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영기 IBS 바이러스기초연 소장
'대규모 집단감염' 때 델타 등 각종 변이 도래
백신 접종 완료율 75%, 집단감염 줄여나가야

최영기 IBS(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 [사진=IBS(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최영기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 [사진=IBS 제공]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가장 경계해야 할 요인은 '대규모 집단감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해 증식하는 감염성 입자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땐 숙주 세포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변이 출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독한 코로나' 델타 변이주도 인도에서 대규모 집단발병 이후 높은 감염성을 얻어 전 세계를 덮쳤다.

최영기 IBS(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은 3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가장 경계해야 할 요인으로 "바이러스 변이는 새로운 감염 숙주가 있을 때 다양한 변이주들이 출현하게 된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최 소장은 "인도 유래 델타 변이주는 대규모 집단감염이 일어난 곳에서 유래했다"면서 "지금까지 잘 알려진 알파 변이주(영국 유래), 베타 변이주(남아공 유래), 감마 변이주(브라질, 남미 유래) 등도 이런 조건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는 지난해 5월 이후 발생한 수십 종의 코로나 변이 중 전염성 등에서 가장 강력한 변이로 평가됐다. 최 소장에 따르면 앞으로 델타 변이를 뛰어넘는 또 다른 변이를 막으려면 대규모 집단감염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이달 중순 미국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백신 접종률을 높인다면 델타 변이를 능가하는 변이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백신 접종 완료율을 75% 수준으로 과거보단 대규모 집단감염 발병 가능성은 줄어든 상황이다.

최 소장은 다만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코로나 발생 이전처럼 생활한다면,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군에서 감염 인구수가 늘어날 수 있다"며 "그 때문에 새로운 변이주가 출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도 가능한 개인위생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켜야 하는 방역 지침을 지켜야 한다"며 "점진적으로 일상을 만들어가야만 새로운 변이 출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왜 장기 기초과학인가?

코로나는 미지의 감염병에 대한 장기 연구가 곧 '생명 주권'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그 맥락에서 IBS 바이러스연도 출범했다. 또 글로벌 제약사 협업으로 1년 만에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 나왔지만, 이 연구는 1987년 태동한 연구 결과물이다. 사람에게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800여 개인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예방 효과를 인정한 백신도 30개 미만이다. 

최 소장은 "바이러스 종류는 너무도 많지만, 인류는 이미 알려진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며 "바이러스연이 설립됐지만,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연구 인프라를 가진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에 계신 분들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연구 역량은 장기간 준비하고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면서 "바이러스 관련 특허와 기술을 가진 국가들은 오랜 기간 기초과학 연구역량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발생할 질병들에 대한 기초연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꾸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기초연구 역량 강화, 신진 바이러스 연구 인력 양성, 바이러스 연구 협력체계 구성 등을 통해 신변종 바이러스를 극복할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와 같은 신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면서 "신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하더라도 개인위생 준수와 기초방역 지침을 준수한다면 전국적 확산을 막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새로운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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