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리빙랩네트워크' 1주년 기념 네트워킹 진행
'저상버스 탑승 요청 시스템' 내년 초 실생활 적용 전망
'플라스틱 순환도시 대전 기획단' 구성 계획
"더불어 살아가기 편안한 사회···시민 네트워킹 강화 필요"

지역 내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관 및 단체가 26일 한 자리에 모였다. '대전리빙랩네트워크' 1주년 기념 취지에서다. 이날 현장에서는 현재까지의 행보 및 성과, 향후 추진 방향 등을 교류하며 지역 사회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민 참여'를 꼽았다. [사진=윤예본 기자]
지역 내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관 및 단체가 26일 한 자리에 모였다. '대전리빙랩네트워크' 1주년 기념 취지에서다. 이날 현장에서는 현재까지의 행보 및 성과, 향후 추진 방향 등을 교류하며 지역 사회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민 참여'를 꼽았다. [사진=윤예본 기자]
지난 26일, 텀블러·머그컵을 손에 든 사람들이 커먼즈필드 대전(모두의 공터)으로 하나 둘 모였다. 주위를 둘러봐도 이곳에 '일회용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참석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물었다. 딱딱하지 않고 웃음 가득한 시간이 계속됐다. 이곳은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킹' 공간, '대전리빙랩네트워크' 1주년 기념 네트워킹 현장이다.

대전리빙랩네트워크는 지역 내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한 조직이다. 2014년부터 사회기술혁신네트워크 및 포럼을 진행하며 네트워크 토대를 형성, 이후 교류를 이어오다 2021년 공식 출범했다.

◆ 저상버스 증가했지만 이용률은 제자리?···"눈치 보여요"

최근,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휠체어에 탑승한 노부부가 장애인용 리프트 탑승 중 추락해 사망한 바 있다. 참사 이후 2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올해 4월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또다시 장애인 에스컬레이터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들은 이동을 위해 매일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장애인·고령자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대전에서도 이를 실현할 계획이다. 오영진 위즈온협동조합 이사는 '휠체어 사용자의 이동솔루션'을 주제로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위즈온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장애청년과 비장애청년이 호흡하는 커뮤니티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 및 협력을 통해 장애인의 물리적·심리적 장벽 해소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 이사는 본인을 신데렐라라고 소개했다. 예컨대 오전 12시에 귀가하는 신데렐라보다 더 빨리 하루를 마무리해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가 9시 40분이면 마감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최근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저상버스의 비율이 증가했지만, 장애인 이용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그 까닭이 궁금해진 위즈온협동조합 연구팀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버스 기사가 나를 못 보고 지나친다' '버스를 타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시, 시민들의 눈치가 보인다'라는 의견들이 주원인이었다. 연구팀은 버스 기사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다. 그러자 버스기사는 "장애인 분들은 정류장에 있지 못한다. 휠체어를 타고 있어 공간이 좁아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버스 차체가 높으니 못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생긴다"고 연구팀에게 설명했다.

이에 위즈온협동조합은 ▲안전 탑승 보장 ▲정보 접근성 개선 ▲탑승시간 단축을 목표로 '저상버스 탑승 요청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이 앱은 승·하차 정류장을 입력한 뒤 그에 맞는 저상버스에 탑승 요청을 누르면 버스 기사에게 알람이 가는 시스템이다. 앱에 이어, 장애인들의 버스 이용 시 통로 확보와 접이식 좌석 공간 확보에 대한 양해 메시지가 울리는 탑승 안내 스피커도 설치했다.

오 이사는 "현장 실증 결과 전반적인 만족도 4.2를 기록했다. 장애인만을 위한 환경이 아닌, 비장애인도 불편하지 않으면서 더불어 살아가기 편안한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장애인 주거 비율 높은 노선 위주로 베타 테스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 연초부터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 1위 韓···시민 실천 프로그램 확산돼야

이날 현장에서는 소비와 환경을 주제로 '플라스틱 순환도시 대전'을 일구기 위해 전문가들의 논의도 진행됐다. 인류에게 큰 편리함을 제공하는 플라스틱은 사용 후 일부는 소각되거나 재활용됐지만, 대부분 자연에 그대로 버려지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 98.2kg를 기록, 미국(97.7kg) 프랑스(73.0kg) 일본(66.9kg)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바 있다.

김소민 DISTEP 연구원은 "대전은 출연연이 밀집된 '연구개발특구'가 위치한 곳이다. 지역의 커뮤니티와 사회적 경제조직이 힘을 모아 과학기술 기반 플라스틱 문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겠다"며 "소셜벤처의 혁신적 활동,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사회의 실천 운동을 접목시켜 '플라스틱 순환도시 대전' 기획단 활동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사회를 바꾸려면 전문가들 뿐만 아닌, 시민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데 김민수 상임공동운영(시민참여연구센터) 위원장도 공감했다. 그는 "시민들의 실천이 사회적 메시지와 의식을 바꿀 수 있다. 정부는 거기에 발맞춰 따라가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례들이 전달이 안되고 표현이 안되니 네트워크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시민들의 실천 프로그램이 더욱 확산된다면,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일시적으로만 추진되는 프로젝트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남원 시민참여연구센터 부위원장은 "플라스틱 줄이기 사업은 많았다. 그러나 늘 단발성으로 끝났었다. 연속성 있게 지원돼야 하는데 예산만 나오고 끝나니 사업도 금방 끝나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한번 이슈화 되고 끝나는 모양새다. 대전시나 정부에서도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정서화 DISTEP 정책학 박사는 "현장에서는 과학기술이 접목되지 않아 힘을 내기 어렵다는 의견도 대다수"라며 "R&D 접목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오늘 여러 기관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시민들에게 닿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시민들과 간담회 같은 네트워킹 자리도 마련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한편, 대전리빙랩네트워크는 지난 해 6월 25일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공식 출범했다. 이번 1주년 기념 네트워킹을 진행한 장소인 '커먼즈필드 대전(모두의 공터)'은 대전소통협력공간으로,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아래는 네트워킹 현장 참석 기관.
 

▲대전사회혁신센터 ▲충남대학교 지식재산사업단 ▲DISTEP ▲위즈온협동조합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 ▲대전세종충남 지역혁신플랫폼 ▲세상을디자인하는사람들 ▲두드림사회적협동조합 ▲마중물_마을교육공동체 ▲동구 공동체지원센터 ▲메이킹협동조합 ▲대전세종연구원 ▲대전YWCA상담소 ▲충남대 사회공헌센터 ▲지속가능연구소우리해 ▲대전환경교육센터 ▲대전교통공사 ▲대전충남녹색연합 ▲서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시민참여연구센터 ▲유성구마을공동체네트워크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전대학교 ▲충남대 미래리빙랩센터 ▲대전도시공사 ▲대덕넷 ▲조인케어 ▲따뜻한메이커연구소 ▲디모스 ▲재작소 ▲그림그린 ▲신성동마을공동체마실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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