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창업가⑫] 정주호·정창근 비플렉스 대표
대학가 전전하며 연구, 열정 하나로 아이템 발굴
생체역학 기반 '러닝코칭 이어폰' 이달 출시
"질병 조기진단으로 원격진료 잠재력 클 것"

(왼쪽부터) 정주호·정창근 비플렉스 대표이사. 이들은 박대인 이사와 함께 KAIST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에 매진했다. 5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이달 실시간 러닝코치 무선 이어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왼쪽부터) 정주호·정창근 비플렉스 대표이사. 이들은 박대인 이사와 함께 KAIST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에 매진했다. 5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이달 실시간 러닝코치 무선 이어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06학번 청년 셋이 머리를 맞댔다. 두 명은 박사과정도 그만뒀다. 이들의 목표는 창업. 특별한 아이템은 없었다. 단지 사업을 해야겠다는 열정만 있었다. 사무실도 없이 대학가를 전전하며 밤낮없이 '단칸방 연구'를 했다. 

투자사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무작정 찾아갔다. "저희 KAIST 학생들인데 창업하고 싶습니다." 이용관 대표는 그들의 열의에 과감히 씨드머니를 투자했다. 그렇게 약 5년의 세월을 거쳐 지금은 직원 14명을 거느리는 어엿한 벤처가 됐다. 이달 실시간 러닝코치 무선 이어폰 출시를 앞둔 '비플렉스(beflex)'다.

비플렉스를 공동창업한 정주호·정창근 대표이사는 KAIST 생체역학연구실 출신이다. 신체가 움직이는 원리를 연구하는 곳이다. 사람처럼 걷는 이족보행 로봇이 이 생체역학을 기반으로 한다. 동작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코칭해주는 무선 이어폰이 이들의 강점이자 핵심 사업 아이템이 된 이유다.

정창근 대표는 "2017년도 당시만 해도 귀에 차는 웨어러블의 실시간 운동 코칭 개념은 생소했다"며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사람들이 어떻게 쓰냐' 했었는데 이젠 시장에도 '히어러블(Hearable)' 개념이 생겼다. 더 이상 이어폰이 음악만 듣는 용도가 아니다. 스마트하고 헬스 기능이 들어가고 있고 보급률도 엄청나다. 히어러블 시대가 열린 만큼 생체역학 기반 비플렉스의 기술은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러닝코치
 

비플렉스의 시간 러닝코치 무선 이어폰. 어플과 연동해 러닝거리, 속도, 시간을 비롯해 페이스조절, 위험요소까지 알려준다. [사진=비플렉스 제공]
비플렉스의 시간 러닝코치 무선 이어폰. 어플과 연동해 러닝거리, 속도, 시간을 비롯해 페이스조절, 위험요소까지 알려준다. [사진=비플렉스 제공]
"러닝을 시작합니다. 상하 움직임이 큽니다. 페이스가 느립니다. 오른발 충격이 큽니다."

비플렉스의 러닝코치 무선 이어폰(이하 코칭 이어폰)이다. 코칭 이어폰은 머리 움직임만으로 운동 자세를 실시간 교정해준다. 몸의 위치 감각을 감지해 뇌에 전달하는 기관이 귀에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사람이 걷는 원리가 반영된 생체역학 알고리즘도 자체 개발됐다. 

코칭 이어폰은 비플렉스 어플과 연동해 러닝거리, 속도, 시간을 비롯해 페이스조절, 위험요소까지 알려준다. 나만의 '러닝 리포트'인 셈이다. 운동 중 위험 상황을 대비해 주변음을 들을 수 있는 모드까지 탑재돼있다. 

걷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주호 대표에 의하면 보행분석으로 걷기 패턴에 질병이 보인다. 알츠하이머, 뇌졸중, 파킨슨 등 뇌 질환이 잘 드러나는 행위 중 하나가 보행이다. 생체역학분야에서도 보행역학과 뇌 병변의 상관관계를 연구한다. 

실제 비플렉스가 B2B 사업에 집중하고 있을 당시, 이들의 기술이 담긴 제품을 사용한 네덜란드 유저에게 연락이 왔다. 러닝 중 코칭 이어폰이 비대칭성을 감지해준 덕에 질환을 파악, 조기치료할 수 있었다는 감사 메일이다. 

정주호 대표는 "이어폰만으로 질병을 조기진단 한다면 앞으로 원격진료 등 의료 분야에서도 잠재력이 클 것"이라며 "또 러닝코치로 가상과 현실에서 운동한다면 요즘 뜨거운 메타버스 시장에서도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제부터 시작, 웨어러블 한계 증명

"창업한 거 후회하지 않아요. 대학가 셋방에서 새벽 3시에 특허 아이템이 떠오르고, 다 같이 아침에 밥 먹으러 나가고···. 하루하루 회사가, 또 우리가 성장하는 게 보였었어요. 하면서 나아지고 변하는 부분에 집중하면 기회가 오지 않겠냐며 의기투합했죠. 사실 창업하면 바로 뭐가 될 줄 알았는데, 기술연구부터 제품화까지 열심히 달리다 보니 5년이 흘렀어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정주호 대표는 연구실 경험이 있었기에 창업할 수 있었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코칭 이어폰이 시장에 자리 잡고 컨텐츠를 생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헬스케어 분야로 임상결과를 쌓아 보험사나 병원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웨어러블의 한계를 돌파, 증명해내는 게 목표다. 

정주호 대표는 "과학으로 단순 보행을 넘어 의료, 콘텐츠 분야에 혁신을 일으키고 싶다"며 "'Be Flex' 모토에 맞게 유연한 사고로 스포츠 과학 대중화를 실현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젊은 창업자들의 도전을 위해선 실패를 용인해주는 사회적인 제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비플렉스(Beflex)

▲설립: 2016년도
▲투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신한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약 18억원
▲특징: 카이스트 출신 딥테크벤처
▲위치: 대전광역시 유성구 유성대로 1205번길 9 3층
▲문의: support@beflex.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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