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세상이 숨쉬다⑩] 화학연
이산화탄소 저감, 원료생산 '일거양득'
효율↑ 부산물↓ 고성능 촉매 합성법 발견

이산화탄소가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로 전환되는 모습. 분량 17초. [영상=김인한 기자]

왼쪽부터 한국화학연구원 차세대탄소자원화연구단 박해구, 김석기, 민지은, 손민성 연구원. [사진=김인한 기자]
왼쪽부터 한국화학연구원 차세대탄소자원화연구단 박해구, 김석기, 민지은, 손민성 연구원. [사진=김인한 기자]
지난 25일 한국화학연구원 합성나프타 생산 플랜트. 300도 온도에서 발열반응을 마친 플랜트의 잔여열로 실내는 온기로 가득 찼다. 2m 높이 기계에선 이산화탄소와 수소의 발열반응으로 '나프타'가 흘러나왔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의 나프타 전환'을 촉진하는 고효율 촉매를 개발해 순도 높은 나프타를 만들어냈다. 

나프타(Naphtha)는 석유화학 원료다. 원유는 끓는점에 따라 증류탑에서 분류된다. 원유를 증류할 때 35~220도 끓는점 범위에서 유출되는 탄화수소 혼합체를 나프타라 일컫는다. 나프타는 끓는점 범위와 성분, 탄화수소 구성에서 가솔린 유분과 흡사하다. 이 유분을 내연기관 연료 이외 용도로, 특히 석유화학 원료 등으로 사용할 경우 나프타라고 지칭한다.

김석기 화학연 차세대탄소자원화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로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를 만든 것"이라면서 "기존 대비 37% 이상 향상된 나프타 수율을 확보했다"고 했다. 

다만 김 선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발열반응을 거치기 때문에 수소 가격에 민감한 공정"이라면서 "고성능 촉매 기술뿐만 아니라 수소 경제성 확보가 상용화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저감, 기초원료 생산 '일거양득'

기후변화 위기로 탄소중립 시대도 앞당겨지고 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 세계 4위(세계 평균 2.5배 이상)이다.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 8000t에 달했다. 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매년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화학 원료로 활용하는 연구가 본격화됐고, 그중에서도 이산화탄소를 합성나프타로 생산하는 연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800도 이상 온도가 있어야 하는 이산화탄소 간접전환 방식은 이산화탄소 전환 효율이 낮고 일산화탄소, 메탄 등 부산물이 다량 생성되는 한계를 지녔다.  

화학연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를 300도 온도에서 나프타로 전환시키는 고성능 촉매를 개발했다. 화학결합 효율은 높이면서 부산물은 줄여 고순도 나프타를 추출한 것이다. 연구 결과 기존 대비 37% 이상 향상된 22% 이상의 나프타 수율을 확보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63.8기가와트(GW)' 중 잉여전력 10% 정도를 이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면 연간 이산화탄소 453만t 저감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이산화탄소를 나프타로 전환하면서 254만t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4%를 저감시킬 수 있는 양이다. 

전기원 화학연 차세대탄소자원화연구단장은 "수요 기업체들과 협업해 파일럿 플랜트로 규모를 키울 것"이라면서 "현재는 1일 5kg 생산하는 합성 나프타를 2030년 1년 8만4000t을 생산하는 규모로 키워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ACS) 촉매(Catalysis) 2월호 표지 논문에 게재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합성나프타 생산 파일럿 플랜트 현장.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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