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모델동물 클러스터-원숭이 자원 거점은행 간담회' 개최
다양한 이해관계자 고려한 영장류 자원 대책 필요

지난달 26일 우송정보대 테크노 디자인센터에서 '제8회 바이오 소재 클러스터 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고현민 기자]
지난달 26일 우송정보대 테크노 디자인센터에서 '제8회 바이오 소재 클러스터 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고현민 기자]
"국내 실험연구용 원숭이 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출연기관이지만, 현재 약 1,100여 마리의 원숭이들을 관리하는 사육자는 단 7명입니다. 국내 원숭이 자원 공급문제 해결과 실험연구용 원숭이 지원 활성화를 위해선 도입에서 사육관리까지 전 과정을 고려한 체계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김지수 센터장)

바이오 소재의 잠재적 가치가 주목받으며 안정적인 소재 공급 방안이 국내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달 26일 대전 우송대학교에서 진행된 바이오 소재 클러스터 협력센터 간담회의 참여자들은 영장류 자원을 주제로 국내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논했다.

이날 간담회 참여 패널로는 현병환 대전대학교 교수, 이종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과장,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센터장, 김지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센터장,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단장, 김형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이준열 성균대학교 교수, 노정호 Keyprime Research 팀장, 진태은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실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 수요·공급의 불균형···원숭이 실험연구용 자원 '무기화'

간담회에 앞서 김지수, 허재원 센터장은 '영장류자원지원센터'와 '국가영장류센터'에 대한 소개와 '영장류 활용 방안'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모델동물 중 하나인 원숭이는 인간과 높은 유전적 유사성을 보이며 신경과학·심혈관질환·재생의학 등 다양한 생명현상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이미 해외 주요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영장류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활발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총 7개의 국가영장류센터와 20여 개의 자원센터를 운영하며 연간 7만 마리 이상을 실험에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41개의 영장류 시설을 운영하며 연간 4만 마리 이상의 원숭이를 생산해 세계 각국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실험용 영장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며 1998년 영장류 국책연구사업을 시작으로 2005년 국가영장류센터, 2018년 11월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준공되어 국가적 차원에서 원숭이 연구자원 수급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실험연구용 원숭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국내 자체적으로 충족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현재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서 보유한 영장류 개체를 통한 브리딩(교배)이 진행되고 있지만 개체 수와 산자수가 부족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외에서 브리딩이 가능한 모체 도입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영장류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이 또한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영장류의 80~90%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이 2020년 야생동물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하며 수급에 큰 타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불과 10년 전 한 마리 당 약 300~400만원에 불과했던 영장류 가격은 현재 1500~2000만원까지 상승하며 영장류 자원에 대한 전략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국내 실험연구용 영장류 수요에 비해 국외 도입 및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원숭이 자원에 대한 무기화가 점차 발생하고 있다"라며 "실험연구용 원숭이 자원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원숭이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브리딩할 수 있는 센터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서는 실험연구용 원숭이 자원 수입에서 관리, 기술 개발까지 원숭이를 위한 전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실험동물의 복지를 위해 국내 최초로 영장류 그룹 사육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매년 정기적인 건강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원숭이 체세포 복제동물 생산기술 개발 및 자원 관리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하여 one-stop 지원 시스템을 발전시킬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국내 고품질 SPF(Specific Pathogen Free-특정병원체부재) 영장류 자원 관리와 실험연구용 동물 모델 구축은 향후 산업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자원 정보 활용 기반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안정적인 영장류 자원 공급 은행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라고 제언했다.  

◆ 국내 환경 고려한 시스템 도입 및 사회적 합의 필요

발표 이후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영장류 자원의 지원 방향에 대한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김형진 박사는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영장류를 안정적으로 국내에 공급되기 위해서는 개체수 확보 전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영장류 개체가 충분하지 못하면 기술이 발전되더라도 수요에 대처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국내 수요량의 30%를 영장류 자원지원센터에서 공급하는 등 공급량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차원에서 영장류 모체 도입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고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환경을 고려한 영장류 관리 시스템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정호 팀장은 "현재 산업계에서 사용되는 원숭이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영장류의 가격대가 너무 높게 형성되어있다"라며 "생명 분야에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영장류를 수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외 영장류 연구의 경우 기관내 영장류 행동풍부화를 전담하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라며 "꾸준히 산업계와 연구자들의 교류가 이루어져 국내에 적합한 시스템이 점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열 교수 또한 "소규모로 진행되는 연구시설에서는 영장류 자원이 필요함에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각 대학 내에도 영장류 사육시설이 구축되어 안정적인 공급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물 윤리와 관련된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동물 실험에 대한 찬반 여부 논쟁은 점차 심화될 것이다"라며 "원숭이 실험 이후 이들을 은퇴시킬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사전에 갖추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성제경 단장은 동물복지단체 외에도 국가와 시민들 사이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영장류는 민간에서의 연구가 없다는 점에서 동물모델 중에서도 공공재 성격이 가장 강한 것 같다" 말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명확한 영장류 자원 운영 계획과 비전이 사회적으로 노출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장류는 다른 모델동물과 비교해 투자에서 결과 도출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라며 "국가영장류센터에 투입되는 예산과 창출되는 편익을 큰 관점에서 바라보며 사람들에게 영장류 자원의 효용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재원 센터장은 영장류 자원을 위한 국가 차원의 확보, 공급, 관리, 활용 대책이 전략적으로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장류 자원의 특수성(긴 수명, 긴 번식주기, 적은 산자수)과 관련 시설의 특성(잦은 파손, 노후화, 국제적 기준변화)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자금 지원 방안만으로는 자원의 효율이 점차 저하되기 때문이다. 허 센터장은 "영장류 자원이 전략자원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다양한 연구 결과물들을 산업화하는데 기초적인 자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라며 "단순한 R&D 자금 투입만이 지속된다면 국내 영장류 산업은 계속 퇴보할 것이며, 다른 국가와 영장류 자원에 관한 우호적인 교역 및 확보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영장류 도입 관련 법률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장류는 CITES, 환경부, 검역본부, 식약처 등 도입과정에 있어 거쳐야 할 기관과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김지수 센터장은 "산업체에 많은 지원 요구에도 불구하고 법률과 규정상에 절차로 인해 지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며 "자원의 특성에 맞는 법률 개선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진태은 실장은 "영장류 자원은 다른 모델동물과 비교해 법, 규제, 여론 등 고려해야 할 측면이 많은 것 같다"라며 "다양한 매체의 채널을 통해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종권 과장은 국내에서 최근 영장류를 이용한 연구 수요가 늘고 있고 이를 충족하는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최근 동물윤리 논제가 부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진행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시되었다"라며 "동물 사용 및 관리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관련 규정 마련을 모색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연구기관뿐 아니라 국내 민간업체 전문가들과도 지속적인 소통을 진행하며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문제에 접근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를 진행한 현병환 교수는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되는 연구에 대한 인력과 예산이 지속적으로 수급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이번 간담회를 통해 더욱 많은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 앞으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의 바이오헬스 산업을 주도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OBIC이 주최하고, 대전대학교 바이오아이코어사업단(단장 현병환 대전대 교수)이 주관했다. 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모델동물 클러스터–원숭이자원' 영상은 바이오아이코어사업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왼쪽부터)현병환 대전대 교수, 진태은 KOBIC 실장, 노정호 Keyprime Research 팀장,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센터장, 김지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센터장, 김형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이종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과장, 이준열 성균관대학교 교수, 김요셉 대덕넷 이사,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단장 [사진=고현민 기자]
(왼쪽부터)현병환 대전대 교수, 진태은 KOBIC 실장, 노정호 Keyprime Research 팀장,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센터장, 김지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센터장, 김형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이종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과장, 이준열 성균관대학교 교수, 김요셉 대덕넷 이사,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단장. [사진=고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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