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애통, 열정과 비전 있던 분"

박창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사진=대덕넷 DB]
한국원자력연구원장과 ADD(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박창규 박사(69)가 16일 별세했다. 고인은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과 국방과학 분야의 기틀을 닦았던 인물이다. 특히 원자력 분야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시건대학교에서 유학하며 확률론적 안전성평가(PSA) 기술을 한국에 가져와 기술도입국인 미국에 역수출하는 신화를 썼다. 

이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국은 세계 각국에 원자로를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고인은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원자력·국방과학계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투병 중 ADD·원자력연 개혁의 필요성, 탈원전 재고, 수소생산 기술의 필요성 등을 역설해왔다.

◆원자력계 '개척자'

고인은 195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원자력학 학·석사를 시작으로, 미 MIT와 미시건대에서 원자력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해 미래원자력기술개발단장, 신형원자로개발단장, 원자력수소사업추진단장 등을 역임했다. 주로 이전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선봉에 섰다. 

한국원자력연구소장으로 2005년 4월 발탁돼 3년간 기관을 이끌었고, 한국원자력국제협력재단 이사장,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5월부터 3년간 ADD 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고인이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한국 원자력은 세계 곳곳에서 최고 안전성을 입증하며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ADD 소장 퇴임 이후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위원,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겸직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특히 언론 활동을 통해 원자력, 국방과학계를 위한 기고 활동을 이어왔다.

◆"애통, 열정과 비전 모두 겸비했던 분" 추모

박창규 박사의 별세 소식을 전해 들은 과학계 인사들도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과학계 인사들은 고인을 기억하며 목이 메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인호 전 ADD 소장은 "박창규 박사에게 어느 날 '김 박사, 나 ADD 소장 지원했어'라는 전화가 왔다"며 "그렇게 국방 연구개발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전 소장은 "제가 지근거리에서 같이 일해 본 바 박 소장님은 타고난 과학기술자요 아이디어 뱅크"라면서 "거기에 추진력과 결단력까지 겸비한 타고난 리더십을 갖춘 분"이라고 기억했다.

김 전 소장은 또 "연구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앞장서서 방어해 주시고 실적을 냈을 때 진정으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며 "퇴임 후에도 얼마든지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실 수 있는, 아니 기여하셔야 할 분이셨다. 큰 족적을 남기고 가신 고 박창규 박사님을 보내드리기 아쉬운 마음으로 추모한다"고 했다.

최영명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은 고인과 44년 지기로 그를 기억하며 목이 메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모든 일을 열정적으로 창의적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며 "매 순간 우리나라 원자력과 국방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라 애통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장은 고인을 "미래를 내다보셨던 인물"이라고 했다. 하 회장은 "박창규 박사님은 10여 년 전부터 수소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면서 "항상 미래 촉망받는 분야를 몇 년 정도 내다보시고 말씀하셨다"고 기억했다. 

황주호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그를 '진정한 경영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황 학회장은 고인을 "원자력에 관해 남다른 비전을 제시한 사람"이라면서 "그는 경영 철학이 확실했다. 그만큼 자신에게 엄격했고 올곧았다"고 회고했다.

양준언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고인과 확률론적 안전성평가(PSA) 관련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양 박사는 "박 박사님은 언제나 비전이 남다르셨던 분이었다"면서 "앞날을 내다보시고 무언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남들 보다 몇 년 전부터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이 '이걸 어떻게 하냐'고 하는 것도 용기와 결단력을 가지고 추진했었다"면서 "나중에 보면 그 용기 덕분에 결단을 내리고 성공하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주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고인을 '착실한 연구원'으로 기억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별세 소식을 접하고 앞이 깜깜하다"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우주와 국방은 안보적인 면에서 해외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국산화를 구축했다"며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 본인 일에 최선을 다해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제 기억 속에는 많은 걸 변화를 시키려고 하셨다"며 "연구 체계라든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연구해보자며 변화를 추구하신 분"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정로 KAIST 전 교수이자 현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와 딸 주연(재미)씨, 사위 이선윤(재미)씨가 있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14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8일. 장지는 성남 분당메모리얼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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