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대한민국 ⑦] 고부가가치 유용물질 만드는 연구자들
심상준 고려대 교수팀, 연간 7만톤 미세조류 먹잇감으로
잘 키운 균주, kg 당 500만원 '아스타잔틴' 물질로
이웅 KIST 박사팀, 순도 높은 포름산 개발 5~10년 내 상용화

유리로된 실험실. 여기저기 주렁주렁 달려있는 미세조류가 눈에 띈다. [사진=김지영 기자]
유리로된 실험실. 여기저기 주렁주렁 달려있는 미세조류가 눈에 띈다. [사진=김지영 기자]
 전면이 유리로 된 실험실. 입구부터 안쪽 끝까지 비닐에 담긴 색색 물들이 여기저기 매달려있다. 투명한 물부터 포도주를 연상케 하는 진한 적색, 물감을 타 놓은듯한 연두색 등 여러 가지다. 비닐 팩 속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미세조류다. 미세조류는 성장할수록 물의 탁도가 높아진다. 

심상준 고려대 교수팀은 2015년부터 한국지역난방공사 판교지사에 이산화탄소(CO₂) 생물전환을 위한 실증연구실을 운영 중이다. 10t 규모의 미세조류가 배양되고 있다. 

미세조류는 이산화탄소와 햇빛을 먹고 증식한다. 잘 키운 미세조류는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유용물질이 된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자원까지 만드는 일거양득 연구인 셈이다.

미세조류의 주 먹이인 이산화탄소는 지역난방공사의 발전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공급한다. 미세조류를 배양 중인 비닐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연결된 호스를 통해 보글보글 이산화탄소가 올라온다. 유리원실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24시간 제공 중이다.
 

보글보글, 미세조류를 키우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보글보글, 미세조류를 키우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이곳에서 연구하는 유병선 연구원은 "판교 지역난방공사가 배출하는 전체 이산화탄소의 약 3~5%가 이곳으로 넘어온다"고 설명했다. 이날 하루 동안 포집해 사용한 이산화탄소량은 약 2000kg. 연간 7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이곳에서 미세조류의 먹잇감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미세조류 중 심 교수팀은 헤마토코쿠스, 클로렐라 2종을 이곳에서 키운다. 헤마토코쿠스는 빛과 온도 등에 민감해 키우기가 까다로워 10t 규모로 대량으로 키우는 곳은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헤마토코쿠스를 잘 키워 건조하고 압축하면 고기능성 항산화물질 '아스타잔틴'을 만들 수 있다. 아스타잔틴은 1kg에 약 500만원이 넘는 고부가가치유용물질이다. 우리나라는 아스타잔틴을 100% 수입한다.

냉장고에서 샘플 아스타잔틴을 꺼내든 유 연구원은 "10t에서 추출할 수 있는 아스타잔틴는 약 20kg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아스타잔틴은 고려대 암실에 보관되고 있다"며 "학교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아 기업에 직접 판매를 하지는 않지만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보관법도 함께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헤마토코쿠스라는 미세조류를 키워 건조하고 압축하면 고기능성 항산화물질 '아스타잔틴'을 만들 수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헤마토코쿠스라는 미세조류를 키워 건조하고 압축하면 고기능성 항산화물질 '아스타잔틴'을 만들 수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 기존 60일 걸리는 미세조류 성장, 40일로 ···똘똘한 균주 찾는 기술로 가능

"비닐 팩 안에 미세조류를 키우는 것은 우리가 유일합니다. 보관, 비용 등 여러 장점이 있죠"

이곳에 상주하는 연구원들은 출근해 누수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배양 중인 미세조류가 잘 자라고 있는지 소량 꺼내 유리원실 뒤쪽으로 컨테이너 실험실에서 체크한다.

미세조류 특징에 맞게 햇빛을 조절해주고 다 자란 미세조류를 원심분리기에 넣어 바이오매스를 추출하는 것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바이오매스를 추출하고 남은 배지는 보통 버려지지만 심 교수팀은 배지 속 0.5~0.8%의 아스타잔틴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유 연구원은 "새우나 연어 등에 아스타잔틴이 들어있어 양식 사료로 만들면 좋겠다 생각해 함께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미세조류를 키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심 교수팀은 좁은 공간에서도 다량의 미세조류를 증식시키기 위해 비닐 팩 형식의 반응기를 만들었다. 10ℓ를 시작으로 최근 1t까지 규모 높였다. 물 무게 + 미세조류가 자라면 무거워져 찢어지고 터져 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했다. 비닐은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고 어디든 반응기를 설치해 운영할 수 있다. 씻으면 최대 1년 재활용도 가능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판교지사에서 상주하며 연구하고 있는 고려대 연구자들. [사진=김지영 기자] 
한국지역난방공사 판교지사에서 상주하며 연구하고 있는 고려대 연구자들. [사진=김지영 기자] 
미세조류를 키우는데는 약 두 달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심 교수팀은 빠른 성장 속도를 가지면서, 강한 햇빛에도 죽지 않는, 빛에 빠르게 반응하는 생존력이 강한 균주를 찾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선진국 수준 대비 약 3.5배까지 향상된 초우량 균주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돌연변이 균주를 만들어내는 기술도 갖추고 있어 40일이면 미세조류를 키울 수 있다. 

상용화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유 연구원에 따르면 헤마토코쿠스는 박테리아의 먹이로도 잘 알려져있어 곰팡이의 공격에 쉽게 오염되고, 다른 미세조류보다 배양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 키우기 쉽지 않다. 60일에서 40일로 배양시간을 단축하긴 했지만 기업이 상용화하기 위해 시간단축과 오염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 

당장 상용화는 쉽지 않지만 심 교수팀은 판교지점에서 연 5%의 이산화탄소를,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배출되는 15%의 이산화탄소를 미세조류를 키우는데 쓰며 탄소중립 가능성을 확인했다. 

유 연구원은 "상용화를 하기 위해서는 스케일업이 중요하다. 현재의 10t 규모에서 30~40t까지 확장을 준비 중이다. 반응기 용량도 증가시켜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선배 연구 되물림, 이산화탄소로 고순도 포름산 만든다
 

이웅 박사팀이 운영 중인 이산화탄소 포름산 전환 플랜트. 하루 10톤 포름산을 생산할 수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이웅 박사팀이 운영 중인 이산화탄소 포름산 전환 플랜트. 하루 10톤 포름산을 생산할 수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가장 높은 언덕에는 '파일럿동'이 있다. 연구자들이 실험용으로 설치한 플랜트가 모인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실험실을 벗어나 상용화로 가기 전의 모습을 한 공정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종합연구원 답게 분야도 여러가지다. 

플랜트동은 건물 특성상 냉방, 단열이 잘 안 된다. 원격으로 실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져 현장에 꼭 붙어있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연구원 손길이 필요하다. 연구원들은 겨울엔 몸을 움츠리고 여름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연구한다. 7월 말, 올해 가장 뜨거웠던 시기 파일럿동은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흘렀다. 더운날이라 연구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곳곳 플랜트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자가 파일럿동을 찾은 이유는 이산화탄소를 포름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공정을 보기 위해서다. 개미산이라고도 불리는 포름산은 농축산업의 사료 첨가제, 가죽 및 섬유, 염료, 고무 고분자, 기타 정밀화학 및 제약 분야의 원료로 쓰인다. KIST는 이산화탄소 포름산 전환연구를 10여년 전부터 해왔다. 현재 '카본 투 엑스(Carbon to X) 기술개발사업단(단장 정광덕)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 중이다. KIST 포름산 전환 공정은 가까운 시일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플랜트 중 하나다. 
 

이웅 박사가 플랜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이웅 박사가 플랜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연구과제 책임을 맡고 있는 이웅 청정에너지연구센터 박사를 따라 철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하니 플랜트가 보였다. 공정에는 총 5개의 반응기가 있었는데, 반응기마다 이산화탄소를 빼거나 용매를 빼고, 포름산을 빼는 등 각 역할이 있단다. 이웅 박사는 "반응기가 많을 수록 공정이 복잡해져 단순화하는 연구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공정에서 매일 10kg 정도의 포름산을 생산할 수 있다. 포름산 1kg당 소모되는 이산화탄소는 약 2kg이다. 해당 기술은 포름산을 수입해 팔던 기업에 기술이전이 완료됐다. 하루 포름산 100kg 생산을 목표로 스케일 업 중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포름산은 시중에 흔히 유통되는 포름산(85%)보다 더 순도가 높다. 연구진에 따르면 끓는 점 차이를 이용해 포름산을 분리하는데 85%가 한계로 알려진다. 그 이상 순도를 가지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KIST 연구진은 다양한 압력방식을 가하는 기술을 통해 95%이상 포름산을 정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웅 박사는 "순도가 높은 포름산 시장이 많지는 않지만 깨끗할수록 사용처가 넓어져 향후 시장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공정의 가장 큰 장점은 연속공정으로 포름산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또 기존 포름산 공정과는 달리 정제된 이산화탄소가 아닌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가스를 그대로 사용해 공정을 줄여 저렴하게  포름산을 생산할 수 있다. 연구진은 1톤당 800달러인 포름산을 더 높은 순도로 제작하면서도 톤당 700달러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세계 포름산 시장은 2019년 기준 6억 2000만 달러(한화 6906억8000만원)규모다. 중국이 저순도 제품을,  독일이 고순도 제품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120톤으로 추정된다. 2025년까지 매년 4%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웅 박사는 "선배가 하던 연구를 물려받아 연구를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사업화해 하루 150톤 포름산생산이 목표"라며 "상용화를 통해 연간 5만5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연구원이 유리 실험실 뒤 컨테이너에서  미세조류가 잘 자라고 있는지 농도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고려대 연구원이 유리 실험실 뒤 컨테이너에서  미세조류가 잘 자라고 있는지 농도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유리로 된 실험실 모습. [사진=김지영 기자]
 
심상준 고려대 교수팀이 키우고 있는 미세조류.[사진=김지영 기자]
심상준 고려대 교수팀이 키우고 있는 미세조류. [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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