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인공지능(AI)로봇랩 설립 계기다. 고 선임연구원은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서 로봇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다른 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 때문에 로봇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지만, 우수 인력과 연구 자본이 풍부한 대전에 로봇 커뮤니티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고 선임연구원은 "학부 졸업 후 로봇에 대한 수요가 없는 사회 분위기상 다른 분야의 연구소를 오게 됐지만, 로봇은 항상 마음 속에 있었다"며 "이왕 하는 거 취미로 혼자 할 게 아니라,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다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설립을 자처하게 됐다"고 밝혔다.  

◆ AI 자율주행 자동차부터 4족 로봇까지
 

간단한 심사를 거쳐 16명의 참가자가 선정됐다. 연구원, 교수, 시민 등 남녀노소 다양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대덕테크비즈센터(TBC)에 모여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등을 직접 개발했다. 로봇에 탑재할 AI 기술들을 직접 구현함으로써 학습하고, 대회를 통해 실전 능력을 높여나갔다. 

이들의 첫 번째 과제는 '젯봇(JetBot)'이었다. 로봇 입문 초보용 'AI 로봇'이다. 참가자들은 충돌회피, 물체·길 따라가기 등 다양한 기술들을 연마했다. 딥러닝으로 한 번도 주행해 보지 않은 길을 지도 없이 가는 알고리즘을 실습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AI 자율주행 자동차 '파이레이서(PiRacer)'였다. 실제 모형 자동차를 조립하며 그 구조를 파악, 이후 원격으로 해당 자동차를 조종하는 것이다. 여기에 학습된 AI를 적용해 자율주행 레이싱 기능을 더했다. 

젯봇과 파이레이서는 각각 지난 4월, 6월 대회가 진행됐다. 2인 1조 형태로 각 팀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고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세 번째 과제론 4족 로봇 '스팟마이크로AI(SpotMicroAI)'이 진행, 내달 대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두 개의 대회를 모두 우승한 이지성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원은 "참가자들이 평소에도 단체채팅방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만큼 분위기가 타오른다"며 "현재 하고 있는 장비 관련 연구에 AI를 접목하려 로봇랩 구성원들에게 자문도 얻고 있다. 향후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AI를 배운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밝혔다.

고 선임연구원은 "여건만 된다면 AI로봇랩의 대회를 전국단위로 해보고 싶다"며 "이러한 로봇 체험이 일반 시민들에게 AI, 로봇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열린 '젯봇(JetBot)' 대회. 알고리즘을 통해 한 번도 주행해 보지 않은 길을 간다. [영상=고우영 선임연구원 제공]

'파이레이서(PiRacer)' 대회가 지난 6월 열렸다. AI 자율주행 자동차다. [영상=고우영 선임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