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세량 천연물 중앙은행장
국내 최대 자생·해외식물 유래 천연물 추출물 보유
"정확한 SOP로 세계 최고수준 천연물 플랫폼 개발할 것"

세계 각국에서 '의약개발 패러다임 전환'에 주목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산업화로 다양한 만성질환이 크게 증가하며 질환 예방·개선 관련 시장이 점차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천연물자원'은 전통적으로 임상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어 효과적인 식의약품 개발·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해외 주요국들은 천연물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 천연물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86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국가 프로젝트 차원에서 천연화합물 라이브러리 구축을 진행하며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 사업'을 펼치며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 사업의 핵심은 그간 산재되어 있던 274개 소재자원은행을 분야별로 구분해 14개 소재 클러스터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 나아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연구 데이터 관리와 소재별 특수성을 반영한 자원 전략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14개 소재 클러스터 중 하나인 '천연물 클러스터' 또한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기존에 분리 운영되고 있던 '자생식물추출물은행'과 '해외식물추출물은행'이 통합되어 '천연물중앙은행'으로 재탄생했다

천연물중앙은행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천연물소재와 정보활용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단계별 추진계획을 바탕으로 국내외 식물유래 천연물 소재의 표준화와 정보 데이터통합 활용 시스템을 구축·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클러스터 간 협업 방안을 마련해 신뢰성 있는 연구 소재를 공급해나갈 계획이다. 

천연물클러스터의 선진화 비전 체계 [사진=천연물중앙은행 제공]
천연물클러스터의 선진화 비전 체계 [사진=천연물중앙은행 제공]

◆ 만성질환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 '천연물의약'

충북 오창에 위치한 천연물중앙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생·해외식물 유래 천연물 추출물을 보유한 기관이다. 천연물중앙은행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창 분원에 있는 천연물 연구센터와 본원의 해외생물소재센터가 협력해 천연물중앙은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선 오세량 은행장(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창분원장)을 중심으로 50여 명의 연구원이 1천 8백여 종의 자생소재, 2천여 종의 해외식물소재에 대한 천연물 유래 식·의약 원천소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외 특허출원 180건, 논문 190여 편의 성과를 거두며, 우리나라의 대표 천연물 분야 중개연구 수행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중앙은행에서 분석·보관되고 있는 천연물 소재. 천연물중앙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생·해외식물 유래 천연물 추출물을 보유한 기관이다. [사진=고현민 기자]
중앙은행에서 분석·보관되고 있는 천연물 소재. 천연물중앙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생·해외식물 유래 천연물 추출물을 보유한 기관이다. [사진=고현민 기자]
중앙은행의 주 연구 활동은 '천연물의약 원천소재 개발' 및 '국내 천연물 빅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천연물의약은 우수한 안정성과 효능이 입증되면 장기복용에도 부작용 없이 질병예방과 개선에 장점이 있기에 만성, 난치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로 개발이 가능하다.

특히 호흡기, 대사질환 등 단일 화합물로 치료가 어려운 복합기전에서 다양한 타겟에 대한 조절연구 (network pharmacology)로 개선 및 치료효능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천연물 자체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낮은 수율, 지역·부위·연차별 함량변화 등으로 산업화에 필요한 원료 표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연물중앙은행은 국내외 천연물 자원 소재에 대한 검증과 다양한 분석 정보를 제공하며 산학연 각계를 지원하고 있다.
 

SOP 작업을 위해 수집된 천연물 소재와 데이터. [사진=고현민 기자]
SOP 작업을 위해 수집된 천연물 소재와 데이터. [사진=고현민 기자]
또한 천연물 소재에 대한 표준운영절차(SOP, Standard Operation Procedure)를 구축하며 원료 표준화를 위한 시도도 병행 중에 있다. 환경에 민감한 식물의 특성상 동일한 자원일지라도 서식지에 따른 활성물질의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오 은행장은 "같은 유전체를 가진 식물체여도 환경적 요인에 따라 성분 함량이 다르다"라며 "정보의 편차는 연구의 오류와 불신의 원초로 이어질 수 있어 표준화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천연물중앙은행에서는 소재별 3개 이상의 서식지 프로파일을 제작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며, 분석 과정에서의 실험 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추출물을 분석한 표준방법까지 공개적으로 제공한다.   

나아가 각 은행별 소재 편차 저감을 목표로 각 거점은행(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지원연구센터)에서 제조하는 표준추출물과 분석정보의 통합을 위하여 분석기기의 SOP를 통일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오 은행장은 "소재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SOP 측정 기기까지 표준화시키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하는 연구이다"라며 "이를 통해 국내 천연물자원의 표준화 방안을 선도하고 소재편차로 인한 연구자들의 혼란을 불식시킬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 천연물 클러스터 간담회 1년 후···변화한 점은?

천연물 정보 통합 데이터베이스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천연물 클러스터 정책 간담회에서는 '소재 정보의 동등성', '정보구축의 고도화' 등 국내 천연물 클러스터 구축 선진화 전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약 1년 후 재회한 오세량 은행장은 "간담회 이후 어떤 점들이 변화되고 추진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진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SOP 체계를 보다 통합적으로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현재는 다양한 기관들과 서로의 소재 분석 결과를 비교하고 오차를 조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중앙은행(왼쪽), 오세량 은행장(오른쪽). 오 은행장은 "천연물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을 구축해 천연물이 국내 바이오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장 서겠다"라고 말했다. [사진=고현민 기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중앙은행(왼쪽), 오세량 은행장(오른쪽). 오 은행장은 "천연물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을 구축해 천연물이 국내 바이오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장 서겠다"라고 말했다. [사진=고현민 기자]
이어 그는 "중앙은행 소속 전문가뿐만 아니라 외부 식물 분류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소재에 대한 표준절차를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라며 "통계학적 비교 분석을 통해 최적의 원료 생산 선정 방법 및 기술 또한 축적해 나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천연물중앙은행은 수집된 소재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천연물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작업도 진행 중에 있다.

오 은행장은 "많은 벤처기업에서 천연물 효능 분석에 대한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모든 수요에 대응할 수 없었다"라며 "단일화된 창구에서 국내외 식물 소재의 정보와 분양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향후 해당 플랫폼이 구축되면 간단한 키워드 입력만으로 모든 천연물 자원에 대한 서식지, 효능,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천연물 클러스터 육성사업은 플랫폼 개발에 멈추지 않고 이후 단계별 추진방안에 따라 연구개발 소재 맞춤형 분양 지원, 표준 식물 정보 통합 데이터베이스 확대, 클라우드 시스템 고도화 등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오 은행장은 본 소재 표준화와 정보통합 구축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간과 예산이 장기적으로 투입되어야 천연물 소재자원의 폭을 넓히고 정보를 고급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본 천연물 클러스터 육성사업이 26년까지 계획되어 있지만, 국내 천연물 자원개발의 발전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수요자들의 편의성과 고도화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도 관계부처와 산학연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치며 국내 천연물자원 개발 분야의 컨트롤 타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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