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분야는 고령화 시대의 인류 건강을 책임지는 핵심 분야이자 경제성장의 핵심축 중 하나다. 바이오 분야 사이의 융합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꾸준한 확장 및 성장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각국은 바이오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투자할 수 있는 ‘클러스터(Cluster)’ 조성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많은 투자를 이어왔으며 핵심 거점이 형성되어 있다. 

이번 BIO Insight에선 우리나라 바이오 클러스터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살펴본다.

◆ 정부주도부터 자생까지, 지역에 바이오가 녹아들다

우리나라의 혁신클러스터는 2000년대 초 첨단 산업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생산 활동과 연구기관의 R&D 활동을 융합하는 형태로 지역개발·경제성장·기업육성 대안으로 추진되었다.

2005년 7개 분야 시범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2007년 5개 산업단지를 추가해 총 12개의 클러스터 사업이 진행되었다. 바이오 분야에 있어선 원주가 2005년 초기 7개 시범단지에 ‘의료기기’ 산업단지로 지정되었다. 이후 2010년 거점 연계형 산업클러스터 확대 방안이 발표된 후 전국 산업단지 및 산업집적지가 연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형성된 바이오 클러스터는 크게 정부주도형과 지자체조성형, 그리고 자생형으로 구분한다. 정부주도형은 정부가 국가사업으로 추진 및 조성된 클러스터로 대표적으로 오송과 대구가 있다. 이 두 곳은 첨단의료단지법(특별법)에 근거해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성되었으며,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설립되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바이오클러스터 현황.[자료=STEPI, 디자인=김남준]
국내 주요 바이오클러스터 현황.[자료=STEPI, 디자인=김남준]
지자체조성형은 지자체가 지역 특화 산업 발전을 목표로 기업 유치와 지원기관 설립 등을 통해 추진된 형태다. 이로 인해 경제자유구역, IT특화 구역 등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바이오 분야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현재 서울 홍릉의 바이오허브가 이에 해당한다.

자생형의 경우 바이오 기업이 집적되며 자체적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된 경우다. 여기에 각 지자체의 지원이 더해져 클러스터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전과 원주, 인천, 판교-광교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바이오 클러스터들은 각각의 지역 및 산업 특성에 맞게 클러스터 육성 계획을 세워 조성해나가고 있다. 서울 홍릉의 경우 산·학·연·병이 밀집되어 있는 홍릉의 특성을 이용해 융·복합 연구와 발전을 도모한다.

판교와 광교는 각각의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판교테크노밸리엔 1,200여 개 기업이 입주해있는 가운데 바이오 분야가 세 번째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코리아바이오파크를 중심으로 한국바이오협회와의 연계를 통해 자체적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광교의 경우 BT·IT·NT의 융합을 목표로 하며 경기바이오센터·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한국나노기술원·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경기R&DB센터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기술 융합을 도모한다. 특히 ‘광교 바이오스타트업 캠퍼스’ 조성을 통해 부족한 바이오 기업의 입주 공간 및 공동 연구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천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동아제약 등 국내 대형 바이오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인천공항 및 서울과의 지리적 접근성이 높아 글로벌 네트워킹 및 마케팅에도 이점을 갖는다. 특히 올해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로 최종 선정됨에 따라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는 의료기기 후방산업에 해당하는 IT, 전자, 디스플레이, 소재 산업 분야에서 역량을 키워왔으며, 이를 바이오와 연계해 의료기기 개발에 특화된 클러스터다. 대구경북첨단의료진흥재단을 중심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운영되고 있고, 스마트 웰니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한 층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다른 첨단의료복합단지인 오송은 국책기관과의 연계가 특징이다.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내에는 6대 국책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바이오 기업의 임상 및 인허가에 용이하며, 바이오 정책 관련 정보 수집도 빠르다.

대전은 대덕 연구개발특구와의 연계가 가장 큰 장점이다. 주요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KAIST 등과의 연계가 이뤄지고 있으며, 과학벨트인 둔곡·신동지구에 바이오 집적화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또한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됨에 따라 기술개발 및 시험에 이점을 갖는다. 무엇보다 민간 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가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클러스터 연계, 다양함을 잇는다
 

지역별 바이오 클러스터를 연계하는 BIO X-Valley 구상개념도.[자료=STEPI, 디자인=김남준]
지역별 바이오 클러스터를 연계하는 BIO X-Valley 구상개념도.[자료=STEPI, 디자인=김남준]
앞서 소개한 주요 클러스터들의 특징을 소개했지만 현안 및 쟁점도 남아있다. 먼저 차별성이다. 각기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유사분야에 있어선 중복적인 부분이 있어 투자 효과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원주(의료기기)와 오송(BT 기반 첨단 의료기기), 대구(IT 기반 첨단 의료기기)는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독창적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바이오스타트업 육성에 있어선 홍릉과 광교 바이오스타트업캠퍼스가 유사한 포지션을 가지며, 오송과 대구에서 각각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자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또한 관련 정책들이 우선적으로 ‘입주기업 모집’과 ‘정부 예산 확보’에 치중되어 있어 차별화된 지원체계 구축이 미흡하다. 즉 단순 외연 확보만이 아니라 클러스터별 특징에 맞는 전략적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클러스터라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산·학·연·병·관의 협력이 부족한 상태다. 우선 산·학·연·병·관이 모두 집적된 클러스터가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임상연구의 핵심이 되는 대형 연구병원의 경우 주요 대도시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을뿐더러 다소 협력에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클러스터 간의 협력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현재 바이오 클러스터는 협력보다 경쟁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차별화 전략으로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한 뒤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국토가 작은 우리나라 특성상 연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발간한 ‘STEPI Insight Vol.274’에선 지역 바이오 클러스터 간의 연계·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Bio X-Valley’ 모델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추진전략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먼저 지역별 바이오 클러스터 자체의 자생력을 확보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한다. 이는 연계에 의존하지 않고도 우선 자생할 수 있는 내실을 갖춤과 동시에 지역주도 성장의 철할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경쟁력을 갖춘 클러스터 간의 연계가 이어진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강원권, 전라권, 경상권이 각각 이어져 크게 X자 형태의 연계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클러스터끼리 협력하고 시너지를 낸다.

이렇게 갖춰진 클러스터 X-Valley는 지역을 넘어 국가 수준의 바이오 전략 및 계획 수립에 영향을 미친다. 즉 현장에 맞는 국가 차원의 대응이 가능해지고,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바이오 클러스터에 필요한 것은 융합이다. 소속과 분야, 그리고 지역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서로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바이오클러스터 정책 진단과 지역주도 혁신성장 방향(STEPI Insight vol.274, 조용래·이종혁·송치웅)

※ 본 기사는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와 함께 준비한 기사로 센터 뉴스레터 및 오프라인소식지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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