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학생 인터뷰]KAIST 최정담·이충명
"수학, 6개 기호로 구성돼있는 논리적 언어"
큐브 세계기록자 "시행착오 많은 퍼즐, 연구와 비슷"

최정담 KAIST 전산학부 학생은 수학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사진=이유진 기자]
빨대 구멍은 1개일까 2개일까, 어쩌면 0개일까? 완두콩으로 태양을 덮을 수 있을까? 4차원 공이 3차원에서 굴러다니면 어떻게 될까?···.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넘쳐나는 세상, 누구보다 쉽고 재밌게 수학을 해석하는 이가 있다. 1+1=2 증명, 거짓말쟁이 역설 등 수학을 하나의 '썰'로 푸는 방식이다. 총방문자 수 150만명에 달하는 블로그 '유사수학 탐지기' 운영자 '디멘'이자 '발칙한 수학책' 저자인 최정담 KAIST 전산학부 학생이다.
 

최정담 학생이 저술한 '발칙한 수학책'. [사진=예스24]

최 군은 '수학 스토리텔러'다. 복잡한 계산도, 어려운 수식도 없이 오로지 그림과 이야기로 수학을 풀어낸다. 그는 "수학은 결코 어렵지 않다"며 "영어 알파벳 26개로 모든 문장을 소화할 수 있듯이, 수학도 분석해보면 6개의 기호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다. 수학은 결국 6개의 기호로 구성돼있는 논리적 언어"라고 말했다.

최 군은 영재고등학교 수석 졸업 후 KAIST에 입학했다. 처음엔 단순히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었다. 친구들에게 수학을 보다 쉽게 설명하면서 '수학 공식'이 '수학 썰'로 변모했다. 그렇게 중학생 시절 블로그를 시작으로 현재 페이스북, 유튜브 등 사람들에게 자신의 수학을 전파하고 있다.

이공계생이라고 수학만 하는 건 아니다. 최 군은 역사학, 언어학, 철학에도 관심이 두텁다. 언어학의 논리적 규칙인 문법과, 역사학에서 어떤 언어가 있었는지 추리하는 과정이 수학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고대 문헌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등 논리적 추론을 필요로하는 철학도 그에겐 수학만큼 재밌는 학문이다.

"수학은 궁극의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우주의 기원이 뭘까, 신이 존재할까 등 결국 궁극의 질문을 향해가는 게 수학이기 때문이죠. 만약 삼각형이 실제로 존재하면 그 안에 신이 있을 수도 있고, 수학 실제론 이라면 이데아와 신이 실재할 수도 있어요. 그럼 수학이 실재한다는 증거가 뭘까. 만약 우리의 상상뿐이라면 왜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은 우주를 그토록 잘 설명하는 것일까. 수학은 우주를 잘 설명하니 실체 해야 합니다. 이건 시공간을 초월해서 존재한다는 의미니, 거기에 신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 군에게 수학은 우주다. 만물의 역사가 수학과 함께 하고 있으며,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수학이 철학적이고 수학적인 질문이 하나의 길이 된다는 점에서 수학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학으로 진리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간 수학에게 실용적 측면 외 순수한 실험용 접근은 없었던 만큼, 과학 대중화와 같이 수학을 보다 쉽게 대중화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 KAIST 내 '퍼즐계 대가'?
 

이충명 KA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의 3x3 큐브 실력. 그는 "지금은 퍼즐에 집중하느라 큐브 실력이 조금 떨어졌지만 한창 때는 7초에 맞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상=이유진 기자]

"저희 동아리에 유명한 선배가 있어요." 교내에 '퍼즐계 대가'가 있다는 한 KAIST 학생의 제보에서 비롯됐다. KAIST 퍼즐 동아리 '퍼플'에서 9년째 활동 중인 주인공은 전성기 시절, 3x3 큐브를 맞추는 데 단 7초가 걸렸다. 국제큐브협회 최소회전 종목 국내 1위, 아시아 3위, 세계 70위에 빛나는 기록이다. 15년 전부터 '어잌후'란 활동명으로 이 분야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이충명 KA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의 본래 주 종목은 큐브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우연히 선물 받은 큐브가 계기가 됐다. 이후 5x5, 특수 큐브 등 활동 범위를 넓혔다. 해법 자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해 직접 회전연산을 수학적으로 따져 커뮤니티 '큐브매니아'에 공유했다.

이 군은 대학원에 들어오면서 퍼즐로 종목을 변경했다. 단순히 퍼즐을 맞추는 게 아닌 '퍼즐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국제적 퍼즐 모임 'IPP(International Puzzle Party)'가 개최하는 대회에 출전한 적도 있다.

예컨대 퍼즐의 종류도 다양하다. 실물이 있는 기계적 퍼즐이 있는가 하면 수수께끼와 같은 논리 퍼즐, 도형을 정해진 틀 안에 모두 맞춰 넣는 도형 퍼즐 등이 있다. 이 군은 이 모든 퍼즐을 직접 만들어 공유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퍼즐을 검토, 조언해주기도 한다.
 

이충명 학생이 개발한 도형 퍼즐(왼쪽, 가운데)과  논리 퍼즐. 그는 큐브도 직접 만들어 퍼즐 박물관인 '트위스티퍼즐즈닷컴'에 게재한 적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이충명 학생이 개발한 도형 퍼즐(왼쪽, 가운데)과  논리 퍼즐. 그는 큐브도 직접 만들어 퍼즐 박물관인 '트위스티퍼즐즈닷컴'에 게재한 적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이충명 학생은 서울 출생으로, 중학교를 조기졸업한 뒤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KAIST에 진학했다. 그는 "KAIST는 다른 대학교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며 "KAIST엔 하나에 꽂히면 파고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사람들과 대화하면 잘 통할거 같다고 생각했다. 괴짜도 KAIST에선 일반인이란 생각에 진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이충명 학생은 서울 출생으로, 중학교를 조기 졸업한 뒤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KAIST에 진학했다. 그는 "KAIST는 다른 대학교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며 "KAIST엔 하나에 꽂히면 파고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사람들과 대화하면 잘 통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괴짜도 KAIST에선 일반인이란 생각에 진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이 군은 "퍼즐은 맞추는 것과 만드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며 "잘 푼다는 건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빠른 거다. 반면 만드는 건 창작이다 보니 창의성이 요구된다. 사전지식이 있을수록 좋은 퍼즐을 만들 수 있고,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로 완성하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구상에서 완성까지 50% 이상이 실패한다고 보면 된다. 끈기와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부분까지 연구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이 군의 트레이드마크가 있다. 바로 '미궁게임'이다. 웹에서 퀴즈를 풀면 다음 단계로 가는 방식으로, 현재의 방탈출게임 전신이라 할 수 있다. 이 군은 2013년 친구랑 재미 삼아 미궁게임을 개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홍대 방탈출카페 한 사장은 "미궁게임에 감명받아 나도 이런 문제를 만들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연락 오기도 했다.

현재 미궁게임은 2탄(2017년), 3탄(2020년)에 이어 현재 4탄 개발 중에 있다. 고난도의 문제가 요구되다 보니 한 프로젝트를 만드는데 몇 년은 기본이다. 지금까지 약 8년간 미궁게임을 마스터한 유저들이 단 30여명에 불과한 이유다.
☞미궁게임 도전하기 

이 군은 "큐브는 최적화시키는데 알고리즘이 들어가는 등 수학적 성질을 응용하는 게 관건인 만큼 이공계적 지식을 높여주는데 굉장히 유용하다"며 "지금도 큐브를 항상 지니고 다닌다. 하루라도 큐브를 놓고 다닌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큐브, 퍼즐은 나에게 자신감을 줬다. 타인의 인정을 받으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낼 수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정의할 때 큐브를 빼놓을 순 없다. 큐브는 곧 내 아이덴티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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