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과정생

그의 꿈은 높았습니다. KAIST 원자력학과 대학원생으로 연구개발, 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컸습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전도유망한 학과는 적폐학과로 손가락질 받고 더 이상 후배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졸업한 선배들은 사양산업에 간다는 놀림을 받았습니다. 2019년 그는 연구실 대신 거리로 나섰습니다. 시민 한명 한명에게 원자력을 설명하고 설득하며 서명 운동을 펼쳤습니다. 동영상을 만들고 만화도 제작하며 원자력을 알렸습니다. 그렇게 3년이 흘렀습니다. 그는 이제야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졸업이 늦어졌지만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본지는 조재완 KAIST 원자력학과 박사과정생(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의 지난 3년 소회를 세번에 나눠 연재하고자 합니다.[편집자 편지]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과정생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과정생이 지난 2020년 9월 대전역에서 'Stand Up for Nuclear' 행사 일환으로 개최한 릴레이 1인 시위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대덕넷DB]
시작부터 이런 미래는 정해져 있었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공공연히 탈원전을 거론했다. 공약사항에 탈원전을 포함한 것은 물론, 오류투성이 탈원전 선동영화 '판도라'를 관람하고는, 시사회 석상에서 관람객들을 향해 탈원전을 역설했다. 순진했던 원전업계 관계자들은 정권이 바뀐다고 국가 기간산업이 흔들릴 리 없다고 현실을 외면했다. 하지만 권력의 칼은 상상보다 한참 잔혹했다.

2017년 6월, 고리원전의 영구정지식이 거행되었다. 영구정지를 결정한 것은 박근혜 정권이었다. 당시 결정한 영구정지는 신규원전을 계속 건설한다는 가정하에 오래된 원자로를 폐로하자는 기조였다. 폐로 경험을 쌓고 추후 해외로 나가 원전 건설부터 폐로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하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고리원전 영구정지의 가장 중요한 조건부였던 신규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며 미래청사진을 구겨버렸고, 자신들의 신념인 탈원전을 관철하는 데에 이용했다.

우리나라 탈원전 여론의 시작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충격에, 시민들 마음 한편에 원전에 대한 불안이 싹트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전문가가 아니니 마냥 안심하는 것이 어쩌면 더 이상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원자력계의 늑장 대응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실책이 드러나며 대중의 반일 감정이 극에 달했기에 과학적인 반박도 자칫하면 친일 행적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시기였다. 국민 불안을 낮출 과학적 사실도 극히 조심스럽게 전해야 했다. 이런 소극적인 대응에 원자력계는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그 불씨는 어느새 화마가 되어 19대 대선에서는 주요 후보 5명 중 4명이 탈원전을 공약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었다. 비가 와서 불을 꺼주길 기다리는 동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원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면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날씨에 따라 변동하는 에너지를 확대할수록 화석연료에 더욱 의존하며 탄소 저감에 역행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런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는 탈원전 여론을 보면서도 실제로 탈원전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공약은 후보 시절의 입장일 뿐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우리나라 원전의 우수성을 알렸던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도 바뀔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들은 원전 전문가지 정치 전문가가 아니었다.

대통령은 충실(?)하게 약속을 잘 지켰다.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소 확장으로 산림이 훼손되고, 재생에너지의 잉여전기를 저장할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연일 화재가 발생했다. 또 무리한 안전규제로 원전 가동에 제동을 걸어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였다. 심지어 그 타이밍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던 시절이라 손에 꼽히던 흑자 기업 한전이 수조 원대 적자 기업으로 굴러떨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얼마나 약속을 잘 지키던지 '탈원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있는 원전의 경제성까지 조작으로 없앴다가 만천하에 그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여파는 컸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며 원전부품사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대기업에서는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원자력공학 전공 학생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졸업자들도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접고 해외로 가거나 비원자력계로 진출하며 심각한 인력유출까지 발생했다.

탈원전 이전 세계적으로 전도유망한 원자력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졸업할 무렵 사양 산업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세계시장에서 경제성이 뒤처진 것도 아니고 기술이 뒤처진 것도 아니었다. 단지 정부의 고집으로 원자력이 사양 산업으로 짓눌린 것이다. 결국 학생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적폐 학과'라는 낙인까지 찍히며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 조재완 KAIST 박사과정생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과정생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탈원전 정책에 2019년부터 국민속 원자력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를 통해 페스티벌도 열며 국민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무박2일의 철야행군도 펼치며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음을 알렸다. 한국원자력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과학적 진실알리기에 고군분투했다.

※ 2편은 '힘들고 슬펐던 시간, 후회하지 않는다'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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