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대마규제자유특구, 재배와 사업화 추진
기업 들어오며 안동 젊은층에 새로운 일자리 제공
의료 등 산업군으로 지역 생태계 기반 되길 기대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매년 22%규모로 시장 확대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에이팩 스마트팜 내부에는 초록의 대마 꽃들이 빼곡하다. 대마는 꽃과 잎을 이용해 의료용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사진= 길애경 기자]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에이팩 스마트팜 내부에는 초록의 대마 꽃들이 빼곡하다. 대마는 꽃과 잎을 이용해 의료용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사진= 길애경 기자]
쌀쌀한 가을날씨에도 내부는 후덥지근 했다. 가을걷이가 끝난 삭막한 들판과 달리 온실 안은 초록 잎새들이 넘실댄다. 줄기 위쪽에는 꽃(?)들이 빼곡하다. 알수없는 풀잎 향이 훅하고 올라온다. 산업용 대마(헴프) 스마트팜이다. 

경북도와 안동이 대마 산업으로 새로운 지역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년 대마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대마재배 실증화에 이어 미래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10월 중순 에이팩(대표 송규섭)의 안동 대마 재배 스마트팜을 찾았다. 에이팩 스마트팜은 올해만해도 벌써 5번째의 대마 수확을 앞두고 있다. 수경재배와 LED 조명 등 과학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으로 대마 효능은 유지하면서 다모작과 대량생산의 재배 가능성을 실증한 것이다. 

에이팩은 대덕벤처로 사업군에 농업파트는 없었다. 송규섭 대표는 주력산업인 LED 조명의 데이터 확보를 위해 대마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해외에서 대마 등 농업용 LED 조명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데이터 확보를 위해 관심을 갖게 됐고 새로운 사업군이 됐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마를 의료용 소재로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더라. 우리나라는 그동안 마약성으로 분류돼 재배가 금지됐다가 20년 안동이 대마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시범재배가 가능해졌다"면서 "에이팩도 새로운 사업군으로 농업을 포함하고 대마 재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이팩의 대마 재배 방식은 스마트팜. 회사의 강점인 LED 조명을 접목, 복층 구조와 반 수경(뿌리에 물이 뿌려지는 방식) 재배로 대마의 의료용 성분인 칸나비디올(CBD, 진통작용)의 효능은 유지하면서 수확량을 늘리는 계획이었다. 에이팩의 계획은 현재까지 성공이다. 연간 5모작(실제는 6모작도 가능)까지 무난하게 수확했다. 최대 수확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승일 에이팩 연구원은 "대마는 새로운 영역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최적의 재배 방법, 최적의 상태 등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면서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대마를 더 일찍부터 재배하고 있지만 노지에서 키우는 방식이다. 에이팩은 LED, 수경재배 등 우리만의 기술로 최적의 재배 방식을 찾고 있다. 지난해 첫 수확에 이어 올해는 5번의 재배도 성공했다"며 기뻐했다.

그는 안동 출신이다. 농과 대학을 마치고 대도시로 떠나기보다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홍 연구원은 친구들이 대구, 서울 등 대도시로 떠나는 것과 달리 안동에 남았다. 때마침 안동에서 대마 스마트팜을 시작, 에이팩의 연구원으로 지역의 기업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대마 종자 관리부터 식재, 성장, 수확까지 전체를 연구하며 대마 재배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홍 연구원은 "대마 산업이 안동의 미래 동력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면서 "다만 안동이 대마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대마 재배에 적용되는 규제들이 정말 많다. 이런 부분들이 하나씩 풀리고 지역 생태계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미래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mz세대들 중에는 자신의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많다. 고용이 보장된 기업의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한다"면서 "젊은층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된 기업이 많아지고 그들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정주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50년만의 대마 수확

국내에서는 안동지역이 대마(헴프)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며 대마 재배, 사업화 실증을 진행 중이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은 국내 최적 재배 환경, 적합 품종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수경재배와 LED 조명을 이용, 한해 5번까지 수확한 스마트팜.[사진= 길애경 기자]
국내에서는 안동지역이 대마(헴프)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며 대마 재배, 사업화 실증을 진행 중이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은 국내 최적 재배 환경, 적합 품종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수경재배와 LED 조명을 이용, 한해 5번까지 수확한 스마트팜.[사진= 길애경 기자]
우리나라에서 대마는 70년대까지 흔하게 재배됐다. 삼베옷의 원료로 쓰였다. 그러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대마 재배도 규제 대상이 됐다. 국내에서 대마 재배는 금지됐다. 거의 씨가 마르는 상황이었다. 

대마의 대표적 성분은 칸나비디올(CBD, 진통작용)과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환각작용)이다. 대마의 잎과 꽃에서 수확할 수 있는 CBD는 함량이 20%이상일때 의료산업 재료로 많이 쓰인다. 씨앗은 헴프씨드로 오일 가공 등 식품과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 THC 성분은 향정신성 화합물로 중독과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 THC 함량이 0.3%를 넘으면 마약으로 간주된다. 국내에서 재배를 금지한 이유다.

21년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합법적으로 재배한 대마 첫 수확이 있었다. 시범 재배지만 거의 반세기만에 국내에서 대마를 수확한 것이다. 경북도가 CBD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헴프규제자유특구를 추진하면서 시범재배가 가능해졌다. 

경상북도는 바이오와 백신클러스터와 연계, 대마산업도 육성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지난달 14일 도청 동락관 일대에서 첫 '경북 바이오 생명 엑스포'를 열고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이철우 도지사는 "대마재배에 이어 산업화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며 기업의 애로를 청취했다.

헴프규제자유특구(20년 8월부터 24년 7월말)에는 387억8500억원(국비 228억5000만원, 지방비 124억2800만원, 민자35억7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안동시 임하면과 풍산읍 일대에 42만1685m² 규모로 산업용 헴프 재배, 관리 실증에 이어 원료의약품 제조와 수출까지 실증하겠다는 목표다. 노지 재배에서 나온 대마는 섬유소재로 활용, 대마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산업적 파급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창출로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포부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대마산업을 이용한 지역 생태계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열린 경북 바이오 생명 엑스포 현장을 찾은 지자체 관계자들.[사진= 길애경 기자]
경북도와 안동시는 대마산업을 이용한 지역 생태계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열린 경북 바이오 생명 엑스포 현장을 찾은 지자체 관계자들.[사진= 길애경 기자]
◆ 대마 재배 성공, 사업화 실증은?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에 의하면 글로벌 대마산업 시장은 매년 22%이상 증가하는 추세로 24년께 444억 달러(58조8433억원)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대마 생산량은 세계 4위 수준, 헴프규제자유특구로 바이오소재의약품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북의 대마산업은 대마재배 실증화 사업을 통한 스마트팜 재배단지, 헴프산업화실증지원센터 등 기반 조성이 완료된 상태다. 현재 대마산업을 위해 35개 기업과 기관이 규제자유특구사업자로 참여중이다. 

정혁 헴프규제자유특구사업 R&D 총괄 팀장은 "한국형 헴프 산업화를 위해 우선 국산 헴프 품종을 개발하고 스마트팜과 노지에서의 표준재배법을 실증해 농가에도 보급, 수익모델을 만들 것"이라면서 "기능성 성분의 라이브러리를 확립하고 산업화 기술을 확보할 것이다. GMP급 시설을 구축해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인증센터를 운영해 산업화를 지원하는 등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참여는 고무적이며 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다. 몇몇 대학에서 대마학과를 신설, 인력양성도 가능해졌다"면서 "재배된 대마의 잎, 꽃을 활용한 산업은 지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은 1차 6개 기업에 이어 2차 재배와 추출 기업 모집을 완료하고 헴프산업 실증화 기반을 갖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심의를 통해 헴프산업화 실증 기간 연장을 11월말께 확정할 예정이다.

홍승일 에이팩 연구원은 안동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지역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에이팩에 입사, 대마 묘목부터 재배 등 전반을 관리하며 전문성을 키워하고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홍승일 에이팩 연구원은 안동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지역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에이팩에 입사, 대마 묘목부터 재배 등 전반을 관리하며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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