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임인철 한국방사선산업학회 회장·원력협의회 회장

임인철  한국방사선산업학회 회장·원력협의회 회장
임인철  한국방사선산업학회 회장·원력협의회 회장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온과 폭우 등 자연재해는 기후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데 동의한다. 기후변화는 1972년 로마 클럽의 '성장의 한계'에서 처음으로 경고됐다. 이후 범세계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파리 협정 등 국제 협약이 체결됐다. 또한, 각국에서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한하기 위한 탄소중립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탄소중립 선언 이후, 구체적인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8월 5일에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보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기후 악당으로 불릴 정도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갈 길이 매우 바쁜 상황이다. 제조업의 비중과 무역의존도가 높아 환경도 살리고 국가경쟁력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 활용해야 한다.

미국, 유럽 등 각국에서 나온 보고서에 의하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같이 활용하지 않으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자력협의회(원자력 또는 방사선 연구와 관련된 학회 등 13개 기관으로 구성)가 7월 8일 개최된 원자력 심포지엄을 통해 탄소중립 시나리오 마련에 대한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를 정부에 건의하고 의견 반영을 요청했으나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발간된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보고서와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의 주요 메시지를 소개하고, 탄소중립정책 수립에 있어 우리나라가 가진 숙제와 고려할 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 48차 총회에서 각국 대표는 지구표면 평균 온도가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1.5℃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억제해야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1]. 

보고서는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량을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서로 완전히 상쇄되는 이른바 ‘Net-Zero’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1.5℃를 넘지 않으려면 어떠한 시나리오에서도 원자력 에너지의 활용이 증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세계 각국은 2019년부터 차례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Net Zero Emission, NZE)를 달성하는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그러나, 지난 6일에 승인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 요약본을 보면 IPCC는 지구표면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 이하로 묶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2].

IEA는 OECD 산하 기구. 석유의 긴급 유통과 소비 억제, 대체에너지 개발 촉진 등을 목표로 설립됐다. IEA는 2021년 5월, 각국의 NDC(National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목표) 목표를 반영한 에너지정책 시나리오(STEPS, Stated Energy Policy),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2020년에 약속한 NZE 목표를 반영한 서약 시나리오(APC, Announced Pledges Case)와 2050년 NZE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과 에너지 수급을 전망했다[3]. NZE 시나리오의 경우 지구의 온도 변화는 2100년 1.5℃ 상승에서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으며, 온실가스 발생 감축 기여도를 보면 전기화가 제일 큰 비중이 크다. 

2050년 NZE 달성시 세계 1차에너지 공급과 소비는 전 세계 1차 에너지 공급량은 2020년 587 EJ(Exa-Joule)에서 2050년 543 EJ로 2020년 대비 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기의 비율은 2020년 20%에서, 2050년 49%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재생에너지는 12%에서 67%로 증가하고 원자력 에너지도 5%에서 11%로 늘어 두 번째로 큰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50년 NZE 시나리오의 전 세계 1차 공급 에너지.[이미지= IEA]
2050년 NZE 시나리오의 전 세계 1차 공급 에너지.[이미지= IEA]
2050년 NZE 시나리오의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이미지= IEA]
2050년 NZE 시나리오의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이미지= IEA]
IEA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2020년에 비해 배터리의 사용과 사용시간 조절의 양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원자력 사용이 늘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부하추종운전이 쉬운 SMR(Small Modular Reactor)이 실제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해결에 활용되어야 함을 뜻한다.
1990년 기준 각국의 온실 가스 배출량과 NZE 달성 목표.[이미지= IEA]
1990년 기준 각국의 온실 가스 배출량과 NZE 달성 목표.[이미지= IEA]
 
여기서 또 주지할 것은 아래 그림 '국가별 전원별 발전량 점유율'처럼 각 나라는 각자의 형편과 사정에 맞는 전원 믹스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탄소 전기가 50% 이상인 국가를 보면, 노르웨이,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스웨덴은 풍부한 수력을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슬로바키아, 벨기에, 헝가리, 스웨덴 등은 원자력을 많이 이용한다. 핀란드와 스페인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이산화탄소 저감에 활용하고 있다. 
 
국가별 전원별 발전량 점유율.[이미지= IEA]
국가별 전원별 발전량 점유율.[이미지= IEA]
그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극복 방안'을 보면 1990년 이후 우리나라와 몇 나라의 온실가스 발생량 변화 추이와 2020년 NZE를 달성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2030년 타깃은 2020년 12월 NDC 제출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갈 길이 매우 바쁘다. 프랑스는 온실가스를 발생하지 않는 56기의 원전과 수력발전으로 전원의 95%를 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50년 IPCC의 전력부문 탄소중립 목표를 이미 달성하였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극복 방안.[이미지= IEA]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극복 방안.[이미지= IEA]
지난 5일에 발표된 우리나라 탄소중립 세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보자(표 3참고). 2050년 에너지 수요는 2018년 수준을 유지하고, 전기화율은 20%에서 45~48%, 전체 전력 수요는 2018년 대비 204~213%로 대폭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탈원전 기조를 유지, 2050년에는 잔여 9기의 원전만 유지한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장치(ESS)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설명이 빠진 상태다.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분석에 따르면 탈원전 지속 시 발전설비 투자비가 1394조원에 이른다. 가동 중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원전을 가동할 때와 비교해 450조원이 더 필요하다[7]. 한국원자력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전환정책이 지속될 경우 전기요금은 100% 이상 인상되어야 한다[8]. 이는 국가경쟁력 유지에 매우 큰 장애 요인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정부는 수소터빈 혹은 암모니아 발전이라 명칭된 무탄소 신전원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앞으로 많은 기술 진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수소 확보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동북아그리드 활용 제안에 있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했는지도 궁금하다. 

정부는 8월 20일 온라인공청회를 통해, 2030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자해 탄소중립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원자력 관련 기술 개발 계획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정부는 원자력 발전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을 이용, 수소를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실증에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엑셀론사는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수전해 방식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이다. 3~5년 내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9].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탄소중립위원회에 원자력 전문가가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8월 7일에 구성된 탄소중립시민위원회의 숙의와 토론에 어떤 전문가가 참여할 것인지도 공개되어 있지 않다. 탄소중립은 구체적 실천으로 가능하다. 국가와 후손의 생존을 위해 우리가 가진 자원과 과학기술을 총망라해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세워야 할 절실한 시점이다. 

◆ 임인철 한국방사선산업학회 회장·원자력협의회 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원자력공학으로 학사를 마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를 시작 하나로 안전관리 랩장, 하나로 운영부장, 하나로이용연구 본부장, 방사선과학연구소장을 지냈다. 21년부터 원자력협의회 회장, 한국방사선산업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IAEA 국제연구로학회 위원을 지낸 바 있다.

출처
[1] IPCC, 2018: Global Warning of 1.5℃.
[2] IPCC, 2021: Summary for Policy Makers. In: Climate Change 2021.
[3] IEA, "Net Zero by 2050: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 2021-05.
[4] IEA, "Germany 2002: Energy Policy Review", 2020-02. 
[5] J. Lim, "The Role of the Power Sector for 2050 Carbon Neutrality in Korea", 에너지경제연구원, 2021 원자력산업 연차대회 발표, 2021-05-11.
[6] 2050 탄소중립위원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2021-08-05.
[7] 한국경제신문, "탈원전 고집하면 전력설비 450조 더든다", 2021-07-18.
[8] 한국원자력학회, "에너지믹스 특위 보고서", 2021-07.
[9] https://www.power-eng.com, "Exelon Partnering with NEL Hydrogen, National Labs to explore H2 Production at 3 GW Nuclear Station",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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