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돼지 연구 마이더스 손' 박창식 교수가 전하는 과학이야기

2007년은 역술상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 수천년 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오며 든든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집안 경제의 보배였던 돼지.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돼지는 머지 않은 미래에 사람 목숨까지 구하는 복덩이가 될 전망이다.

황금돼지해를 맞아 찾은 충남대학교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박창식 소장은 "생명공학 연구에 있어 돼지만큼 좋은 동물도 없다"고 말한다.

'형질전환복제돼지 생산 성공', '항암보조치료제 백혈구증식인자 보유 형질전환 돼지 생산 성공' 등 복제돼지 연구 분야에서 마이더스 손으로 통하는 박 소장으로부터 사람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과학자들과 고군분투하는 돼지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돼지 장기를 내 몸에?

"사람의 장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약해지기도 하고 병이 들기도 합니다. 또 선천적으로 좋지 못한 장기를 갖기도 하죠. 이런 장기는 사람의 수명과 직접 연결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장기이식이라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충남대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박창식 소장 <사진=충남대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충남대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박창식 소장 <사진=충남대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사람들은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으로 수요를 감당해내기 어렵게 되자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는 데에 눈을 돌렸고 1950년, 토끼 신장 조직을 말기 신부전 환자에 이식하는 것으로 동물 장기 이식에 관한 연구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사람과 가장 비슷한 침팬지, 비비원숭이 등 영장류를 활용하면 좋겠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윤리적인 문제가 보다 예민했고 개체수가 적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실제로 몇 차례 시도는 됐지만 면역체계가 이식장기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찾아낸 것이 돼지.

박 소장은 "돼지의 장기는 사람의 장기와 크기나 기능이 가장 비슷하고 성장도 비교적 빨라 훌륭한 인공 장기 공급원이 됩니다. 또 수천년 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온 가축이란 점과 돼지한테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질병이 거의 발견되지 않은 점도 인공장기와 관련한 돼지 연구에 중요한 장점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돼지는 태어난지 반년 만에 새끼를 배어 한 해 20마리나 낳는 다산성까지 지녔다.

동물복제 성공률이 1%도 되지 않는 상황에 '다산성'이란 점으로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돼지는 생명공학 연구대상으로는 안성맞춤인셈. 박 소장에 따르면 장기이식이 가능한 돼지가 생산되면 대부분의 장기 이식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단순한 혈액 펌프기능을 가지고 있는 심장은 다른 장기보다 이식 성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심장, 신장과 같은 고형장기와 함께 각막과 췌도 세포와 같은 세포나 조직의 이식도 점쳐지고 있다. 각막은 혈관이 없으므로 다른 부위보다 거부반응이 약하고 실패하더라도 환자의 생명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췌도 라는 인슐린 분비세포가 기능을 못해 생기는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돼지의 췌도 세포를 이식하는 것으로 인슐린 주사에 의존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다른 길을 열어줄 수 있다. 또, 박 소장은 "복제에 사용하는 미니돼지는 몸무게가 80~120㎏으로 인간과 가장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갖고 있다"며 "돼지는 복제돼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체에 이식한 후 거부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 조작이 다른 동물에 비해 비교적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돼지의 경우에도 사람에게 장기이식을 했을 때 발생되는 면역거부반응이 문제다.

면역거부반응은 우리 몸에 다른 조직의 세포나 장기가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공격을 하는 것을 말한다. 돼지의 장기를 이식했을 경우 발생되는 거부반응은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이라고 하는데, 장기를 이식한지 몇 분 내지 몇 시간 만에 발생되고 매우 짧은 시간에 장기 기능을 마비시켜 버린다.

◆ 면역거부반응을 제거하라!

영국 PPL사에서 돼지 복제를 처음으로 성공시킨 이후 과학자들은 면역거부반응을 없애는 연구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박 소장은 미주리대학 연구팀에서 세계 최초로 초급성 거부반응이 제거된 돼지가 생산되면서 바이오장기의 실현 가능성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팀은 초급성 거부반응의 원인 유전자(GGTA1)중 하나를 제거한 복제돼지의 생산에 성공했고, 이후 GGTA1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한 호모 상태의 돼지생산에 성공했다.

이 돼지의 심장과 신장은 하버드의대 연구팀에 의해 원숭이에 이식됐으며 81일간 원숭이가 생존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세계 두번째, 국내에서 최초로 충남대학교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소장 박창식)에서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생산해 냈다.

박 소장은 "해파리에서 분리된 녹색형광 단백질인 GFP유전자를 체세포에 주입시켰어요.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핵이식 형질전환복제 기술을 통해 인슐린이나 인터페론 등의 치료용 단백질의 생산을 앞당길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 돼지고기로 성인병을 예방한다?

충남대 형질전환연구센터는 건강기능성 효과가 강화된 돼지고기를 개발해 돼지고기를 먹고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보유하게 됐다.

건강기능성 효과가 강화된 돼지고기 개발 <사진=충남대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건강기능성 효과가 강화된 돼지고기 개발 <사진=충남대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활성산소라는 것이 있는데 몸속에서 각종 질병을 일으킵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이 활성산소를 제거한 ‘항산화 돼지’를 개발한 것으로 노화와 암, 심혈관계 질환, 퇴행성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만성 질병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식물에서 추출한 항산화 천연물질을 사료와 함께 돼지에 먹임으로써 생체 산화성 물질인 퍼옥실 라디칼과 과산화질염을 제거한 돼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

실제 연구센터에서 돼지의 혈장을 채취해 조사해 보니 항산화 활동도가 일반 돼지에 비해서 50% 높게 나타났다. 연구센터가 개발한 항산화 돼지는 건강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육즙이 풍부하고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으며 고기 색깔과 육질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 돼지에서 의약품도 나온다

형질전환 복제돼지 생산에 성공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치료용 단백질 생산에 한걸음 다가선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는 지난 2005년 엠젠(mgen 대표 박광욱)과 공동으로 항암보조치료제인 백혈구증식인자를 보유한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백혈구 증식인자는 사람 몸속의 백혈구 생성 촉진 단백질로 백혈병이나 빈혈 등의 질병이나 항암치료보조제 등으로 사용된다. 백혈구 증식인자는 1g 당 60만 달러의 가격을 갖는 고가의 치료용 단백질 의약품이다.

연구팀은 백혈구 증식인자 유전자를 돼지 세포주에 형질전환시켰고, 1천600여개의 복제배아를 8마리의 대리모에 이식했으며 초기 임신한 6마리 중 1마리의 대리모로부터 4마리의 새끼를 얻었다. 박 소장은 "돼지는 산자수가 많고 세대 간격이 짧아 타 종에 비해 형질전환 동물의 개발에 유리하며 귀세포를 이용해 여러 마리로 복제하면 생산되는 단백질의 품질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어 제품화에 유리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도 이천 엠젠(mgen) 연구소에서 탄생한 당뇨병 치료용 복제돼지 새끼들. 세계 최초로 태어났던 당뇨병 치료용 복제돼지가 1년 7개월 만에 10마리의 새끼를 출산했다. 이날 태어난 돼지들은 선천성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췌장에 이식시킬 췌도 세포를 만들어내는 임무를 지녔다. 이들 돼지에서 올해안에 복돼지 췌도 세포를 추출, 원숭이를 대상으로하는 첫 이식 실험이 예정돼있다.

계획대로 실험이 진행된다면 3년 안에 면역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는 췌도 세포가 만들어지게 되고 인체를 대상으로한 임상시험까지 끝낼 수 있게된다.

◆ 美 FDA '복제동물 먹어도 안전'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소, 돼지, 염소 등 복제동물의 고기와 젖이 식용으로 안전하다는 발표로 복제 돼지의 활용에 한 길이 더 열리게 됐다.

FDA의 공개 검증기간을 거쳐 복제동물 식품의 판매 여부를 최종 결정한 이후 최종 승인이 내려지면 유통기준 등이 마련되는 1~2년 뒤에 복제된 소나 돼지, 염소의 고기와 유제품이 미국에서 판매가 허용된다. 복제돼지를 통해 장기를 이식받고 의약품을 얻는 것에서 복제된 돼지를 식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공식적인 발표. 하지만 아직은 일부 소비자들과 몇몇 종교단체들이 '동물복제가 영양이나 생물학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복제동물 식품 판매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FDA가 복제동물 식품에 대해 특별한 표시를 하도록 권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적지 않은 논란이 일 전망이지만 인간의 생명연장의 꿈을 위해 탄생되는 복제돼지의 또다른 활용방안이 될 수 있다. 이식용 장기와 생물신약 개발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차세대 성장동력'에 포함되면서 생명공학의 '복덩이'인 돼지 생명공학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2007년, 황금돼지해를 맞이하며 태어난 당뇨병 치료용 복제돼지의 새끼들과 출산을 앞두고 있는 형과이의 복제돼지. 우리나라는 동물복제에 있어 세계적 기술을 보유하며 동물복제를 통한 장기이식, 의약품 생산의 길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 사진 제공 : 충남대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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