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10가지 고명, 맛과 색채 유지할 때 먹음직"
다양성은 창의 발현, 과학계 MZ세대 '관료화' 지적
장유유서 깨고 실력 위주, 합리적 시스템 구축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백팩을 메고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출근했다. [사진=뉴스1·엔디소프트]
지난 5월 25일 이준석 후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정한 경쟁이란 장유유서를 빼자는 겁니다. 그게 시험과목에 있으면 젊은 세대를 배제하고 시작하는 겁니다"라고 썼다. 그로부터 10여 일 뒤 그는 장유유서를 깬 장본인이 됐다. 

이준석 발(發) 쓰나미는 과학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정 개인·정당보다 그가 지닌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1985년생 국회의원 0선 원외(院外) 인사인 그는 헌정사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됐다. 기존 정치문법을 깼고, 오랜 관행에 억눌렸던 MZ 세대의 '아픈 지점'을 찌르며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이념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MZ 세대를 대변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양성과 공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비빔밥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태는 10가지 넘는 고명이 각각의 맛과 색채를 유지하면서 밥 위에 얹혀 있을 때입니다. 우리 사회의 달걀과 시금치, 고사리와 같은 소중한 개성들을 갈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습니다."
 

이준석 발(發) 쓰나미는 과학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정 개인·정당보다 그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기존 문법을 벗어 던졌던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선거 운동의 신표본을 만들었다. 참모도 차량도 사무실도 대규모 홍보 문자도 없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자신이 익숙한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펼쳤다. 우측 사진은 자신이 직접하는 계정이니 언제든 메시지를 주고, 여느 MZ 세대처럼 '굽신굽신'이란 표현을 쓰며 새롭게 다가갔다. [사진=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준석 발(發) 쓰나미는 과학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정 개인·정당보다 그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기존 문법을 벗어 던졌던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선거 운동의 신표본을 만들었다. 참모도 차량도 사무실도 대규모 홍보 문자도 없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자신이 익숙한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펼쳤다. 우측 사진은 자신이 직접하는 계정이니 언제든 메시지를 주고, 여느 MZ 세대처럼 '굽신굽신'이란 표현을 쓰며 새롭게 다가갔다. [사진=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준석 대표의 '비빔밥론'은 과학계에 절실해 보인다. 이준석 대표 취임 이후 과학계 MZ 세대들은 "이준석 현상은 정치권보다 과학계에 더 시급한 일"이라면서 "나이와 연공서열 순으로 줄 세우는 구태 연구 풍토를 걷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연공서열로 과제 책임자를 선정하고 나이로 보직자를 임명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준석 현상 이면에는 오래된 구태와의 결별, 실력보다 나이를 따지는 문화를 타파하자는 열망이 담겨 있다. 과학계 MZ 세대들은 다양성의 산물인 과학이 관료화·획일화되고 있다며 실력 위주의 인사 제도, 합리적 과제 책임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신구(新舊)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실력 위주의 인사 제도는 과학계에 다양성과 역동성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일종의 메기효과다. 청어를 싱싱한 상태로 육지로 데려 오기 위해 수조에 메기를 넣었다는 용어로 강한 경쟁자의 유입으로 집단 수준과 경쟁력이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젊은 과학자의 리더 배치는 선순환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석 신임 대표가 최전방 공격수로 조명받을 수 있는 배경은 노련한 미드필더와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수비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존과 다양성, 세대 연합의 이점은 이처럼 강력한 원팀을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신임 대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도 과학계가 생각해볼 만한 이슈다. 그는 가장 먼저 추진할 변화로 공직 후보자 시험, 토론 배틀, 연설 대전을 들었다. 공개 경쟁을 통해 정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다양성을 만들기 위해 투명한 경쟁을 선언한 것이다.

과학계도 관료화를 넘어 역동성과 다양성을 회복하려면 합리적 인사, 투명한 연구과제 시스템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 은퇴 전까지 연구하는 선배 과학자가 보직자보다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또 미래 리더가 될 연구자를 조기에 발굴해 해외와 교류 시키는 과제도 있다. 과학계 MZ 세대도 연구 실력은 물론이고, 조직을 뛰어넘고 '파격'을 이끌 야성과 콘텐츠를 가졌으면 한다.

과학계에서도 전례 없는 변화를 만들며 국민들에게 자주 회자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준석 현상으로 짐작해보면 예산뿐만 아니라 지지와 희망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계의 변화에 대한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정부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다. 실력 있는 30·40대 과학자들이 리더로 탄생하고 신구 조화를 이루며 과학계가 다양성과 역동성, 야성을 찾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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