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선후보]안철수 KAIST∙이재명 과총 토론 자리
安 "5개 초격차 기술 확보, 기초과학∙대학∙지역R&D 강조
李 "우주전략본부∙기후에너지부∙4차산업혁명 전담부처 도입"

(왼쪽부터) 19일 KAIST 대선토론에 참여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과총 정책토론회에 자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KAIST, 과총]
(왼쪽부터) 19일 KAIST 대선토론에 참여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과총 정책토론회에 자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KAIST, 과총]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과학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안 후보의 경우 역대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친(親)과학적인 태도를 보였다. 의사, 과학자, 벤처기업가, 교수를 거쳐온 만큼 대한민국 연구생태계 명암을 뚜렷이 아는 그였다. 안 후보는 19일 KAIST에서 열린 대선토론에서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한민국을 과학 중심 국가, 세계 5대 경제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5개 분야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가 5개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다면 5개의 삼성전자급 대기업을 가질 수 있다"며 "과학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과 나란히 어깨를 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이를 위해 제시한 실행계획으론 기초과학 연구지원, 의사과학자 양성, 평생교육 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 전환, 선택과 집중의 지역별 연구개발(R&D) 투자,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연구문화 개선, 과학기술 거버넌스 재정립, 신산업 규제 완화 등이다.

특히 기초연구 지원에 대해선 애초부터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기술은 다르다는 데 선을 그었다. 응용과학의 경우 산업화로 이어지며 성과가 인정되지만, 기초과학은 밭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아 추후 열매가 안 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기초과학 분야는 성과 중심이 아닌,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는 꾸준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부처별 역할이 모호해지고 있는 과학기술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안 후보는 그 대안으로 과학기술부총리와 청와대 과학기술 수석 비서관제를 주장했다. 중복과 비효율성이 난무한 지금의 거버넌스에 컨트롤타워를 부여, 일관성 있는 체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가 이토록 과학기술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 출신의 문제가 아닌, 미-중 신냉전의 핵심을 기술패권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전 세계를 뒤엎고 있는 3대 메가트렌드가 있다.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미-중 신냉전이다. 그중 우리나라가 유독 신경 써야 할 것은 신냉전이다. 그 핵심은 기술패권 전쟁에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바이든은 과거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기술패권을 지닌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칭화대 화학공학과 엔지니어링 출신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중국몽은 과학기술이다. 중국이 가진 모든 인력과 자원을 쏟아부어 과학기술 패권을 잡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생존법은 유일하다. 남들이 못 쫓아오는 초격차 기술 최소 5개를 확보해 그들과 견줄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래는 안 후보와 과학자들과의 질의응답 전문.
 

19일 오후 3시, KAIST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토론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우운택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안철수 후보,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심정민 KISTEP 연구위원. 토론 이후 안 후보는 청년과학기술인과 대담이 가졌다. [사진=KAIST 제공]
19일 오후 3시, KAIST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토론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우운택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안철수 후보,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심정민 KISTEP 연구위원. 토론 이후 안 후보는 청년과학기술인과 대담이 가졌다. [사진=KAIST 제공]
기초연구

심정민 KISTEP 연구위원(이하 심정민): 지난 4년간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활성화 정책이 추진됐고 2018년도엔 1조4000억원, 2021년도엔 2조3000억원으로 예산이 거의 두 배 이상 확대됐다. 근데 연구 현장에선 투입 예산 대비 성과에 따른 의문과 대학 현장에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연구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연구임에도 트렌드를 쫓아간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철수 후보(이하 안철수):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잘못된 생각 중 하나가 과학과 기술을 같게 본다는 것이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내지는 기술은 완전히 다르다. 응용기술은 산업화로 가는 게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기초과학은 아니다. 기초과학은 응용과학의 밑거름이 되는 연구로서 그 자체가 탄탄하게 발전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쩌면 응용과학과 기술에만 투자한다고 볼 수 있겠다. 기초과학에는 제대로 투자 안 한다. 기초과학은 밭에 씨를 뿌리는 거다. 씨를 뿌리면 안 틀 수도 있다. 기초과학을 하려고 하는 전국의 모든 과학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시도해보고 만약 결실을 보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더 발전된 연구를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기초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성과를 따지면 안 된다. 그 과정에서의 성실함과 도덕성만을 따져야하지, 결과 감사는 옳지 않다. 또 기초과학은 트렌드를 추구하면 안 된다. 트렌드를 추구하는 건 응용과학이나 기술이어야지, 기초과학까지 거기에 편승되면 제대로 발전 못 한다.

최근 IBS(기초과학연구원)를 방문했었는데, 설립 취지랑은 다르게 점점 국책연구소 중 하나가 되고 있더라. 실망스러웠다. 정책적으로 기초연구에 대한 정상화가 꼭 필요하다.

의사과학자 양성

심정민: 코로나19 등으로 바이오 분야 기초과학도 중요해지고 있다. 의사과학자라고 불리는 분들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 같은데, 현실은 그닥 많지 않다.

안철수: 그래서 의학전문대학원이 만들어진 거다. 과거엔 의과대의 많은 사람들이 임상의를 택하지, 기초의학을 택하지 않았다. 내가 그 기초의학 5%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좀 더 다양한 학부를 졸업한 사람들이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면 좋을 거 같아서 만들었는데, 오히려 의과대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임상의사로 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원래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MBPhD 과정을 좀 더 활성화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병역특례를 주고 그런 분들을 양성하는 것도 대안이겠다.

대학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이하 안준모): 대학이 여러 가지로 어렵다. 올해 대학이 14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됐으며, 초중 등에 분배되는 지방 교부금의 최근 증세가 60조를 넘었다. 매년 1조5000억~2조가량을 못 쓰고 있다. 인구가 줄고 있는 만큼 대학에 대한 기초연구 강화를 위해선 투자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은 재정이 어렵다 보니 과제를 하나하나 수주해 재정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철수: 가장 고민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대학이다. 미국 대학의 경우 세 군데서 재정이 나온다. 등록금, 정부 보조, 기부금이다. 또 스탠포드대 같은 공대는 특허에 대한 로얄티 수입이 엄청나다.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인공지능(AI) 인재 육성을 위해 새로운 단과대를 설립했는데, 거기서 기부 받은 게 1조원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등록금 동결된 지 너무나 오래됐다. 국공립대는 국가에서 정할 수 있어도 사립대는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 그리고 정부 지원이 너무 적다. 국내 정부 예산 중 교육 투자 비용이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낮다. 교육에 제대로 투자 안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더 해야 한다.

또 선의를 갖고 대학에 기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세재 혜택 등 여러 한계가 있다. 미국은 교육기관에 투자하면 많은 세제 혜택을 받도록 돼 있다. 왜 우린 못하나. 제도를 바꿔 교육기관에 기부하는 분들에겐 충분히 혜택 주고 자부심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초연구 강화 등 이러한 문제들이 전부 대학의 재정 상황과 맞물려있다. 차기 정부에서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심정민: 지역 학령인구 감소에 비해 지방 대학이 많은 건 현실이다. 이 가운데 지방대 연구역량을 높이고 지역 산업 활성화 기여에 따른 수요와 공급 미스매치가 있는 거 같다.

안철수: 대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연구중심의 대학과 전문가 대학이다. 미국의 전문가 대학은 누구나 나이 제한 없이 입학 가능하다. 직장인도 오후나 주말에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일종의 지역의 평생교육 기관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연구중심대학들은 (충분하진 않지만)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한, 다른 여러 구조조정에 직면한 지방대학들은? 그들이 그간 유지해온 것들을 구조조정을 하면서 없애는 건 우리나라 구조로 볼 때 손실이 크다.

지금까지 대학이 2~30대의 교육기관이었다면, 이젠 평생교육 기관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각 지역 대학들은 그 지역에서 평생교육 기관 역할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지역별 R&D 투자

심정민: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 R&D를 17개 지역에서 수행하고 있다. 이게 과연 지역혁신 유도에 바람직한 건가 하는 논란이 있다. 지역 간 차별성이 부족하고, 중앙정부와 지역에서 하는 R&D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안철수: 중앙정부 R&D에 매우 불만이 많다. R&D는 유행 따라 계속 주제를 바꾸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방향이 있는 상태에서 트렌드가 생기면 그와 연관된 쪽에 좀 더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갑자기 AI 뜬다고 거기에 연구비를 늘린다는 건 굉장히 후진적 사고방식이다.

지역별 특화산업엔 3가지 원칙이 있다. 지자체별로 유행되는 사업이라면 다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한 지자체당 3가지 정도의 아이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제한된 리소스를 열 개 분산해 10분 1씩 투자하면 될 것도 안 된다.

그럼 그 3가지 분야를 어떻게 선택하느냐. 그 지역만이 가진 경쟁력 있는 리소스, 즉 인력과 연구설비, 대학 등을 고려해 택해야 한다.

또 싱크코스트 개념을 알아야 한다. 싱크코스트란 보통 그간 투자한 돈이 아까워 분별력을 잃고 한곳에 계속 투자하는 거다. 이미 투자한 돈은 잊어버려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어디 분야에 투자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 생각해야 한다. 지자체는 3개 분야만 선택한다 해서 그간 다른 곳에 투자한 걸 아까워하면 안 된다. 더 투자하면 손해 본다. 이젠 지자체도 경영마인드를 갖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기만의 경쟁력 있는 리소스를 활용해야 한다.

◆ 연구문화

안준모: 동북아시아 문화적 특성이 리스크 테이킹을 별로 안 한다. 프런티어 정신보단 안정성을 중시한다. 농담삼아 기초과학의 경우 미국식 시스템에 일본식 운영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간 R&D는 제도가 조금 더 치밀해질수록 사소한 것까지 관리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연구문화 풍토 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 지금의 연구문화 풍토는 단기성과 위주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더 근본적 원인은 정치 시스템, 즉 5년 대통령제다. 우리나라는 장기 정책을 못 세우는 나라다. 5년 정책밖에 안 된다. 대통령이 자기 임기 내 결과를 못 내는 사안에 관해선 관심 없고 투자 안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제를 바꾸긴 쉽지 않다. 우린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여러 선진국은 다 우리와 같은 문제를 겪었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유지해야만 하는 제도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해결하면서 한 단계씩 올라갔다. 우리도 이게 필요하다.

교육과 R&D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지만 자기 권한을 버리고 여∙야당, 관료, 교수, 학생, 부모, 선생, 국민 모두 모여 합의하는 거다. 그것이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더라고 전적으로 수용해 실행하는 방법이다. 이걸 매년 한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될 수 있다. 롤링 플랜이다. 장기 계획이 연속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이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연구 풍토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 과학기술 거버넌스

심정민: 현재 부처 체계로 가다 보니 그들 간 역할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들을 조정하는 역할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있지만, 거기도 워낙 다양한 이슈가 많아 쉽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 과학기술 거버넌스 바꿔야 한다. 지금 굉장히 혼란스럽다. 부처마다 연구비가 따로 있어 중복되거나, 벤처들 같은 경우엔 여러 군데에 같은 보고서 계속 내느라 시간 뺏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이걸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과학기술부총리다. 또 이를 보조하기 위해 청와대에 과학기술 수석 비서관제를 둬야 한다. 이걸 통해 혼란스럽지 않도록 일관되게 나아가야 한다.

◆ 규제

안준모: 카풀이나 타다 사태를 겪으면서 기술과 사회의 수요성이 앞으로 중요해질 거로 보인다. 거버넌스로 풀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네거티브 규제는 영미권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 있는 곳에선 유효한데 한국처럼 모든 것이 포지티브 돼 있는 곳에선 어떠한 규제의 긍정적 영향을 무너뜨리지 않냐는 우려가 있다.

안철수: 우리나라 법체계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체계는 아니다. 근데 이미 여러 군데 도입되고 있다. 이런 규제적 부분에서는 죽고 사는 문제까지 갈 수 있다. 반드시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복잡한 규제 한꺼번에 없애고,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 정리해야 한다. 지금은 굉장히 복잡하다.

규제는 두 가지로 나뉜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규제와 신산업에 대한 규제다. 생명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촘촘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규제 없애자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신산업에 대한 규제는 없애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과거 베를린 가전쇼 IFA에 가보니 자동차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 렌즈로 사각지대까지 보이게 하는 벤처가 있더라. 그래서 이거 혹시 한국에 관심 있으면 해보라 했는데 이미 검토해보니 못 한다고 하더라. 한국 교통법엔 반드시 물리적으로 사이드미러가 있어야 한다고 규제돼 있기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건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40개가 한국에서 규제 때문에 사업을 못 하고 있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규제의 패악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는 사례다.

◆ 이재명 후보 "'과기부총리제' 제일 먼저 이행"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가 개최한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과학기술인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후보는 지난해 말 발표한 과학기술 7대 공약을 다시 한번 발표하며 20대~60대 과학기술인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는 여러 공약 중에서도 현재 과학기술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과 우주전략본부 설치, 기후에너지부 신설, 4차산업혁명 전담부처 신설 등을 100%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그는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을 하면서 거의 전쟁에 가까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과학기술 분야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 아닌가. 부총리급의 확실한 컨트롤타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과기부총리제 선이행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연구예산 자체 증액은 물론이고 연구설정과 평가도 정부 부처가 아닌 수요자와 연구자 중심으로 개선할 것과 낙하산 인사가 아닌 유능한 사람을 필요한 자리에 앉혀 국민이 인정하는 인사를 단행할 것을 약속했다. 

탈원전 등 에너지 관련해서는 현재 운영 중이거나 짓고 있는 원자력발전은 활용하되, 국민 여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했다. 

아래는 이 후보와 과학자들과의 질의응답 전문.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과총이 강남에서 개최한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과학기술인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과총 유튜브]
◆ 연구개발 시스템

윤제용 서울대 교수:기술주권과 선도형 과학기술 국가가 되기 위해 기초 및 첨단과학기술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했다. 인력양성과 기초원천연구 거점인 대학연구시스템 변화 없이 달성이 가능할까. 지금 정도의 제도와 투자, 시스템으로 우리가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 

이재명 후보(이하 이재명): 기업이 하기 어려운 기초연구는 대학과 정부가 담당하지만, 단기과제, 학생취업, 또 교육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기초연구를 경시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아이템과 프로그램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나라가 R&D 지원 예산 규모는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효율성은 떨어지고 있다. 단기성과, 연구과제중심의 검수용 연구를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본다. 이런 부분을 개선함과 동시에 연구설정과 평가도 관료가 아닌 수요자, 연구자 중심으로 하면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한다. 

(무엇보다) 연구예산 자체 증액은 기본이고 기존 집행된 과기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부처별 많은 연구예산이 있는데 중복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독자적인 부처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관련 부처들을 지휘하면서 연구개발과 과학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본다. 

◆과기 인재

백은옥 한양대 교수: 우리나라는 인구감소국이다. 국가 생존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왔다. 특히 과기인재를 우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과기인재를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이재명: 우리도 일자리가 없는데 왜 외국 인재를 받아들여야 하나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에 대한 우리의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그리고 인재국내유입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는 가족정주여건해결을 위해 외국인 자녀들이 교육받고 생활하는 점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을 고쳐나가는게 중요해 보인다. 

◆ 과기 컨트롤타워

노성열 문화일보 부장: 과기거버넌스 관련 공약을 보면 현재 장관급인 과학기술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전담부처와 국가 우주 정책 전담할 우주전략본부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 기후에너지부까지 이야기했다. 그 분야에서는 모두 아주 절실한 내용이더라. 하지만 당선 후 무산되는 일이 많다. 만약 몇 개만 줄여서 추진해야한다면? 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이재명: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을 하면서 거의 전쟁에 가까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과학기술 분야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 아닌가. 부총리급의 확실한 컨트롤타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쌀이라 불리는 데이터들도 각 부처에 분산돼 관리가 안 되고 있어 관련 부처도 필요하다. 우주전략본부도 위원회로 하면 집행기능이 없고, 한 부처에 소속시키려니 업무도 분산돼있다. 집행기능도 가지면서 전 부처를 관통하는 사업을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 하나의 기구를 만들자고 이야기한 것이다. 

에너지도 탈석탄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다. 신산업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부처로서는 감당이 안 된다고 판단돼 공약에 반영했다. 

제일 중요한 공약은 부총리급의 과학기술 전담기구라고 생각하지만, 이 공약들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똑같은 문제들이 반복돼 발생하기 때문에 100% 다 이행하겠다.

◆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R&D 체제 

서민수 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달착륙, 대형발사체 개발 등은 대표적인 장기연구개발과제들이다. 기초과학도 다양한 분야의 협력 연구로 규모도 기간도 장기화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 5년을 뛰어넘는 장기연구개발과제는 어떻게 다뤄져야 한다고 보나.

이재명: 임기 시작부터 레임덕이 시작되니 국가 장기과제를 힘있게 추진하기 어렵다는데 공감한다. 그렇기에 과기부총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연구개발 가능토록 하는 것은 연구 효율성을 올리는 길이지만 저는 시스템 문제뿐 아니라 의지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대체로 공직사회는 정해져 있는 정책과제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정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유지하려 하고, 이미 일정 예산이 투자된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의지에 관한 문제라고 본다. 좀 답답하긴 하지만 지금 헌법 체제에서는 달리 방법은 없는 것 같다. 

◆ 젊은 연구원 육성

강형근 전남대 학생: 20~30대 젊은 과학자들은 주도적으로 연구를 하지 못하고 보조역할밖에 할 수 없어 창의성이 계발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젊은 과학자들이 주체적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이재명: 경기도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연구개발 예산을 기관단체에 주면 결국 연구자가 쓸 텐데 왜 그리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어쩌면 기관에 주는 예산이 관료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구자 개개인에게 처음으로 5천~1억의 예산을 줘봤다. 연구하면서 서류작업에 시간이 많이드는걸로 안다. 이런 것을 줄임으로써 약간의 손실이 발생할지도 모르지만, 자율성과 개개인에게 기회를 주면 효율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개별연구자지원사업을 해보고 싶다. 

◆ 에너지 및 인사

출연연 연구원: 기후변화 문제와 함께 핵심이 되는 분야가 원자력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재명: 원자력 위험성 문제는 단순한 공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 실제 사례도 있지 않나.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 현황을 보면 원자력을 없애자고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오랫동안 논쟁이던 원자력 문제를 관심 있게 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먼저 10년 후의 핵심 단가다. 독일 일본 등 자료를 보면 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화석연료 생산단가보다 더 낮다고 한다. 

원자력 에너지를 새로 지으려면 위치선정부터 짓기까지 10년이 걸릴 텐데 그땐 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고 오래 관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쳐줄지도 모르고 말이다. 결국, 이미 있는 것, 짓고 있는 것은 만들되 설계하다 중단한 것은 상황을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지금 단계 정말 필요한지 등을 국민 여론 공론화를 거쳐 판단해보고 싶다. 

출연연 연구원: 정권이 바뀌면 감사라는 명분으로 기관장을 다 바꾸었다.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이재명: 정치인들은 퇴임 후에도 인정받고 싶어한다. 인정을 받으려면 지지율 잘 관리하거나, 우리의 삶이 많이 개선됐다고 국민이 체감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인재 자원 정책을 진영 좌우 가리지 말고 가장 좋은 사람 적합한 곳에 쓰고 가진 물적 자산들이 최대한 효율성을 발휘하게 공정하게 잘 대처해야 한다. 그렇게 성과를 내면 국민이 인정 안 할 리가 없지 않겠나. 경기도 성남시 산하단체 임명 때도 공직자들의 승진이나 전보 배치에 있어 가장 유능한 사람을 가장 좋은 곳에 쓰려고 했다. 나 자신 위해서라도 좋은 사람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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