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재단·과총·KISTI,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 포럼' 개최
"세금 투입된 연구개발 성과 저작권도 출판사로 넘어가"
"글로벌 이슈 대응 위해 오픈액세스 인식 제고 필요"
구독료를 투고료로 전환, 연구성과 온라인상 무료로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속 백신이 유례없이 빠르게 개발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연구자들이 실시간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가능했다. 오픈액세스를 통한 글로벌 이슈 대응 사례로 볼 수 있다.[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속 백신이 유례없이 빠르게 개발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연구자들이 실시간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가능했다. 오픈액세스를 통한 글로벌 이슈 대응 사례로 볼 수 있다.[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유례없이 빠르게 개발됐다. 글로벌 팬데믹 1년도 안돼 임상을 거치며 각국에서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적인 백신 등 신약은 개발 후 임상을 거치고 시장에 나오기까지 빨라야 5년, 길면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이처럼 빨리 개발 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로 실시간 연구결과 공유를 꼽는다. 누구나 결과를 보고 후속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이하 OA)를 통해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은 어떨까. 지난해 6월초 본지 취재 당시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올린 코로나19 관련 논문은 3만3283건(2020년 5월 26일 기준, 국가 오픈액세스 플랫폼(KOAR))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국인 저자가 포함된 논문은 182건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출판까지 완료된 논문 5229건 중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사례는 단 1건이다. 김빛내리 교수팀이 발견한 코로나19 유전자 지도가 셀지에 등재된 성과 뿐이었다. 국내 연구진의 오픈액세스 인식을 볼수 있는 단면이다.

미국, 중국, 유럽의 연구진이 OA 출판사 웹사이트에 실시간 결과를 올리며 셀프 아카이빙을 하는 것에 비해 국내 연구자들은 인식 부족과 제도, 장치, 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서 성과를 위한 연구, 평가를 위한 연구에 집중했다. 결국 한국의 백신 개발은 K-방역의 위상이 무색하게 늦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픈액세스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논문이 게재되는 절차는 연구자들이 유명 저널을 발행하는 네이처(nature), 엘스비어(Elsevier), 스프링거(Springer), 와일리(Wiley) 등 대형 출판사에 연구성과가 담긴 논문을 보내게 된다. 몇차례 교정과 평가를 거쳐 논문을 게재하게 된다. 비용도 막대하다. 네이처의 경우 한번 게재에 1200만원정도로 상당하다. 무엇보다 논문의 저작권도 출판사로 다 넘어가는 구조다. 

결국 정부 예산이 투입된 논문이라도 해외 저널에 게재 됨과 동시에 높은 구독료를 지불해야만 볼 수 있다. 더욱이 해마다 구독료를 높이거나 끼워팔기식의 출판사들의 횡포에 소속기관에 따라 연구진의 정보 접근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보와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실속에서 연구진 간에도 정보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OA를 정부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과학선진국들, 오픈액세스 의무화

오픈액세스는 2002년 부다페스트 선언, 2003년 베를린 선언으로 공식화 됐다. 유럽, 북미를 중심으로 OA를 제도화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열린 세계과학기술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오픈 사이언스가 오르며 정부주도의 필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당시 세계적 석학들은 글로벌적 이슈 해결을 위해 국가간 협력과 정보를 같이 이용할 오픈 사이언스 인프라가 제공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코로나19 백신개발에서도 오픈 사이언스 중요성이 그대로 입증됐다.

독일은 막스플랑크 협회가 참여, OA2020 오픈 사이언스 비지니스 모델(2020년가지 OA 비중 90%, 152개 기관 서명)까지 제시하며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국립보건원(NIH) 기금에서 나온 학술논문은 출판 후 12개월 이내 공개를 의무화 했다. 네덜란드는 공공기금 지원을 받은 학술논문은 출판 후 일정 기간 후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

스페인 역시 정부예산에서 나온 학술 논문은 출판 후 12개월 이내에 공개해야한다. 연구평가에 OA 성과물을 반영해 평가한다. 프랑스는 과학기술 분야는 저널 출판 수 6개월 이내, 인문 사회분야는 12개월 이내에 OA 공개가 의무다. 비상업적 과학연구 목적일 경우 텍스트 마이닝도 허용하고 있다. 영국 역시 공공연구기금협의회 정책으로 OA를 의무화(2013년). 일본은 제4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2011년) OA를 포함했다. 중국역시 2015년 과학혁신을 위해 OA를 결정했다.

국내는 오픈액세스 정책이 없는 상태다. 연구자간 인식도 낮은 편이다. OA 학술지에 등재된 학술지도 143종으로 적은 편이다. KISTI가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국내 OA 인식 제고와 글로벌적 협력을 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법, 제도 등 여러 현실적인 걸림돌로 국내 OA 제도는 제자리 걸음상태다.

한국의 논문생산 순위는 2018년 기준 8위수준 이다. 하지만 OA 비율은 41.8%로 세계 평균(44.2%)에도 미치지 못한다. OA 논문 순위는 영국, 네덜란드, 헝가리, 필란드 등 유럽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34위로 브라질 32위, 오스트레일리아 33위 다음 순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는데 큰 기여를 했던 셀프아카이빙 논문 비중은 4.7%로 44위를 나타냈다. 정책 부재로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환민 KISTI KESLI 사무국장은 "전자 저널 시장은 빅딜 계약으로 시장이 확대되며 비용도 크게 늘어 도서관은 지불 능력의 한계에 다다랐다. 학령인구 감소, 반값 등록금 등으로 재정 악화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도서관 등이 출판사와 빅딜계약을 취소하거나 기존 구독료를 출판비로 전환하는 오픈액세스 전환계약을 요구하며 타개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오픈액세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픈액세스 전환 성공을 위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 거버넌스 체계에 따른 역할분담, 전환을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고 연구자의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정욱 교수는 지식은 대표적인 공공재로 공유해도 소모되지 않고 더 많은 성과로 이어진다며 오픈액세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사진=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 포럼 2021 영상 갈무리]
서정욱 교수는 지식은 대표적인 공공재로 공유해도 소모되지 않고 더 많은 성과로 이어진다며 오픈액세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사진=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 포럼 2021 영상 갈무리]
서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영화나 영상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면 안보면 되지만 학술논문은 연구자라면 누구나 봐야 한다. 그런데 성과 평가 등으로 국내 학술지보다 외국학술지에 게재하는 비율이 19년동안 (1995년과 2014년) 3배이상, 논문 게재료도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면서 "전자저널 구독비용은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OA 대책으로 구독료를 투고료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 R&D 예산의 0.5%정도를 활용해 해외 주요 학술 DB 국가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하자는 안이다. 즉 연구예산의 일부로 논문 출판 비용을 지불하고 이후 온라인상으로 모두에게 무료로 접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논문 발표가 적은 대학은 저렴하거나 무료로 학술 저널을 볼 수 있게 된다.

서 교수는 "오픈액세스는 시급한 글로벌 이슈다. 과기부, 교육부 등의 정책 공조, 도서관과 연구기관의 통합 컨소시엄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가 주도하는 운영조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17일 오후 2시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가 공동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이원욱 의원, 강득구 의원, 국민의 힘의 김영식 의원이 공동주관한 '국가 차원 오픈액세스 정책 포럼'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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