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세상이 숨쉬다⑲] 화학연 전기원 박사
화학제품 e-chemicals,  수송용 연료 e-fuels 가능

탄소중립 실현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력, 그리고 여기서 얻어진 수소 에너지로 평가된다. 하지만 높은 에너지 밀도가 요구되는 항공용, 선박용, 장거리 육상 수송용 연료는 2050년까지도 2차 전지나 수소 연료전지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기존 석유에서 얻을 수 있는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 다양한 제품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얻을 수 있지만, 제품의 종류와 양이 극히 제한된다. 그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전기에너지를 가해 합성 석유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전기원 박사(차세대탄소자원화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이산화탄소에 전기에너지를 가해 합성석유를 만들고 이를 통해 화학제품 e-chemicals,  수송용 연료 e-fuels 생산이 가능토록 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에 의하면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로부터 얻어진 전기에너지를 이용,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합성석유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석유화학원료로 사용하면 탄소중립 나프타(그린 나프타) 탄생이다.

1990년에 화학연구원에서 연구되던 CO₂로부터 합성연료 제조 방법: CO₂를 산업계 배출원에서 포집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의 'e-fuels' 개념과 같다.[사진= 한국화학연구원]
1990년에 화학연구원에서 연구되던 CO₂로부터 합성연료 제조 방법: CO₂를 산업계 배출원에서 포집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의 'e-fuels' 개념과 같다.[사진= 한국화학연구원]
e-fuels의 가장 큰 장점은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크다는 것이다. 수송용 연료로서 주행거리나 주유 시간에서 수소나 배터리보다 우수하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오프피크 전력 저장에도 매력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기존 화석연료와의 호환성과 대체성의 편리함도 장점으로 꼽는다. 기존 사용하던 내연기관 차량과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석유 제품과 혼합 사용도 가능하다. 연소 후 배기가스가 기존 석유계 연료에 비해 청정해 친환경연료로 꼽힌다. 특히 e-fuels는 생산 과정 특성상 황 성분을 전혀 포함하지 않아 대기 산성화도를 4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수송용 에너지 이용 방법 비교.[사진= 한국화학연구원]
수송용 에너지 이용 방법 비교.[사진= 한국화학연구원]
다만 기존 석유계 연료 대비 높은 생산 비용과 낮은 에너지 전환 효율이 한계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하는 수소도 동일한 문제가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기술은 향후 5년 내에 상용화를 위한 프로젝트가 추진될 정도로 성숙돼 있다. 해외에서는 노르웨이 Norsk e-fuels가 2023년에 1000만 리터/년의 공장을 상용화하고 2026년 1억 리터/년 생산으로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차세대탄소자원화연구단(단장 전기원)이 해외 기술보다 에너지 효율 면에서 진보된 합성석유(e-fuels+ 나프타) 생산 원천기술을 미니-파일럿 플랜트 규모로 확보했다. 후속 실증사업을 기획 중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의하면 2050년 탄소가격이 톤당 150달러이면 유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향후 인플레이션 비율을 고려하면 이보다 이른 시기에 경제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원 박사는 "e-fuels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에너지 밀도이기 때문에 향후 탄소중립을 위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하고 운반하는데 그 어떤 수단보다 유리한 이점을 갖는다"면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유럽처럼 수송용 연료에 e-fuels를 포함시켜야 2050년 'Net Zero'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e-fuels가 바이오연료처럼 하루빨리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되어 상용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