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춤 사이 러시아, 중국 확장
미, 영, 프, 일 등 각국 원전 시장 확대
소형원전 시장 선점 취지도 포함돼

2022년 2월에 담길 연구현장 한국화. 대한민국 최초의 원자력시스템 일괄 수출에 성공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2022년 2월에 담길 연구현장 한국화. 대한민국 최초의 원자력시스템 일괄 수출에 성공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오늘(27일)은 11번째 원자력의 날이다. 2009년 UAE 한국형 원전 수출을 기념해 시작된 원자력 안전과 진흥을 위한 날이다. 매년 과기부와 산업부가 행사를 주관하며 양 부처의 장관과 차관이 참석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 등으로 원자력 진흥과 안전에 기여한 인물, 기관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잔치였다.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부친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해인 2017년 원자력의 날 모든 행사를 축소했다. 부처 장관 누구도 참석하지 않고 대통령, 국무총리 표창도 없앴다.  60년동안 연구자들이 기술자립을 위해 어떻게 임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건설중이던 원전까지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설계, 건설, 운영 모든 면에서 단연 세계 으뜸으로 인정 받았다.

원자력 홀대론에 KAIST, 서울대 등 원자력학과는 지원자가 전무했다. 인재의 맥이 끊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론까지 나왔다. 관련 산업도 추락했다. 문 정부는 전기생산과 수급에 문제없다며 원전 가동을 줄였다. 하지만 증가하는 전력 사용량과 탄소중립 실현 문제가 불거지자 17년, 18년 줄였던 원전 발전량을 19년, 20년 연달아 늘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문 정부의 원전 발전량 비중은 이전 30%에서 17년 26.8%, 18년 23.4%로 줄였다. 하지만 19년 25.9%, 20년 29%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발전량 비중이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18년 6.2%, 20년 6.6%로 아직 기술적 완성도가 필요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국내 에너지 발전량. 2017년과 18년 원자력이 줄고 석탄이 증가했다가 19년, 20년 원자력이 늘고 석탄이 감소했다.[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국내 에너지 발전량. 2017년과 18년 원자력이 줄고 석탄이 증가했다가 19년, 20년 원자력이 늘고 석탄이 감소했다.[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 러시아가 원전산업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터키, 이집트, 케냐, 우즈베키스탄 등 국가들이 원전 도입의사를 밝히자 러시아, 중국이 이들 시장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처럼 원전 건설에 적극 나서는데는 미래 원전으로 주목되는 소형원전(SMR) 시장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미국, 프랑스, 영국 등 각국도 원전 건설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미국은 대형원전 건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소형원전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석탄발전소를 해체하고 송배전은 그대로 둔채 소형원전으로 활용하겠다는 안이다. 미국은 당초 원전 시장 확장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적극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한국이 탈원전 에너지정책을 주장하면서 양국간 원전 시장 진출 논의도 소원해졌다. 원자력계에 의하면 미국 고위 관계자가 한국과 협력을 중지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원전 폐기를 선언했던 프랑스도 신규 원전 건설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문제가 현실화 되면서 원전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에너지 안보도 달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탄소중립 실행 계획을 통해 원자력 의존도는 가급적 낮추겠지만 안전성 강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차세대 원자로도 개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일본은 원전 4기에 테러 대책 시설을 완공하고 가동을 재개했다. 최근에는 캐나다가 일본 히타치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합작사에 소형모듈원자로를 주문하기도 했다. 

원전강국 한국은 탈원전 정책기조를 취하며 국제사회에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재명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는 탈원전 대신 감원전 정책을 앞세웠다. 지금 가동중인 원전, 건설중인 원전은 완공해 가동연한까지 사용하지만 신규 원전은 짓지않겠다는 안이다. 각국이 원전 시장을 확장하고 소형원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원전 회피론에 빠져있다는 과학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원자력의 날 행사는 지난 23일 원자력 취업 박람회와 함께 열렸다. 원자력계 구직자와 원전 관련 중소기업, 대기업과 연결해 취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행사는 초라했고 썰렁했다는게 원자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기술이 축적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내년 3월, 20대 대선이 치뤄진다. 정당을 떠나 과학기술을 수단이 아닌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을 지속하는 핵심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후보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