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돼지 연구만 26년째…성인병 예방 돼지고기 세계 최초 개발 등 성과

연구실에 들어서면 푸근한 그의 미소를 쏙 빼닮은 귀여운 돼지 장식품들이 먼저 반긴다. 2003년 형질전환복제돼지 '형광이' 생산 성공과 '형광이' 재복제 성공. 2004년 '형광닭' 부화 세계 최초 성공. 2005년 항암보조치료제 '백혈구증식인자' 보유 형질전환 돼지 생산 성공. 2006년 건강기능성 효과가 강화된 돼지고기 개발 성공. 충남대학교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창식 충남대 교수가 이룩해온 성과들이다. 박 교수는 과학계에서 복제돼지 연구의 마이더스 손으로 통한다.

◆ 실패한 캐나다 유학길에서 맺은 돼지와의 인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하나요?" 가지런히 놓인 돼지 장식품을 사이에 두고 그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1980년에 시작된 그와 돼지와의 인연.

이미 20여년을 훌쩍 넘기는 연구 경력에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이뤘지만 돼지와 연을 맺기 전에는 그의 연구 인생에 있어 아픔도 있었다. 축산을 전공하고 1967년 충남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5년간의 공군장교 생활을 정리하며 막바로 농촌진흥청 축산시험장(축산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8년간의 근무 기간 동안 소, 산양, 돼지, 닭 등 여러가지 가축을 연구했고, 번식과 가공 등 그 분야도 다양했다.

"한참 연구를 진행하다가 조금 더 넓은 곳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캐나다에 포닥 신청을 했었습니다" 그의 시련은 여기서부터였다. "제가 덜커덩 떨어졌는데요. 이유가 너무 여러가지를 연구해 전문분야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후 그는 사육하기도 편하고 그간 연구에서 유독 공을 들였던 돼지를 택하고 연구 분야도 번식으로 정했다.

당시는 '호르몬' 관련 연구가 주목을 받던 시기. 하지만 연구 전문분야를 확립한 박 소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돼지의 동결정액과 체외수정과 관련한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 박 소장은 세계 최초로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개발한 연구원 밑에서 돼지 생명공학 연구 의지를 불태웠다.

◆ 돼지 번식만 파고들어…복제 돼지들의 아빠로

한국에 돌아와 돼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오면서 '돼지 생명공학'의 중요성에 대해 목청을 높이던 2002년.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공학관에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가 들어섰고 그가 소장을 맡으며 그의 연구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센터에서 진행 중인 과제들 중 박창식 소장은 핵이식 관련 복제돼지 개발에 대한 연구 책임을 맡았다. 특히 그가 맡고 있는 세부과제는 ▲체세포 핵이식 기법 확립과 복제 수정란 생산 ▲세포 이식 치료 제공용 형질전환 복제 수정란 생산체계 수립 ▲세포이식 치료용 복제 수정란 및 형질전환 체세포 복제 동물의 대량생산. 돼지, 그것도 번식으로 전문 연구분야를 확립한 박 소장에게 딱 맞는 과제들을 연구하고 있다. 돼지를 연구하면서 그의 돼지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우리 생활과 함께 해온 돼지들은 예부터 가축으로 사람 곁에서 지내왔고 집안의 청소부 역할도 했고 목돈이 필요할 때에도 큰 역할을 했어요. 어르신들은 돼지 팔아서 자식 등록금도 내고 우리 아버지들의 용돈으로도 썼지요. 동네 잔치라도 할라치면 돼지 한 마리로 동네 사람들 다 함께 배부를 수 있었고 온 동네에는 돼지 굽는 냄새가 고소했죠."

그를 닮아 현재 센터에서 함께 연구하는 가족들도 돼지 사랑이 각별하다. 현재 세부 연구 책임자 13명,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70~80명이 연구하고 있는 센터. "우리 연구원들은 밤 잠도 안 자고 연구해요. 연구를 하면서도 죽을 때까지도 미소 짓는 돼지 얼굴을 생각하고 연구원들과 마찬가지로 돼지들도 고생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는답니다."

연구에 함께하며 정든 돼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는 박 소장은 "고생하며 연구하는 연구원들과 돼지들의 노력으로 개발된 기술이 상품화까지 이를 수 있기를 바래요"라고 전했다. "장기이식과 의약품 생산 등 인류의 행복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저를 행복하게 만듭니다"라고 말하는 박 소장. 그의 푸근한 미소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며 그 속에서 찾는 행복에서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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