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상연 한컴어썸텍 대표
용돈 모아 비행기 조립하던 열혈남
"중국 드론시장 장악? 빙산의 일각"

황상연 한컴어썸텍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
황상연 한컴어썸텍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
"자연에서 제공하는 자원은 무한해요. 풍력을 잘 활용하면 비행체가 엔진 사용과 활공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 고정익 드론은 회전형 드론에 비해 비행시간이 2~3배 길어요. 최근 고정익 드론과 관련 요소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황상연 한컴어썸텍 대표는 고정익 드론으로 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고정익 드론은 비행기 형상과 유사하다. 항공기 동체에 고정된 날개가 있어 활공(滑空)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회전형 드론은 헬리콥터처럼 날개가 회전하는 형태다. 

고정익 드론은 회전형 드론과 달리 중력에 반대되는 양력(揚力)이 작용한다. 비행기는 날개에서 생기는 양력에 의해 공중을 날 수 있다. 한컴어썸텍은 이런 자연의 법칙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형 고정익 드론' 개발에 나섰다. 

이 기업은 드론 무게 1.3kg, 좌우 날개 길이 1m20~30cm 고정익 드론을 개발 중이다. 드론 비행시간은 약 2시간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회전형 드론에 비해 2~3배 에너지 효율이 높다. 한컴어썸텍은 이를 통해 3차원(3D) 지도 작업이나 군사용 정찰 드론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회전익 드론은 특정 동력에 문제가 생기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설령 사람이 많은 곳에서 비행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대민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정익 드론은 모터 문제가 있어도 어느 정도 활공을 해요. 저희는 경량 소재로 드론을 제작하고 있어 대민 피해 우려가 거의 없습니다."

◆"중국 드론시장 장악? 빙산의 일각만 봤을 뿐"

한컴어썸텍은 올 3월 한컴그룹에 투자를 받으며 그룹 계열사가 됐다. 그때부터 내부 융합 기회뿐만 아니라 외부와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늘어났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신사업 발굴에 나섰고, 고정익 드론 시장을 타깃한 것이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보단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또는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에 방점을 찍고 있다.

"중국이 드론 시장 전체를 장악했다고 생각하는 건 빙산의 일각만 본 거에요. 전체 드론 시장은 너무나 큽니다. B2C만 있는 게 아니라 B2G와 B2B 분야도 있습니다. 중국 드론기업은 대부분 B2C 영역을 장악한 거죠. 그러나 고정익 미니 드론은 2~3시간 비행이 가능해 군사 정찰이나 긴급 물류 운송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한컴어썸텍이 목표하는 B2G 사업 사례는 미국 드론기업 블랙 호넷(Black Hornet)이다. 블랙 호넷이 제작하는 고정익 드론은 1대당 수만 달러를 호가한다. 이 미니 드론 안에는 열화상 카메라 등 혁신 기술이 담겨 있어 군사 정찰 업무에 쓰일 수 있다. 

한컴어썸텍은 또 재난 안전 분야에서 고정익 미니 드론이 활용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집라인(Zipline)이 대표적 사례다. 이 기업은 고정익 드론을 설계하고 제조, 운영하는 기업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긴급 의료용 제품을 배송하고 있다.

"집라인이라는 기업은 고정익 드론으로 아프리카에서 질병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의료용품을 배송합니다. 저희도 재난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미국 블랙 호넷(Black Hornet)이 개발한 미니 고정익 드론. [사진=Defence24]
미국 블랙 호넷(Black Hornet)이 개발한 미니 고정익 드론. [사진=Defence24]
◆용돈 모아 중고비행기 조립하던 황상연 대표

황 대표는 어린 시절 가정이 유복하진 않았다. 이 때문에 중고등학교 시절 모형 비행기를 조종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비행기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꿨다고 한다. 황 대표는 몇 달씩 용돈을 모아 중고 부품을 샀고, 이를 조립해 모형 비행기를 조립하는 열혈 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2018년 어썸텍을 창업한 이후 올해 초 한컴그룹 투자까지 유치한 것이다. 황 대표는 "어린 시절 막연했던 꿈을 실현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한컴그룹 내부에 여러 계열사가 있기 때문에 누를 끼쳐선 안 된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컴어썸텍은 연내 고정익 드론을 제조해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드론 추락 방지 패러슈트, 드론용 배터리 관리 기술 등으로 재난 안전, 국방 분야에 뛰어들 예정이다.

앞서 한컴어썸텍은 대전테크노파크 방산벤처기업 육성 사업을 통해 자체 개발한 드론이 군사용으로 접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황 대표는 "우리 기술을 군사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게 가장 큰 성과"라면서 "시장 수요에 맞게 앞으로 기술을 가다듬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 "드론 비행, 자동 이착륙, 관리 프로세스 등에 대한 운용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면서 "시스템 개발을 통해 드론기업들에게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정익 드론뿐만 아니라 요소기술을 개발해 재난안전, 국방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컴어썸텍이 개발 중인 고정익 드론. [사진=김인한 기자]
한컴어썸텍이 개발 중인 고정익 드론.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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