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출연연·민간연 출신 하이테크 기업 집중
투자사·법무법인·회계법인 등 대전 행보 잰걸음
"AI 블록체인 등 첨단기업 미래 산업 판도 바꿀 것"

대덕연구단지의 창업생태계에 외인구단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KAIST 출신 젊은 창업자들의 딥테크 중심 창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국방과학도시, 탄탄한 바이오 창업 생태계 등 강점이 알려지며 법무법인, 회계법인, 투자사, 전문 인력들이 대전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움직임이 분주하다.

외인구단들이 말하는 대전의 특징은 기술창업, 딥테크 벤처 중심으로 압축된다. 특히 KAIST 석박사 출신의 젊은 창업자들이 사업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같이하면서 보람도 크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지원 중심의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는 대전을 기반으로한 액셀러레이터(카이트창업가재단, 블로포인트파트너스)들의 성공에 주목, 최근 대전 지사를 냈다. 조원희 대표 변호사는 대전의 특성을 딥테크 스타트업, 벤처의 집합지라고 분석했다. 다른 지역의 기업과 성격이 확연히 구분되는 딥테크 창업으로 미래 기대주가 몰려있다는 것이다. 디'라이트는 대전 출신 변호사들을 채용, 스타트업과 벤처 밀착 지원에 나섰다.

벤처캐피탈(VC) 엔브이씨파트너스는 부산 본사에 이어 대전 지사를 세웠다. 경영진 모두가 KAIST 출신들로 이루어진 엔브이씨파트너스는 누구보다 대전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특허법인 주원은 2015년 대덕연구단지 내에 대전 지사를 냈다. 화학과 바이오 분야 전문 지역 변리사를 통해 연구기관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원아이피를 설립, 민간 기업간 기술 거래로 기술창업, 기술 이전을 돕는다. 

예교지성회계법인은 2009년 창업 당시부터 대전을 주목, 대덕특구지점을 설립해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원규 대표는 대전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 많이 이뤄진다고 평가했다. KAIST, ETRI, 한국화학연구원 출신의 창업자들과 법인 설립부터 회계처리, 세법분야를 같이 하면서 서로 윈윈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의 첫 액셀러레이터로 등록된 로우파트너스의 황태형 대표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KAIST 석박사 출신의 젊은 창업가에 주목했단다. 아이디어는 물론 역동적으로 몰입하는 그들에게서 미래를 봤다고 했다. 로우파트너스는 2017년 본사는 대덕연구단지 사거리에 두고 기술창업팀을 발굴해 육성 중이다. 제이엔피글로벌은 초기스타트업 전문 기업으로 대전 팁스타운에 둥지를 틀었다. 대전지역 두번째 액셀러레이터로 창업보육, 개인투자조합 결성, 한국액셀러레이터 정회원, 엔젤투자협회 회원으로 신생벤처 보육에 주력하고 있다.  

김경찬 엔브이씨파트너스 대표는 "고향인 부산에 이어 최근 모회사 이노테라피를 따라 대전에 안착하게 됐다"며 "수익은 대부분 서울에서 얻지만 특히 대전은 지역 중 가능성이 가장 크다. 대전과 부산을 중심으로 벤처 발굴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우택 예교지성회계법인 팀장은 "대전은 기술벤처 창업에 특화돼 있다. 2010년 창업세대들은 과학자에서 사업가(마케팅과 시장을 봄)로 거듭나며 상장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면서 "우리는 과학기술 창업 벤처에 특화된 회계서비스에 집중하며 윈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태형 로우파트너스 대표는 대전의 액셀러레이터 증가에 고무적이라고 봤다. 그는 "창업은 아이디어도 필요하지만 힘도 있어야 하는데 KAIST 출신들은 젊은 창업가로 밤새워가며 한다"면서 "새로운 뉴페이스들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 액셀러레이터 수도 20명이 넘었다. 대전시에서 이런부분도 고려해 활동에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딥테크 창업 집중지임을 반영하듯 대전변리사 개업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대한변리사회에 의하면(21년 6월 27일 기준)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변리사 등록 지역은 대전으로 나타난다. 등록대비 개업 비율은 대전이 가장 높다. 서울 44.8%, 경기 30%인것에 비해 대전은 47.5%로 실제 활동하는 변리사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대전의 액셀러레이터 등록 현황(올해 4월말 기준) 역시 서울 경기 다음으로 높다.

◆ 법무법인·변리사·투자사 등 대전 이동 잰걸음
 

스타트업 중심의 법무법인 디'라이트는 2017년 변호사 4명이 창업, 현재 26명까지 늘었다. 딥테크 중심의 대전에 주목, 지역 출신 변호사를 채용해 지사를 설립했다.[사진= 디'라이트]
스타트업 중심의 법무법인 디'라이트는 2017년 변호사 4명이 창업, 현재 26명까지 늘었다. 딥테크 중심의 대전에 주목, 지역 출신 변호사를 채용해 지사를 설립했다.[사진= 디'라이트]
조원희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는 대전의 특징을 연구소, 연구인력, 대학, 인프라 집적으로 보았다. 바이오,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딥테크 중심 기업들이 속속 탄생하며 앞으로 경제 질서가 바뀔 것으로 진단했다. 대전을 기반으로 출발한 블로포인트파트너스 등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의 실질적인 성과가 있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단다.

디'라이트는 2017년 변호사 4명이 스타트업, 벤처,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주요 타깃으로 설립했다. 4년 만에 26명의 변호사가 참여하는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으로 성장했다. 대전과 부산에 지사를 두고 지역 출신의 변호사를 채용해 활동 중이다. 

조원희 대표 변호사는 "대형 로펌에서 일하며 느낀 점이 객관적 1등이 개개의 대상에게 모두 1등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비용, 지원 방식이 달라야 한다"면서 "스타트업은 초기 비용이 많지 않고 즉시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대형 로펌보다 작은 법무법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타트업 중심의 법무법인으로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대표는 "대전은 출연연 자문을 맡으면서 알게 됐다. 지역 변호사는 많은데 서울에서 내려오는 게 대부분이더라"면서 "지역 출신 변호사를 채용해 트레이닝 후 지원에 나선다. 지역 상황에 밝고 언제든 소통할 수 있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브이씨파트너스 공동대표 3인. (왼쪽부터) 김선, 성춘호, 김경찬. [사진=엔브이씨파트너스]
엔브이씨파트너스 공동대표 3인. (왼쪽부터) 김선, 성춘호, 김경찬. [사진=엔브이씨파트너스]
엔브이씨파트너스는 자본금 20억원으로 출발, 이후 상장한 후배 스타트업들이 주주로 참여해 자본금 5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중 한곳이 이노테라피다. 이노테라피는 2010년 KAIST에서 출발해 현재 대전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엔브이씨파트너스는 대전 유성구에 있는 이노테라피 건물에 입주해 대전 벤처를 발굴, 육성 중이다.

엔브이씨파트너스의 김경찬·성춘호 공동대표는 KAIST 기계공학과와 항공우주공학과 학사 동기다. 이상동 상무는 재료공학과 석사 출신이다. 주요 경영진이 KAIST 출신들인 만큼, 창업을 시도하는 대학 연구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에도 더욱 원활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KAIST는 유망한 창업가들을 대거 배출하고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투자지로서 가능성이 크다"며 "KAIST를 포함해 지역 대학과의 벤처투자 파이프라인을 형성할 것이다. 지역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교와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교수 창업기업도 발굴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제이엔피글로벌(대표 박지환)은 2017년부터 3년 미만 스타트업만 육성하고 있다. 대전은 과학기술의 메카라는 인식이 컸고 인프라도 풍부하다는 생각에 대전에 자리 잡았다. 최정혁 팀장은 "초기에는 기업 지원만 했는데 애로를 듣다보니 신생벤처는 시드머니 부족이 가장 컸다"면서 "그래서 액셀러레이터로 창업 지원에 나섰다. 물론 위험 부담이 있지만 신생벤처를 육성한다는 보람이 크다"고 역설했다. 현재 18개 기업을 지원, 2개 기업이 액시트했다.

예교지성회계법인은 2009년 창업과 동시에 대덕특구점을 같이 열었다. 대전의 특성은 과학도시로 기술중심 벤처 창업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심우택 팀장에 의하면 2000년 무렵 연구자 창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술우선이 강조되며 시장, 마케팅, 행정 등 다른 부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심 팀장은 "선배들의 실패를 경험삼아 2010년 무렵 창업한 세대들은 달랐다. 우리 역시 KAIST, 출연연에서 회계, 세무 특강을 하며 그들을 도왔다"면서 "지금은 기술자, 과학자에서 사업가로 안착하고 있다. 우리 거래처 분포도 건설 등 일반 기업회계에서 지금은 소프트웨어 등 기술 벤처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국에서는 특히 미국에서 창업지원은 전 과정이 이뤄진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구글같은 대어들이 나온다. 우리도 조금씩 지원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창업과정을 지켜보면서 함께 성장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성호 토모큐브 COO는 21년간 의료기기 분야에 있던 전문가다. 토모큐브의 가능성을 보고 작년 대전으로 오게 됐다. [사진=토모큐브 제공] 
고성호 토모큐브 COO는 21년간 의료기기 분야에 있던 전문가다. 토모큐브의 가능성을 보고 작년 대전으로 오게 됐다. [사진=토모큐브 제공] 
기업 자체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대덕행도 잰걸음 중이다. 유니콘 후보기업 물망에 오른 토모큐브는 작년 고성호 COO를 영입했다. 고성호 COO는 삼성메디칼 등 21년간 의료기기 분야에 있던 전문가다. 대전의 연구자원과 토모큐브의 가능성을 보고 입사를 결심했다는 입장이다. 

고 COO는 "대전은 KAIST와 출연연, 창업 지원 기관들이 많아 바이오 분야 인력풀이 훌륭하다"며 "토모큐브는 그 안에서 원천기술을 지닌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내가 기여한 분야의 일이 성공으로 기록되는 게 중요한데, 토모큐브에선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됐다"고 밝혔다.

상업용 부동산을 소액으로 쪼개서 사고 팔 수 있는 솔루션 전문 기업 루센트블록(대표 허세영)은 부동산과 금융권 인재를 영입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도 채용하며 부동산 솔루션 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허세영 대표는 "미국에서 자라고 공부한 후 한국에 온 지 6, 7년이 됐다. 대전은 다양한 전문인력, 멘토들이 많다. 대전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이곳에서 스케일업하고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 선배 지원하고 후배 줄 잇는 창업생태계

대덕연구단지의 창업 생태계 특징은 단연코 과학기술 중심의 딥테크 스타트업과 벤처들이 몰려있다는 점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KAIST 등 이공계 중심 인력의 창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탈의 창업자 이전 근무지 통계(2019년 기준)에 의하면 대전세종충청강원은 교수와 공공부문연구소 출신의 창업이 두드러진다. 수도권의 교수와 공공부문연구소 출신 창업자가 2.3%, 2.2%인 것에 비해 대전세종충청권은 3.0%와 7.8%로 연구소 출신 창업자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교수출신 창업도 높은 편이다.
 

대전발전연구원(현재 대전세종연구원)은 대전지역 기업 형성과 성장 연구(2015년 기준)를 통해 IMF이후 딥테크 창업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사업서비스 기업이 월등하게 높은 것도 그런 차원으로 해석된다.[자료= 대전세종연구원]
대전발전연구원(현재 대전세종연구원)은 대전지역 기업 형성과 성장 연구(2015년 기준)를 통해 IMF이후 딥테크 창업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사업서비스 기업이 월등하게 높은 것도 그런 차원으로 해석된다.[자료= 대전세종연구원]
대전발전연구원(현재 대전세종연구원)은 대전의 지역기업 형성과 성장 과정 연구(2015년 자료)를 통해 대전의 딥테크 기업 증가 시기를 IMF 이후 연구자 출신 창업(특히 ETRI 연구자)이 급격하게 늘며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대전의 산업별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사업서비스 분야가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낸다. 대전 지역의 과학기술 전문 서비스업 기업 수도 2009년 1955개에서 2011년 2335개, 2013년 2573개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대전시가 내놓은 AI기업 현황은 전국 1000여개 기업 중 대전 지역에 100개의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로봇, 바이오, 데이터, 제조 등 인공지능을 접목한 산업이 증가하는 것도 한 요소다. 이처럼 과학기술분야 창업이 대덕연구단지의 기술력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특징은 선후배 간의 창업 네트워크가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바이오 분야는 바이오헬스케어협회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탄탄하다. 선배창업자는 창업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성공요소를 후배기업들에게 공유하며 성공을 이끌고 있다. 대전의 바이오생태계는 바이오벤처 1호인 바이오니아를 비롯해 코스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파멥신, 수젠텍 등 상장한 기업은 물론 와이바이오로직스, 오름테라퓨틱, 바이오오케스트라 등 아직 상장 전이지만 기술력을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딥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터로 꼽히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카이트창업가재단은 애초부터 대덕연구단지를 근거지로 시작했다. 이용관 대표와 김철환 대표는 KAIST 출신으로 대전에서 창업하고 액시트했다. 이들은 대전에서 액셀러레이터로 활약을 시작, 자신들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최근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KAIST 학생들이 수시로 이용하는 서쪽 문 인근에 창업커뮤니티 자회사 '시작점' 문을 열었다. KAIST 출신 스타트업들의 교류 공간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배움터, 일터, 놀터의 생태계가 작동하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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