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울원전 이진 부장·장극중 차장
이 부장 "이론으로 알던 내용 현장서 경험하고자 선택"
장 차장 "가장 안전하게 값싼 전기 생산, 자부심으로 일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원전 1호기(맨 왼쪽)부터 6호기(오른쪽) 모습. 안정적 전기 생산을 위해 발전부 근무자들은 24시간체제로 근무한다.[사진= 한울원자력본부]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원전 1호기(맨 왼쪽)부터 6호기(오른쪽) 모습. 안정적 전기 생산을 위해 발전부 근무자들은 24시간체제로 근무한다.[사진= 한울원자력본부]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다. 여전한 감염증 확산으로 집안에 머무는 일정이 많아지며 냉방기 사용도 급증하는 추세다. 전력거래소에 의하면 27일 오후 5시께 전력수급량은 9만1000MW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날보다 1만8000MW가 증가한 수치로  공급예비율은 10%내외 상황이다. 맘을 놓을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2011년 9월 예상치 못한 블랙아웃 경험에 정부는 전력수급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멈춰 세웠던 원전의 가동을 잇달아 승인했다.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 전기 생산의 31%정도를 담당하는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발전부 사람들이다. 발전부는 24시간 체제로 운영된다. 단 한 순간 한치의 오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근무자들은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가지 않는다. 식사 역시 앉은 자리에서 전달 받아 해결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발전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진 부장과 장극중 차장. 원전 발전부에서 10년, 20년 이상 근무해온 그들을 통해 원전24시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진 한울본부 부장, 발전 조종 면허 모두 취득

이진 한울원전본부 발전부 부장. 2007년 입사해 앞으로 가동할 신한울까지 모든 원전 발전부 조종사 면허를 취득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사진= 한울원자력본부] 
이진 한울원전본부 발전부 부장. 2007년 입사해 앞으로 가동할 신한울까지 모든 원전 발전부 조종사 면허를 취득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사진= 한울원자력본부] 

이진 부장은 2007년 입사, 올해로 14년차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 핵물리에 관심이 많았다. 이론으로만 알던 내용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포부(?)에 원전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한수원 전체는 물론 발전부에 여성은 없었어요(근무하다 그만 둔 사례만 약간 있었다고). 발전부는 10명이 한팀인데 그동안 남자들만의 부서였죠. 입사초기 화장실이 없어 칸막이로 구분해 쓰곤 했는데 저보다 같이하시는 분들이 더 어려워하셨어요."(웃음)

발전부는 원전(원전 1기당 2개의 발전부) 발전을 제어하는 곳이다. 실질적인 가동을 책임지는 것. 발전부마다 5명은 주제어실, 5명은 현장을 맡는다. 철저하게 팀으로 이뤄진다. 8시간 집중근무 방식이다. 식사 시간도 예외는 없다. 외부에서 가져다 주면 간단히 먹는다. 식후 산책(?) 그런 여유는 남의 이야기다. 식사 시간에도 눈은 계측기에 고정된다. 회의도 그자리에서 한다. 화장실도 서로 교대로만 가능하다. 

이 부장은 "10년 넘게 하면서 지금은 익숙해졌다. 여성으로 어렵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제어실은 힘을 직접 쓰는게 아니라 어려움은 없다"면서 "하지만 현장은 경험, 힘도 요구된다. 초기에 현장 경험이 적어 뜨겁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조작할 뻔 했으나 선배들이 경험을 전수해 줘 잘 마무리 됐다. 그래서 더 공부를 하게 됐다"며 감사해 했다.

이 부장은 한울본부 내에서 발전부 원자로 조종사 면허를 모두 취득한 유일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있다. 한울본부 1,2호기는 프랑스형, 3,4호기는 한국형 기술이 투입됐다. 5,6호기는 한국표준원전, 신한울 1,2호기는 완전한 국내 기술로 개발한 원전이다. 한울본부는 전체 8기의 원전이 집적된 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각 원전마다 특성이 있어 각기 다른 조종사 면허를 필요로 한다.

그는 "발전부 일이 재미있어서 공부하다보니 모든 원전의 조종사 면허를 취득하게 됐다. 원전의 모든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며 개인적 포부를 밝혔다. 이 부장은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자랑스런 한수원상을 받기도 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그지만 어려움도 많다. 24시간 가동체제에서 14년간 일하다보니 남들과 다른 생활 리듬으로 대인 관계가 많이 줄었단다. 

이 부장은 "발전부서는 3일 일하고 2일은 쉬는데 업무 패턴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오후4시부터 밤12시, 밤12시부터 오전 8시로 리듬이 달라져 쉽지 않다. 밤낮, 주말도 따로 없다보니 점점 만나는 친구들이 줄고 있다"면서 "다만 평일에 업무를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들 본인만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테니스)하고 생활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장은 "사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우려가 많아 사기가 떨어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원전 운영과 관리도 기술처럼 세계 최고"라면서 "변화되는 에너지 흐름에 따라 우리도 나아가고 있다. 젊은층이 많이 도전해 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장극중 차장, 원전 30년 베테랑

장극중 차장. 울진 출신으로 발전부 20년, 대외협력 10년으로 현장 경허 중심의 원전 홍보 대사로 불린다.[사진= 한울원자력본부]
장극중 차장. 울진 출신으로 발전부 20년, 대외협력 10년으로 현장 경허 중심의 원전 홍보 대사로 불린다.[사진= 한울원자력본부]

장극중 차장은 1990년부터 원전에 근무한 베테랑이다. 발전부 20년, 대외협력 10년으로 현장 경험 중심의 원전 홍보 대사로 불린다. 특히 울진 출신으로 원전을 지역에 알리는데도 앞장서 왔다.

장 차장은 자동차 공학을 전공했다. 원전은 과학기술 집합체로 다양한 전공을 요구한다. 발전부 인력도 물리, 기계, 전자 등 여러 전공자들로 구성돼 있다. 발전부에 배치되면 2년여간 이론과 현장 교육이 병행되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발전부에 배치되면 현장 근무부터 하게돼요. 현장 경험을 쌓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제시한 이론, 운전제어, 구조, 설계, 방사선, 안전 등 시험을 보고 필기 통과, 실기, 정상과 비정상시 운전, 조치  등을 통과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어요. 우리는 원자로 조종사 면허라고 합니다."

장 차장은 발전부에 투입되면서 항상 긴장감을 놓지 못한다고 했다. 8시간 동안 근무하는 동안 자동제어시스템에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밤 시간에 투입되면 더욱 긴장한단다.

"외부에서는 야간 근무라고 하면 졸거나 잠을 잘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 수 없어요. 내부 조명이 대낮보다 더 밝아요. 눈을 계측기에서 뗄 수도 없고요. 잘래야 잘 수가 없죠."(웃음)

그는 "발전소 교대 근무를 견디지 못해 떠나거나 전환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행히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밤낮없는 교대근무보다 그에게 어려운 부분은 원전을 보는 시선이다.

장 차장은 "원전 근무자 대부분은 안정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면서 "2009년 UAE에 원전을 수출했을때는 자녀를 보내고 싶다며 문의도 많았는데 지금은 원전에 근무한다는 말도 못할 정도로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규제는 필요한데 너무 강화돼 점점 자부심도 추락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원전은 가장 싼 단가로 전기를 생산한다. 무엇보다 원전은 지역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울진 출신으로 지역의 인구유지, 경제발전에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한국의 원전 관리는 원전기본법보다 낮은 선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실력도 최고다. 원전 근무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다시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제8차 전략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국내 전기 공급 발전설치 용량은 LNG 31%, 석탄 30%, 원자력 22%, 재생에너지 9%, 기타8% 수준이다. 분야별 발전은 석탄 40%, 원자력 30%, LNG 22% 재생에너지 5%다. 설비 용량에 비해 원자력의 전기 생산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방사능방재 훈련 중인  한울본부 방재요원들.[사진= 한울원자력본부]
방사능방재 훈련 중인  한울본부 방재요원들.[사진= 한울원자력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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