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대 KIST 박사팀, 금속 수지상 덴드라이트 실시간 확인
"외롭지만 틀 없는 연구, 새로운 거동 발견에 즐거워"

임희대 KIST 박사는 마그네슘 금속 기반 차세대 이차전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마그네슘 금속 기반 이차전지는 상용화까지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아 차세대도 아닌  차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출연연 중 KIST가 유일하게 연구 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임희대 KIST 박사는 마그네슘 금속 기반 차세대 이차전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마그네슘 금속 기반 이차전지는 상용화까지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아 차세대도 아닌  차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출연연 중 KIST가 유일하게 연구 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2020년 초, 마그네슘 금속 기반 차세대 이차전지를 연구하던 배터리 학계에 논쟁이 일었다. 지난 수십 년간 마그네슘 금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진 '덴드라이트'가 연이어 보고된 것이다.

덴드라이트란,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 금속 음극 표면에 쌓이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을 말한다. 덴드라이트 형태가 형성되고 성장하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다. 뿐만 아니라 덴드라이트가 계속 자라 반대 전극(양극)에 닿으면 화재가 발생해 이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그네슘 금속에서 '덴드라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vs 발생한다'며 관련 학계가 논쟁에 휘말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정확하게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주인공은 임희대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박사팀이다.

임 박사는 마그네슘 금속에서 덴드라이트가 실시간 자라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학계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마그네슘 금속에서 덴드라이트 성장을 획기적으로 막아내는 방법을 발견해 마그네슘이 차세대 이차전지의 음극으로써 사용될 가능성도 확인했다.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는 출연연 유일 차세대 마그네슘 이차전지를 연구하는 팀이다.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어 차세대도 아닌 '차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마그네슘 이차전지에 그토록 의미를 두는 이유는 뭘까. 외로운 싸움을 하는 임 박사팀을 만났다.

◆ 마그네슘 이차전지, 안정성·저비용·친환경까지 잡는다

금 코팅을 하지 않았을 때와 금 코팅을 했을 때 마그네슘 성장 거동 차이를 나타내는 모식도와 실시간 X-ray 분석을 통한 결과.[사진=KIST]
금 코팅을 하지 않았을 때와 금 코팅을 했을 때 마그네슘 성장 거동 차이를 나타내는 모식도와 실시간 X-ray 분석을 통한 결과.[사진=고려대]
에어샤워 후 들어간 에너지저장연구센터의 실험실. 연구원들이 여러 개의 글로브박스를 활용해 바삐 연구하고 있다.

글로브박스가 많은 이유는 마그네슘 전지를 만드는데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그네슘 전지에 쓰이는 전해질은 리튬 전해질보다 해롭고 부식성이 강하다. PPM 단위의 수분도 마그네슘 전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험을 하기 위해서 마그네슘 전용 글로브박스는 필수품이다. 실험 전 글로브박스부터 내부 청소하는게 우리 일"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이차전지는 현재 상용화되어있는 리튬 이온 이차전지를 대체할 미래 기술로 전고체 전지, 리튬-황전지, 금속공기전지 등이 주목받고 있다. 임 박사 역시 차세대 배터리 중 전고체 전지, 금속공기전지 등을 연구했지만 수년 전부터 마그네슘 이차전지에 전념하고 있다.

마그네슘은 리튬보다 민감하고 만드는게 복잡해 사람 손을 많이 필요로 한다. 기초단계연구다 보니 당장 성과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분야기도 하다. 출연연은 고사하고 대학에서도 마그네슘 이차전지를 연구하는 개발자를 손에 꼽을 정도다.

KIST가 마그네슘 이차전지를 연구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기관 고유사업으로 3년 전 처음으로 마그네슘 이차전지에 도전장을 내고 기초적인 연구를 수행 중이다. 임 박사는 "리튬 이차전지는 40여 년간 연구한 기술 노하우가 많고 이미 산업화가 돼있어 어느 정도 정형화된 틀이 있지만, 마그네슘은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얼마 안 됐고 반응원리도 상당히 달라 어렵다. 정보교류도 힘들어 외로운 싸움이지만 정해진 틀이 없어 재밌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 박사팀은 지난 수십 년간 마그네슘 금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진 '덴드라이트'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마그네슘 금속에서 덴드라이트가 성장하는 모습. [사진=임희대 박사]
임 박사팀은 지난 수십 년간 마그네슘 금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진 '덴드라이트'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마그네슘 금속에서 덴드라이트가 성장하는 모습. [사진=임희대 박사]
그렇다면 왜 마그네슘 이차전지인가? 그는 안정성과 저렴한 가격, 친환경 등을 강조했다.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는 매장량이 한정된 리튬을 필수로 사용하며, 코발트 등 값비싼 재료를 포함한다. 또 리튬의 경우 물과 산소에 높은 반응을 가져 배터리를 감싸고 있는 외장재가 찢어지면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다. 

반면 마그네슘은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이며, 가격이 저렴하다. (리튬 소재 대비 약 30배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다.) 물과 산소와의 반응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공기 중에서도 안전하다. 또 리튬배터리보다 저장 용량도 크다. 리튬배터리는 +1가로 음극↔양극으로 이동하는 이온 하나 당 전자가 하나씩 움직이는데 반해, 마그네슘은 다(多)가로 한 번에 많은 전자가 이동해 부피당 용량이 크다. 임 박사는 "마그네슘 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해 기술적인 난제가 있긴 하지만 개발이 된다면 가치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그네슘 금속에서 없다고 알려진 덴드라이트가 보고되어 학계가 혼란에 빠졌다. 이를 명확하게 증명하고, 마그네슘 덴드라이트가 있다면 이를 억제시킬 방법을 개발하는 상황이 됐다.

임희대 박사는 가시광선과 X-ray를 이용한 실시간(operando) 이미징 분석 기법을 통해 마그네슘 금속 전지의 덴드라이트 성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덴드라이트가 성장하는 전류, 전압, 수명 조건을 명확히 밝혔으며, 특정 전류 조건하에서 전지의 단락 (short-circuit)이 일어나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이와 더불어 금속 집전체에 마그네슘 친화성 물질 (소량의 금)을 코팅해 덴드라이트 성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최초로 제시하였다. 불규칙하게 자랐던 마그네슘 덴드라이트가 금이 코팅된 집전체 위에서는 균일하게 자라며 성장이 효과적으로 제어되는 것을 확인했다. 무질서하게 배열된 쇳가루에 큰 자석을 댔을 때 평평하게 붙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된다.

◆ 소량이지만 금도 고가...더 저렴한 저비용 원소 찾았다

마그네슘 이차전지는 안정성과 저비용, 친환경 등에서 장점이있어 상용화된다면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사진=KIST]
마그네슘 이차전지는 안정성과 저비용, 친환경 등에서 장점이있어 상용화된다면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사진=KIST]
금은 고가지만, 덴드라이트 성장 억제에 필요한 양이 굉장히 소량이기 때문에 마그네슘 이차전지가 상용화된다면 가격 문제에서 리튬이온전지보다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는 "금을 코팅하려면 금 스퍼터(Au sputtering) 장비를 써야 한다. 아무래도 장비를 쓰다 보면 제작 단가가 올라갈 수 있으며, 금보다 더 저렴한 저비용 원소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비용 원소를 찾기 위해 계산과학팀과 협업 중이다. 같은 방을 쓰는 류승호박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아연과 주석이 금과 비슷한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증착 장비 없이 용액에 담그는 것만으로 코팅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의 전기자동차 모델은 자동차 가격의 절반가량이 배터리값이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가격이 많이 내렸지만, 여전히 배터리값만 1천만 원이 들어갈 정도로 고가다.

임 박사는 "리튬 이온 이차전지보다 30배 원재료가 싼 마그네슘 이차전지가 개발된다면 전기자동차 가격도 줄일 수 있으며,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차세대 마그네슘 이차전지는 연구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새롭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올 것이다. 즐겁게 연구하면서 마그네슘이 정말 쓰일 수 있는 차세대 이차전지가 개발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본 연구 성과는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임희대 박사 및 고려대 유승호 교수팀의 공동연구결과다. 

"리튬 이차전지는 40여 년간 연구한 기술 노하우가 많고 이미 산업화가 돼있어 어느 정도 정형화된 틀이 있지만, 마그네슘은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얼마 안 됐고 반응원리도 상당히 달라 어렵다. 정보교류도 힘들어 외로운 싸움이지만 정해진 틀이 없어 재밌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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