한국형 테이저건을 개발했는데 3연속 발사할 수 있고 레이저 조준장치도 2개로 늘려 정확도도 높였다. 현장에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기술개발로 역수출의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동시에 과학치안 싱크탱크 역할을 위한 기반 쌓기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 소장은 "내년에는 과학기술기반 미래치안전략을 만들어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관련 기획 및 자문위 구성 등을 통해 정책적인 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자치경찰제의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한 지원도 계획 중이다. 지금까지 치안관리·감독은 지자체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지역마다 발생하는 문제들이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지방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한 R&D를 수행할 수 있다. 센터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거점연구소 선정과 수요발굴 등을 지원할 중간역할을 수행한다. 

최 소장은 "KDI 통계에 따르면 치안지수의 경제 성장기여율은 0.99~1.08%p로 나타난다. 치안안정이 되면 국가 경제와 사회적 파급효과도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치안과학의 전략과 정책개발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더불어 거대한 치안산업 시장을 활성과 시켜 경제적 발전까지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성범죄와 아동범죄, 각종 신종 사이버범죄 등은 국민 치안과도 연결되는 중요사안이다. 치안 관련 기술개발 진흥과 국가전략 수립을 주도하기 위해 탄생한 센터가 비영리법인을 넘어 법적지위를 갖도록 논의가 필요해보인다.

센터는 6일 현판식을 갖고 출범을 공식화했다. 국민 안심사회 구축 및 글로벌 과학치안 혁신 롤모델 창출을 비전으로, 과학치안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한편, 최 소장은 KIST 초대 의공학연구소장을 맡아 연구소 설립에 힘쓴 인물이다. 이후 KIST 유럽연구소가 존폐 위기에 놓이자 독일로 달려가 환경규제와 화학규제 대응을 중심으로 기관 정체성을 다시 세웠다. EU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화학 관련 기업체 지원에 집중하며 한국과 유럽을 잇는 브리지 역할을 공고히 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과학치안진흥센터의 소장직에 임명됐다. 

6일 KIST본원에서 과학치안 생태계 구현을 위한 싱크탱크 '(재)과학치안진흥센터' 발족, 설립에 대한 현판식이 개최됐다.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IST가 협업한다. (좌) 최관호 경찰청 기획조정관, 최귀원 과학치안진흥센터 소장, 김창룡 경찰청장,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KIST 윤석진 원장, 김익재 KIST AI·로봇연구소장.[사진=KIST 제공]
6일 KIST본원에서 과학치안 생태계 구현을 위한 싱크탱크 '(재)과학치안진흥센터' 발족, 설립에 대한 현판식이 개최됐다.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IST가 협업한다. (좌) 최관호 경찰청 기획조정관, 최귀원 과학치안진흥센터 소장, 김창룡 경찰청장,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KIST 윤석진 원장, 김익재 KIST AI·로봇연구소장.[사진=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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