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대한민국 ①] 한라산 수종·울진 해안 침식 등
설문 참여자 94.2% 위기 공감, 과학자 역할 기대
한반도 109년 비교, 최근 30년 평균 1.6℃ 상승
IPCC, 1.5℃↑10년 빨라져, 인류활동 원인 명시

빙하가 녹아내린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온도가 올라간다. 지구 곳곳에서 기후변화 현상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한반도는 어떨까.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환경 변화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덕넷은 우리나라 곳곳의 기후변화 증상들이 어떤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과학기술적 접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현장을 취재했다. 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후원으로 ‘SOS’라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보도한다. 보도명 ‘SOS’는 지구를 살리자는 구조 요청의 뜻과 함께 우리들의 바다(Sea)와 후손들(Sons), 우리들의 생태계(System)를 기후변화로부터 구하자(Save Our System)라는 메시지가 담겼다.[편집자의 편지]

# 제주 한라산. 한국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 군락지가 있다.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이나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애용된다. 해발 700m, 1000m에서 만날 수 있던 구상나무들. 이젠 1500m를 올라가야만 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온대종들이 구상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밀어내며 한반도 산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 경북 동해안. 지난해에만 백사장 9만8825m²가 사라졌다. 축구장(7140m²) 14개 규모다.  체적은 7만743m³. 25톤 덤프트럭 4535대 분량이다. 해양수산부의 연안포털 연안통합지도서비스에 의하면 울진군의 1971년과 2005년, 2009년 사이의 해안선 변화가 가파르다. 2009년 해안선은 민가까지 바짝 다가 온 상황이다. 

기후변화와의 전쟁이다.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빠르게 상승하며 지구촌 곳곳에는 기록적인 산불, 홍수,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생물 생태계가 무너지며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 변화로 제주도 한라산에서만 자라던 고유 수종은 멸종 위기에 처하고 한반도 토종 농작물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바닷속은 수온 상승으로 갯녹음(백화 현상) 등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고 연안 주민들은 어종 감소, 해안 침식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울진군 죽변면 인근에서 오래전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J씨는 "코로나19로 손님이 대폭 감소한 것도 걱정되지만 더 두려운 것은 이전에는 창 앞으로 펼쳐진 백사장이 일품이었는데 지금은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다가와 있다. 저 옆쪽 건물은 비우고 떠났다"며 말끝을 흐렸다. 
 

연안통합지도로 본 울진군 죽변 인근 해안. 백사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자료= 해양수산부]
연안통합지도로 본 울진군 죽변 인근 해안. 백사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자료= 해양수산부]
해안 현장을 둘러본 노현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하 해양과기원) 박사는 "2016년 7월부터 2년간 2.4km 해안선에서 25톤 덤프트럭 6840대분이 백사장이 사라졌다"면서 "비디오 타워에서 실시간 영상을 찍고 있는데 해안선 면적이 달라지고 있다. 해안선에 호안(벽)을 설치해 적극적인 방호를 하고 있는데 인위적 방호는 또 다른 침식을 유발한다"고 우려했다.
울진군 죽변 인근 식당안에서 본 해안. 과거에는 방조제 인근까지 백사장이었다. 앞에 보이는 바위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단다. 지금은 건물과 바다가 맞닿아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울진군 죽변 인근 식당안에서 본 해안. 과거에는 방조제 인근까지 백사장이었다. 앞에 보이는 바위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단다. 지금은 건물과 바다가 맞닿아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수온 상승으로 인간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생물량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명태, 대게는 조업 금지어종이 됐다. 갯녹음(일종의 백화현상)이 빠르게 심해지며 해조류도 사라지고 있어 해양생물이 서식지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생물 감소는 결국 인류 생존과 직결된다.

이병희 울진군 주무관은 "수온이 오르면서 명태는 아예 없다. 봄에 안오던 비, 바람, 돌풍이 잦아지며 예전에 많았던 대게도 사라졌다. 우리지역 특산물이 대게인데 대게가 안잡힌다"면서 "지금은 남해안 어종이 올라온다"고 밝혔다.

박주명 해양과기원 박사도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해는 명태, 오징어, 가자미, 문어, 도루묵, 대게가 특색 생물인데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87~88년도에는 명태가 가장 많이 잡혔는데 지금 우리는 러시아에서 잡힌 명태를 수입해 먹는 것"이라면서 "생물에게 순환사이클이 필요한데 그 사이클에 문제가 생겼다. 기후변화가 같이 얽히면 회복이 어렵다. 수산물 가격이 올라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생물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어민들만 느끼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진재율 한국해양과기원 박사는 "기후변화와 수온상승으로 잦아진 태풍, 높아진 파고가 연안을 지속적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8, 9월 태풍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더욱 심해진다.  해양 생태계를 고려한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데 당장 피해를 막는데 급급하며 동해안 해안선이 점점 침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이대로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생물다양성에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1만년 전 매머드가 멸종할 때 매머드와 함께한 수천가지 종들의 생태계가 사라졌듯 제주의 생태계가 지금 그렇다"고 우려했다. 

◆ 설문 참여자 94.2% 기후변화 위기 공감

대덕넷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설문을 진행했다. 415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은 94.2%가 기후변화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미지= 대덕넷]
대덕넷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설문을 진행했다. 415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은 94.2%가 기후변화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미지= 대덕넷]
기후 변화 위기 의식은 과학자, 일반인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지가 지난 2일부터 14일 자정까지 실시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설문 결과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인류의 위기라고 생각하는가 질문에 설문 참여 415명 중 305명(73.5%)이 매우 그렇다, 86명(20.7%)이 대체로 그렇다를 선택, 94.2%가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자들은 언론보도 등을 소개하며 기후변화 예시로 들었다. 한반도 아열대화, 제주 용두암의 수면상승, 제주 구상나무 위기는 물론 지구촌 곳곳의 산불, 홍수, 기상이변, 빙하 유실 등을 상세히 적으며 기후 변화 위기에 공감했다.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계에 거는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참여자들은 312명(75.2%)이 매우 그렇다, 85명(20.6%)이 대체로 그렇다고 답변, 95.8%가 과학계의 역할을 기대했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시급하게 연구되어야 할 분야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포집, 저장, 재활용 의견이 많이 나왔다.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저탄소 에너지 등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길 당부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계 융합 드림팀 필요성에도 90.8%(매우 그렇다 269명(65.1%), 대체로 그렇다 106명(25.7%))가 협력을 당부했다.

정부의 2050탄소중립은 가능할까. 긍정적이지 않다. 설문참여자의 45.3%(매우 그렇다 50명(12.2%), 대체로 그렇다 136명(33.1%))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응답자의 29.2%, 3분의 1정도는 2050탄소중립이 어렵다고 보았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사회적 합의 부재, 각 국가간 협조체계 부족, 글로벌 전략 대신 각개전투 등 다양한 원인을 꼽았다.

국내 원인으로는 정치권의 문제의식 부족, 실질적 대안 부재, 중장기 전략 부재, 정책과 연구의 산발성 등을 들었다. 또 정책과 연구개발에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IPCC에서 1.5℃ 상승 시점을 기존보다 10년 앞당긴 상황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짧아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할지 우려하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원전 확대 제안도 눈에 띄었다.

내년 3월 대선은 후보자의 탄소중립 공약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설문 참여자 중 매우 그렇다 84명(20.2%), 대체로 그렇다 148명(35.7%) 등 절반이 넘는 55.9%가 탄소중립 공약이 당락에 영향에 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15.1%(대체로 그렇지 않다 50명(12%), 매우 그렇지 않다 13명(3.1%))로 수준이다. 보통은 120명(28.9%)로 나타났다. 

설문 참여자의 대부분은 기후 변화 위기를 인식하는 만큼 각자 실천하는 노력도 돋보였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참여자들의 상당수는 텀블러 이용, 승용차 대신 걷기, 자전거 이용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계 답변자 중에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탄소중립 인식확산 교육 프로그램 필요성에는 94.2%(매우 그렇다 63.9%, 대체로 그렇다 30.3%), 참여 의향을 묻는 항목에도 88.9%(매우 그렇다 48.7%, 대체로 그렇다 40.2%)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

이번 설문은 과학기술계(이공계 학생 포함) 35.2%, 과학기술계 유관분야 21.8% 외에도 일반인이 37.9% 참여했다. 연령대로 40대 26%, 50대 23.9%, 30대 19.3%를 비롯해 60대 16.4%, 20대 10.8%, 10대와 70대 이상도 참여하며 기후변화 위기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음이 확인됐다.  

◆ 한국, 109년 기후변화 1.6℃ 상승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 4월 발행한 '우리나라 109년(1912~2020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가장 더운 10년 중 6회가 최근 10년 내에 발생했다. 지난 109년간 연평균 기온은 10년당 0.20℃ 상승했다. 특히 최근 30년 연평균 기온은 과거 30년에 비해 1.6℃가 상승한 상태다. 계절별로는 봄과 겨울 평균 기온이 2.1℃씩 각각 상승했다. 여름(20일)은 길어지고 겨울(22일)은 짧아졌다. 

한국은 중공업 중심으로 압축성장 한 국가다. 그 결과 탄소배출량이 높아 기후변화 악당으로 분류돼 왔다. 코로나19로 전지구와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도 감소했지만 그동안 한반도 증가율은 전지구 증가율 2.4ppm보다 높은 2.7ppm이다.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의 높은 기온 상승, 제주와 울진의 생태계 변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 연구자 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세계 각국의 해안이 수면 아래로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한국의 인천, 평택 등이 물에 잠기는 예상 지도.[사진= 클라이밋센트럴 홈페이지 갈무리]
기후변화 연구자 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세계 각국의 해안이 수면 아래로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한국의 인천, 평택 등이 물에 잠기는 예상 지도.[사진= 클라이밋센트럴 홈페이지 갈무리]
기후 변화는 오랜 기간(통상 10년 이상 기간) 동안 통계적 유의한 수준의 기후 평균, 변동성 변화를 의미한다. 태양에너지, 지구공전궤도, 화산 등 자연적 원인도 있지만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배출, 토지이용 등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공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5℃ 상승하는 시점이 10년이나 앞당겨졌다. 2018년 보고서에서는 그 시기를 2030~2052년으로 예측했지만  지금 속도라면 2030~2040년 1.5℃ 상승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곧 닥칠 문제로 물러날 곳이 없다는 의미다. IPCC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인류의 재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목할 것은 IPCC는 이번 평가보고서에 기후변화 원인으로 인간의 활동을 명시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배출한 탄소 100%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 지구촌 곳곳이 파괴될 것이라고 했다. 

IPCC가 제시한 지구온도 1.5℃와 2℃ 상승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1.5℃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약시 설정한 마지노선이다. 생태계와 인류에 가하는 위협에서 인류 생존을 위해 1.5℃ 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북극 해빙을 예로 들면 1.5℃ 상승 시에는 100년에 한번 정도 발생해 해빙 복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구온도가 2℃ 상승하면 10년에 한번씩 발생, 해빙 복원 자체가 어렵다.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2℃상승시 해수면이 10cm이상 높아져 지구촌 곳곳이 위협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물부족 인구가 50%이상 늘어나고 산호의 99%가 소멸돼 바다생태계가 파괴되며 인류 생존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 연구자 단체인 클라이밋센트럴이 제시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각국의 침수 예상 지도에 의하면 지금처럼 탄소배출이 지속될 경우 전 지구의 해안 대부분이 잠기게 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 평택, 군산 등 서해안 지역 상당수가 2050년, 2100년을 맞으며 수면아래로 사라질 수도 있다. 기후변화 위기가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코 앞까지 왔다.
 

클라이밋센트럴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미 400ppm을 넘어섰다. 과거와 달리 산업화 이후 급격히 높아진 모습(사진 왼쪽)이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지구온도는 4℃이상 상승(사진 오른쪽)하며 생명체 존립이 어려운 재앙이 닥칠 수 있다.[이미지= 클라이밋센트럴 홈페이지 갈무리]
클라이밋센트럴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미 400ppm을 넘어섰다. 과거와 달리 산업화 이후 급격히 높아진 모습(사진 왼쪽)이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지구온도는 4℃이상 상승(사진 오른쪽)하며 생명체 존립이 어려운 재앙이 닥칠 수 있다.[이미지= 클라이밋센트럴 홈페이지 갈무리]
 ※ 다음 보도편은 제주, 울진, 전라 지역의 생태계 현황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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