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무작위로 섞인 고분자, 물에서 규칙적 구조 생성 발견
인공근육 등에 쓸 수 있는 나노 연성 구조 소재 확장 가능성

수용성 부분과 지용성 부분이 무작위로 배열된 고분자의 형성 과정과 가능한 서열의 예시 사진. [사진 = KAIST 제공]
수용성 부분과 지용성 부분이 무작위로 배열된 고분자의 형성 과정과 가능한 서열의 예시 사진. [사진 = KAIST 제공]
KAIST(총장 이광형)는 서명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물에 녹는 부분과 녹지 않는 부분이 무작위로 섞여 있는 고분자가 물에서 처음 보는 규칙적 구조를 만드는 것을 발견하고, 무질서로부터 질서가 출현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똑같다면, 아주 많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온 경우는 전체 중 반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앞면만 연달아 나올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확률은 앞면과 뒷면이 번갈아 가며 나올 확률과 정확히 일치하다. 동전을 여러 번 던질수록 앞뒷면이 나오는 순서의 가짓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이 서열을 보고 무작위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판별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반대로 온전히 무작위로 난수를 만드는 방법은 전산과학과 보안 등에서 중요한 문제다.

이에 서명은 교수 연구팀은 무작위한 서열 사이의 짝맞추기 문제에 주목했다. 물에 목는 부분과 녹지 않는 부분을 무작위하게 도입해 고분자를 만들면 마치 비누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나 세포막 이중 층을 이루는 지질처럼 양친매성을 띠어, 물에 넣으면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 부분끼리 뭉치고 이를 물에 녹는 수용성 부분이 감싸는 형태로 저절로 조립된다.

이때 각 사슬의 서열은 모두 다르므로, 두 사슬이 서로 만나 지용성 부분끼리 뭉칠 때 정확히 들어맞는 짝은 그 수많은 사슬 중 한 쌍 밖에 없다.

연구팀은 이 고분자를 고농도로 물에 녹이면 세포막에서 관찰되는 것과 같은 이중 층들이 반복적으로 접히면서 켜켜이 쌓이는 새로운 판상 구조를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 세포는 필요에 따라 세포막을 접어 골지체와 같은 구조를 만들지만, 이중 층 구조 자체를 안정하게 규칙적으로 접을 수 있다는 것은 처음 밝혀지는 것이다.

무작위한 서열에서는 지용성 부분이 몰려 있는 구간이 상당히 큰 확률로 발생하기에, 연구진들은 사슬들이 만날 때 필연적으로 짝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생겨 평평한 판상 구조가 접히는 것으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연구진들은 "흔히 무질서하다고 간주되는 무작위 서열 속에서 어떻게 질서가 태동할 수 있는지 하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작위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물리적 복제방지기술(PUF)로 응용함과 아울러 구조적인 특성을 활용해 인공 근육 등에 쓸 수 있는 나노 연성 구조 소재로 확장할 가능성을 향후 연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신민중 KAIST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연구를 주도하고 안형주 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 윤동기 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 이은지 GIST 교수 연구팀이 협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4일 게재됐다. (논문명 : Bilayer-folded Lamellar Mesophase Induced by Random Polymer Sequence)
 

이중층 판상 접힘 구조 사진. [사진 =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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