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역할 거버넌스 논의 없고 헤게모니 다툼만"
"각 분야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 과정 우선 돼야"
"대한민국 외국서 보면 다 붙어있어, 지역 의미없다"
우주청 입지 공방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기 경남지역 발전 공약으로 항공우주관련 기업들이 밀집된 경남 사천에 '우주청'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작됐다. 사천 지역을 항공우주의 요람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우주관련 과학기술계, 지역간 논쟁이 불거졌다. 양 지역에서 입지 당위성을 내세우며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새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놓겠다며 우주청 입지로 경남 사천을 확정짓고 있는 상황이다.
우주청 설립은 윤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필요성이 논의돼 왔던 게 사실이다. 뉴스페이스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지만 국내에는 한국형 우주전담 기관,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모델로 대통령 산하 조직으로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현재 우주청에 대한 구체적인 거버넌스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우주개발 전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처 산하에 둬야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가 들어섰다. 국가우주정책 분야 브레인 역할을 목적으로 원장 직속부서로 출범했다. 국내 우주분야 연구개발을 맡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당시 당황스럽다는 분위기가 컸던게 사실이다.
우주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오랜기간 연구해온 과학자 문홍규 박사는 우주 전담기관 우주청의 설립 철학과 입지 당위성, 거버넌스, 우주전략과 미래 비전 등을 담은 글 12편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과학기술비서관에게 보내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우주청 입지를 결정하기보다 우주연구개발 국내외적 환경, 협력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박사가 주장하는 우주청은 어느 지역의 우주청이 아닌 '대한민국의 우주청'이다. 어느 한 정부의 우주청이 아니라 100년 후 우주청사진을 만들 수 있는 우주청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특히 우주기술이 국가안보, 기술패권, 인류의 안녕과 직결되고 있는 상황으로 비전과 철학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부처간 협력과 조정을 이끌 수 있는 대통령실 산하 독립기관인 우주청,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각국의 우주 기술 개발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우주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치열하다.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439조원 규모에 이른다. 발사체, 위성, 안테나를 비롯해 우주데이터 서비스 등 시장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국내 우주산업은 3조5000억원 규모로 미미하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우주기술 활용을 구체화 하고 있어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다.
초소형위성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는 젊은 기업인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우주청이 어디에 입지하든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는 "정책적 논의는 없고 지역, 기관들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에서 보면 한국은 면적이 작아 땅이 다 붙어있는 모양새다. 우주청이 우주연구개발, 인재양성, 우주산업의 허브역할을 할수 있는가를 봐야하는데 지금은 기존 기관, 기업이 많다는 게 기준이 되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어디에 있던 체감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 우주청을 보면 스타트업 소개부터 국제협력으로 산업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우리는 중요한 우주청 역할을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위성, 탑재체, 지상국 서비스까지 개발하고 있는 뉴스페이스 스타트업 관계자는 우주청 설립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지역, 정치권의 다툼이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와의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항우연은 연구조직이므로 진작 별도의 우주청이 만들어졌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지역 이슈로 모든게 묻혀버리는 상황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진지한 숙의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주나 원자력같은 거대 연구는 한번 정해지면 돌이키기 쉽지 않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 후에 입지는 대전, 세종, 사천 어디에 와도 상관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16일 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와 오는 8월 달 궤도선 발사 등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관련 기업, 스타트업들도 창업하며 뉴스페이스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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