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 수석연구원
20여년간의 여정∙∙∙3교대 근무 리허설 등 개발 비하인드
"외계행성 관측, 지동설 때의 충격 그 이상일 것"
美 거대과학 프로젝트 가능 이유 "기간 불문, 성과 집중"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수석연구원인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 STScI) 한인과학자가 지난 24일 본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손상모 박사 제공]
"제임스 망원경을 발사하기 전부터 리허설을 10번 넘게 진행했었어요. 망원경의 발사와 전개, 준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오작동에 대비하기 위함이죠. 매 리허설은 3~4일 동안 모든 관련 연구진이 실제 상황과 같은 방식으로 8시간 교대 근무를 하면서 진행돼요.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오작동 시나리오도 곳곳에 심어 놓죠."

"특히 작년 이맘때쯤 진행된 리허설에서는 유난히 오작동 시나리오가 많은 데다가, 실제 발사 일정을 압축해 진행했기 때문에 모든 연구원들이 지치고 예민해져 있었어요. 그때 제임스 망원경의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인 빌 옥스(Bill Ochs) NASA 박사가 말했죠. '지난 나흘간의 리허설 동안 있었던 모든 문제들은 사실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고요. 1년이 지나 실제 발사와 모든 망원경의 전개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후 옥스 박사는 우리들에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좀 살살할 걸, 잘못했다'는 뉘앙스로 얘기해 많이들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허블우주망원경의 연구책임자이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하 제임스 망원경) 수석연구원인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 이하 STScI) 한인과학자가 밝힌 제임스 망원경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내부 사람들이 아니면 모를 법한 이야기를 손 박사는 신이 난 듯 술술 풀었다.

지난해 12월 25일 쏘아 올려진 제임스 망원경은 25일 오전 5시(한국시간) 최종 목적지인 '제2 라그랑주점(L2)'에 도착했다. 지구에서 출발한 지 약 한 달만의 성과다. 제임스 망원경은 앞으로 5개월 동안 거울 초점 조정, 시험 관측 등의 안정화 작업을 거친 뒤 태양 주변을 돌며 우주를 관측할 예정이다.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6월 말 또는 7월부터 정식 관측에 나서게 된다.

6개월 뒤 보내올 제임스 망원경의 첫 사진,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묻는 본지의 물음에 손 박사는 "망원경의 운영이 시작되고 처음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사진을 First Light라고 하는데, 재미있게도 제임스 망원경이 어떤 대상을 First Light로 공개할진 내부 팀원들에게도 철저히 비밀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도 제임스 망원경으로만 관측 가능한 우주먼지로 가려진 별탄생지역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망원경의 미션은 크게 두 가지다. 우주 최초의 별과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행성을 찾는 것이다. 과학계에선 최초의 1세대 별을 관측할 시, 빅뱅과 우주 시작 시점에 있었던 일을 밝혀줄 수 있을 거라 예측하고 있다. 외계행성의 발견 또한 인류의 우주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라 기대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금 순간에도 미국에서 제임스 망원경의 1분 1초를 관할하고 있는 손 박사를 지난 24일 서면으로 만나봤다. 손 박사는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학사를 거쳐 2004년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천문연구원에서 2년간 위촉선임연구원으로 근무, 3년간 연세대에서 연구교수로 지냄과 동시에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9년부터 STScI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2014년, 2년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후 다시 STScI에서 근무 중이다. 2019년부터 제임스 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 현재 수석연구원(Principal Staff Scientist)으로 있다.

한편 손 박사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국립중앙과학관 유튜브에서 열리는 온라인 '제임스 망원경 Q&A'에 참여, 국내 우주과학 대중화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과학관은 이달 18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제임스 망원경 팝업 전시를 개최한다.

아래는 손 박사와의 질의응답.
 

Q.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TScI), 어떤 곳인가.

"STScI는 1981년 세워진 연구소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교 메인 캠퍼스 내 위치해 있다. 1980년대 당시 허블우주망원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NASA가 망원경이 발사되면 과학 측면의 운영을 책임지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AURA(Associations of Universities for Research in Astronomy: 천문학 연구에 중점을 둔 미국 대학들의 연합체) 산하 기관으로 설립됐다.

초기 연구원 수는 100명 이하에 불과했지만 허블우주망원경을 수십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 제임스 망원경 프로젝트도 주도적으로 맡게 되면서 2022년 현재 850명 이상으로 증대했다. 미국 천문우주학 관련 기관 중 가장 큰 규모다. 우주망원경 사업에서 프로젝트를 초기에 설계하고 정부 예산을 배분하는 일은 NASA가, 이후 망원경 제작은 노스롭 그루만, 볼에어로스페이스와 같은 항공우주 기업들이 담당한다. 기기 제작과 프로젝트 자체의 운용은 STScI에서 지휘하는 방식이다."

Q. 연구소에서 어떤 임무를 주로 하고 있는지.

"현재 연구소에서는 일하는 시간의 6~70%는 제임스 망원경 관련 일을 하고 있고, 나머지 3~40%는 연구프로젝트에 쓰고 있다. 연구 부분은 계속해서 허블우주망원경의 연구책임자로 되어 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 관리하며 논문 작업 중이다. 제임스 망원경이 관측을 시작하면 당연히 해당 자료를 이용한 연구도 할 계획이다. 제임스 망원경 운영팀 내에서는 망원경의 거울 정렬(mirror alignment)을 담당하는 광학(OTE: Optical Telescope Elements)팀에서 광학초점면 전문가(Focal Plane Subject Matter Expert)로 일하고 있다. 본격적인 거울 정렬 과정은 올해 2월 초부터 약 3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Q. STScI가 제임스 망원경의 개발 필요성을 느낀 이유가 궁금하다.

"허블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 이전인 1989년부터 이미 STScI는 NASA와 함께 차세대 망원경을 구상 중이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자외선-가시광선-근적외선 영역의 파장을 관측할 수 있는 일종의 다목적 망원경이다. 하지만 우주 초기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외부 행성을 더 자세히 관측하려면 허블보다는 훨씬 크고 적외선 파장에 특화된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게 당시 천문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후 여러 가지 망원경 디자인이 검토되다가 2002년 현재의 제임스 망원경 모습으로 디자인이 확정됐으며, 2004년부터 본격적인 제작이 시작됐다."

Q. 기존 허블망원경에 비해 제임스 망원경의 성능이 100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같은 연구개발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1960년대 이래로 미국의 천문학∙천체물리학계는 10년마다 향후 10년간 집중해야 할 프로젝트들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보고서 'Astronomy and Astrophysics Decadal Survey'를 발표하고, NASA 등의 기관들은 이 보고서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때문에 짧은 기간의 성과보다는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굳어져 있다. 제임스 망원경의 개발도 여러 차례 연기가 있었지만 이러한 미래지향적 분위기 덕분에 개발할 수 있었다고 본다."

Q. 사상 최대 우주 프로젝트를 발사시킨 STScI의 강점이 있다면.

"경험과 투명성이다. 허블우주망원경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하는 원칙을 세워 왔었다. 이것들이 현재 STScI가 제임스 망원경과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Q. 제임스 망원경은 당초 2007년 발사 예정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계속해서 지연된 이유는 무엇인가. 또 발사가 늦춰지면서 애초에 설정했던 목표나 기술 등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초반에 예산을 너무 적게 잡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007년 발사를 목표로 했을 때 예산이 5억 달러(한화 약 6천억원)였지만, 최종적으로 사용한 개발비는 88억 달러(한화 약 10조5000억원)였다. 얼마나 예산을 적게 잡았었는지 짐작이 될 거다. 예산이 18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 원인은 계획했던 기기나 부품들의 개발이 생각보다 복잡했고, 그에 따라 필요한 인력도 점점 많아져서다. 다행히 초반에 설정한 목표나 기술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Q. 제임스 망원경이 적외선 망원경인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 천문학에서 적외선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3가지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주 초기의 빛을 연구하는 데 중요하다. 우주는 팽창하기 때문에 빛이 여행한 거리가 멀어질수록 파장대가 긴 쪽으로 옮겨간다. 이를 '적색편이'라고 한다. 데워진 엿가락을 늘리는 걸 생각하면 된다. 우주 초기의 별이나 은하들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쪽의 빛을 가장 강하게 내는데, 137억년 이상 떨어진 우리가 관측할 즈음에는 이 빛의 영역이 모두 적외선 쪽으로 옮겨 가 있어 이런 빛을 제임스 망원경이 관측하기에 딱 좋다.

둘째, 외계 행성의 대기를 연구하는데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행성의 온도는 별보다 훨씬 낮아 보통 적외선을 가장 많이 방출한다. 게다가 우리가 특별히 관심 있어 하는 일산화탄소, 메탄 등의 분자 흡수선은 대부분 적외선 쪽에 분포한다.

셋째, 적외선 빛은 파장이 길어 우주 먼지가 많은 지역도 잘 투과한다. 별이 탄생하는 환경은 보통 우주 먼지와 가스가 많아서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으로 보면 가려져 있지만, 적외선 파장에서는 내부 깊숙이 잘 들여다볼 수 있어 자세한 연구가 가능하다."

Q. 주목할 만한 제임스 망원경의 가장 큰 성능은 무엇인가.

"직경이 6.5m나 되는 거대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망원경은 거울이 클수록 한 번에 많은 빛을 담을 수 있어서 좋은데, 6.5m면 우주망원경 중 가장 큰 크기다. 물론 지상에는 이보다 거울이 큰 망원경들이 여럿 존재하지만, 지구 대기가 방해하지 않고 온도를 극저온으로 유지할 수 있는 우주에서 관측하는 게 훨씬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

Q. 제임스 망원경은 발사 후 고장 나면 수리할 수 없어, 절대 고장 나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도 많이 만들어 탑재했다고 들었다.

"현재의 기술로는 제임스 망원경이 머무르는 제2 라그랑주점(L2)에 우주선을 보내 망원경을 고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향후 10~20년 후엔 가능해질 수도 있겠다. NASA에서도 검토를 시작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사 당시에는 망원경을 수리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주요 핵심 부품들을 대체할 수 있는 장치를 다수 해 놨다. 예를 들면 망원경의 자세조정을 위해선 리액션 휠(reaction wheel: 자동차 바퀴처럼 돌아가는 장치로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해 망원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장치) 3개가 필요한데, 고장이 나거나 수명을 다할 경우를 대비해 6개를 설치해놨다. 또 거울을 조정하는 부분과 같은 중요 부위마다 현재 작동하는 전기체계(Side A)와 똑같은 복사판(Side B)이 설치돼 있는데, 고장 날 경우 Side A에서 B로 즉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발사 후 있었던 여러 전개 과정에서도 혹시나 작동하지 않는 부속품들에 대비해 여러 백업 장치들을 해 놨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중 단 한 개도 사용할 일이 없었다."

Q. 제임스 망원경의 도착지점이 왜 하필 L2 지점인가.

"제임스 망원경은 적외선 빛을 관측하도록 설계돼 있다. 적외선은 낮은 온도의 물체에서 나오는데 지표면, 바다, 구름뿐만 아니라 인간이나 동물의 몸 등 지구 안 모든 물체가 적외선을 방출한다. 만약 허블우주망원경처럼 지구 궤도를 돌게 되면 이렇게 지구에서 나오는 적외선광이 너무 밝아 먼 우주에서 오는 적외선 빛을 제대로 검출하기 어렵게 된다. 제임스 망원경이 미세한 적외선 빛까지 제대로 관측하려면 지구와 계속 통신이 가능하면서도 태양과 지구의 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L2가 바로 그런 지점이다. 태양차단막(Sunshield)으로 태양, 지구, 달 방향을 가리면 반대쪽 어두운 우주 어느 곳이든 볼 수 있게 된다.

모든 한 쌍의 천체는 두 천체가 끌어당기는 힘의 균형이 일어나는 라그랑주점이 5개씩 존재한다. 아래 첨부한 그림은 태양-지구가 만들어내는 라그랑주점이다.
위 그림에서 라그랑주점의 특징은 이 5개 지점에 놓인 물체가 지구 공전주기와 같은 속도로 돌게 된다는 것이다. L2 지점은 원래 태양에서 지구궤도보다 150만km 먼 곳에 있음으로, 이곳에 있는 물체는 공전주기가 365일보다 길어야 하는데(태양과 가까울수록 공전주기가 짧고 멀수록 길어진다), 딱 L2 지점에선 태양과 지구의 끌어당기는 힘이 함께 작용해 공전주기가 정확하게 지구와 똑같은 365일로 맞춰진다.

L2 지점은 이러한 장점 때문에 여러 우주망원경의 목적지가 돼 왔다. 예를 들어 우주배경복사의 불균일성을 정밀하게 관측한 WMAP(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과 Planck 망원경들이 L2에 있었고, 현재는 제임스 망원경 외 유럽연합의 Gaia와 러시아의 Spektr-RG 망원경이 L2 궤도를 돌고 있다. 미래에도 여러 망원경들이 L2 지점에 머무를 계획이다."

Q. 제임스 망원경의 임무 중 하나는 우주 최초의 별을 찾는 것이다. 우주 최초의 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먼저 빛의 유한한 속도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다. 빛이 초속 30만km라는 속도를 지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 정도 도는 속도라고 하면 감이 잡힐 거다. 언뜻 보면 굉장히 빠른 속도라고 느껴지지만, 우주 스케일에서 보면 또 그다지 빠른 속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달은 38만km 거리에 있기 때문에 달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1.3초가 걸린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보는 달빛은 1.3초 이전에 달을 떠난 빛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달이 그 짧은 순간 동안 어떤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아주 작을 터라, 1.3초 이전이라는 게 특별한 의미는 없겠다.

좀 더 스케일을 크게 해서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1억5천만km이고,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데 8분 20초가 걸린다. 즉 우리는 8분 이전의 태양의 모습을 보는 거다. 이 원리를 적용하면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더 과거의 모습을 본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을 '타임머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멀리 있는 여러 은하들을 관측하면 우주 역사 속에서 과거 은하들은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연구할 수 있다. 또, 먼 거리로부터 가까운 거리까지 은하들의 모습을 연구하면 은하들이 대략적으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우주의 나이는 137.7억년이다. 즉 우주의 '끝'이 137.7억광년 된다는 것인데, 현대우주론에 의하면 빅뱅 후 약 1.8억년 후 최초의 별들이 탄생했고 별들이 모여 약 4억년 후엔 최초의 은하들이 형성됐다.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멀리 있는 은하, 즉 가장 나이가 어린 은하는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된 'GN-z11'이라는 은하다. 이는 빅뱅 후 약 4억년 후에 생긴 최초의 은하들 중 하나다. 허블은 성능의 한계 때문에 훨씬 어두운 최초의 별들은 촬영하지 못했지만, 100배 성능이 뛰어난 제임스 망원경은 최초의 은하들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음은 물론 더 멀리, 더 과거의 모습인 우주 탄생 1.8억년 후의 최초의 별까지도 촬영할 수 있다.

우주 최초의 별들을 관측한다는 건 우주 역사 중 불확실했던 퍼즐조각을 맟출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우주 최초의 별들은 태양 질량의 500~1000배가량으로 매우 크고 무거운 별들인데, 천문학이나 우주론에서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 별들은 다른 중원소가 섞이지 않고 순수하게 수소와 헬륨만으로 이루어진 별들이다. 고고학으로 치자면 다른 시대의 흔적으로 오염되지 않고 지구의 가장 오래된 모습만을 순도 높게 간직한 화석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이 별들은 백만년 정도의 짧은 수명(태양과 같은 별의 수명은 백억년 정도)을 마치고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다른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제임스 망원경이 최초의 별들을 관측하게 되면 초기 우주에서 중원소가 어떤 비율로 시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은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최초의 별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연구할 수 있게 된다."

Q. 생명체 존재 외계 행성 관측이 제임스 망원경의 또 다른 임무다. 어떠한 기준을 두고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나.

"지구에서 볼 때 어떤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는 순간 별빛이 가리면서 별이 조금 어두워진다. 이 원리를 이용해 행성의 존재를 확인한 행성계들이 이미 지난 수년간 다른 망원경의 관측에 의해 많이 알려져 있다. 제임스 망원경은 이러한 행성들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분광 관측(스펙트럼을 얻는 관측 기술)을 할 계획이다. 뒤에서 오는 별빛이 앞에 있는 행성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제임스 망원경에 도착하면 행성 대기의 성분이 무엇인지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제임스 망원경이 관측하는 적외선 파장 영역에서는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일산화탄소, 메탄 등의 대기 성분을 검출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론에 근거해 만들어진 행성 대기 모델과 비교하면 실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대기 성분인지 판단할 수 있다."

Q. 만약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찾았을 시, 인류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많은 과학자들이 이미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가설에는 동의하지만, 제임스 망원경을 통해 직접 그 존재를 확인하게 되면 그 충격은 엄청날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과거 역사에서 지구가 둥글다거나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의 충격 그 이상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인간 이외의 외계 생명체가 단 하나라도 확인된다면 이 넓은 우주에서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비단 과학적인 충격뿐만 아니라 철학과 종교 측면에서도 깊게 다뤄질 주제가 될 것이다."

Q. 제임스 망원경에 이어 계획 중인 우주망원경이 또 있나.

"STScI에서 다음 운영을 계획 중인 우주망원경은 '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줄여서 Roman Space Telescope)'이다. 이 망원경은 2027년 발사 계획이며, 현재 제작 진행 중에 있다. 거울 크기는 허블우주망원경과 같은 직경 2.4m지만, 허블보다 100배 넓이의 영역을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는 망원경이다. 제임스 망원경이 작은 영역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망원경이라고 한다면 Roman Space Telescope은 아주 넓은 영역을 빠른 속도로 훑을 수 있는 망원경이다. 더 미래를 생각하면 현재 디자인을 검토 중인 'LUVOIR(Large Ultraviolet Optical Infrared Surveyor)'라는 컨셉 단계의 망원경이 있다. 발사는 2040년경으로 목표하고 있고, 8m 또는 15m 직경의 거울을 탑재할 계획이다."

Q. 제임스 망원경 프로젝트 자체가 당장 국익에 도움이 되는 연구는 아닌 거 같다. 그럼에도 이 연구를 하는 이유 또는 연구자의 자세가 궁금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되는 일들만 해결하려고 했다면 인류 문명이 지금처럼 발전해 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자연과학 분야가 그렇겠지만, 천문우주학도 다른 과학이나 기술 개발에 근간이 되는 기초 학문이다. 더군다나 제임스 망원경 관련 기술은 우주 개발 산업에도 직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한국도 이러한 거대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차근차근 좋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천문우주연구원이 참여하는 'Giant Magellan Telescope(GMT)' 대형망원경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천문학계에 큰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누리호의 발사에서도 보여줬듯이 자체적인 기술로 로켓 발사도 가능한 단계까지 온 것이 한인 과학자로서 매우 자랑스럽다. 미래에는 가능하다면 거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직접 거대 우주망원경 개발에 참여하면서 얻어지는 경험은 또 다른 차원으로 한국의 천문우주학계를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 확신한다."

Q. 끝으로 한국 과학계 또는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제임스 망원경 발사와 진행 상황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들을 넘어 온 인류의 관심과 격려를 받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다수의 지상파 방송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임스 망원경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5개월간 준비 과정을 마치고 나면 끊임없이 '교과서를 바꿀 만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질 것이다. 계속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특히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우주는 막연한 꿈과 동경의 대상이 아닌 구체적인 과학의 실험 대상이 되는 곳이라는 사실을 주지 시켜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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