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가족과 함께하는 송년회...대덕밸리 '튀는' 송년회 풍속도

"자! 아빠 얼굴을 도화지라고 생각하고 이 립스틱으로 마음껏 그림을 그려주세요."

대덕밸리 시뮬레이터 전문벤처기업 도담시스템스(대표 엄영준)가 전직원 및 가족을 대상으로 개최한 송년회의 한 장면이다.

벤처기업에서 더 이상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송년회 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서울의 모 벤처기업의 경우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을 위해 국내의 한 섬에서 '교복'을 입고 송년회를 할 예정일 정도로 톡톡튀는 송년회 문화가 눈길을 끄는가하면 대덕밸리에서는 올해 '가족'과 함께하는 건전한 송년회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대덕밸리 연합 송년의 밤'도 부부동반으로 진행돼 1년간 가정에 소홀한 남편을 내조하며 대덕밸리와 회사의 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끈 아내들을 '주인공'으로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는 자리가 됐다.

이어 15일 도담시스템스가 전 가족을 대상으로 송년회를 개최했으며 블루코드테크놀로지(대표 임채환), 에이팩(대표 송규섭), 레이트론(대표 김동철), 한국인식기술(대표 이인동) 등이 송년회 때 '전가족 동원령'을 발포할 계획이다.

우선 도담시스템스의 경우 대전, 경남 사천, 서울 등지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과 가족 등 1백20여명이 모두 모인 가운데 '아빠와 함께 춤을', '빙고게임' 등 각종 레크레이션을 하며 흥겨운 한 때를 보냈다. 특히 도담시스템스는 30대 직원들이 많은 까닭에 아내들보다는 평소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때문에 선물도 '키티인형', '문화상품권' 등 어린이를 위한 선물이 많이 준비됐으며 행사장 뒷편에는 유치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시설물도 마련했다. 아내들은 아빠와 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웃음'만으로도 1년간의 노력과 어려움이 '사르르' 녹아내렸다고 말한다.

도담시스템스 이동재 이사는 "오늘 행사는 그간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을 위한 행사"라며 "회사가 오늘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내조를 해주신 가족과 부모님에게 큰 공로가 있다"고 밝혔다. 도담시스템스는 이날 대전 이외의 타지에서 오신 가족들을 위해 유성호텔에서의 1박까지 제공했다.

레이트론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 직원이 모두 6명에 불과하지만 사장을 제외한 전 직원이 아직 타지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오지 못한 탓에 직원들은 지난 1년간을 주말부부로 지내야 했다. 김동철 사장은 "직원 가족들에게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미안할 뿐이다"라며 "더 많은 것들로 보답을 해야하지만 간단한 식사를 하며 송년회를 가진 후 호텔에서의 특별한(?) 1박을 제공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인식기술은 28일 가족을 동반한 송년회를 호텔리베라에서 개최한다. 이날 송년회에는 회사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원을 뽑아 포상을 하고 직원들의 숨겨진 장기를 뽑내보는 장기자랑 코너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전 직원에게 2장의 영화표를 제공해 영화보는 재미를 만끽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전 가족 동원령을 내린 기업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곳은 에이팩. 한밭벤처파크에서 건물 1동을 쓰는 에이팩은 오는 29일 장소섭외로 고심할 것이 아니라 아예 넓직한 자사의 공장으로 밴드를 부르기로 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으로 에이팩의 올해 송년회는 장소·주차·비용 등의 걱정없이도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치뤄질 예정이다.

'전가족 동원령'을 내리지 않고 직원들만의 송년회를 보내는 곳 가운데 비엔에프테크놀로지(대표 서호준)는 17일 '직원 심신(心身)의 건강'을 테마로 이색적인 송년회를 연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송년회날 배를 채워주던 풍성한 술과 음식 대신 마음을 채워줄 '겅호'와 '하이파이브' 등 마음의 양식인 책을 읽을 예정이다. 전 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두 권의 책을 읽고 독서토론세미나를 가진 후 한 잔만 먹어도 일년 감기 걱정이 없어진다는 '산삼주'를 마시기로 했다.

서호준 사장은 "우선 서로 책을 읽고 독서토론세미나를 가져 '心의 건강'을 다진 후 산삼주로 '身의 건강'을 도모할 생각"이라며 "새로운 도약을 할 내년에는 직원들의 건강이 가장 큰 자산이다"라고 송년회 개최배경을 밝혔다. 그는 또 "'산삼주'는 가격이 비싼탓도 있지만 쓸데없는데 정력을 낭비할까봐 두 잔은 엄금하고 한 잔만 허용된다"고 귀뜸했다.

이밖에 543미디어텍(대표 이명진)은 갑천변에서 족구·농구 등의 체육행사를 열 예정이며 뉴레카(대표 홍범기)는 바닷가로 송년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또 엘비스바이오텍(대표 심찬섭)은 직원들을 사장 집으로 초청해 송년행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송년회 계획을 갖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체적인 경제불안으로 작년에 비해 많은 기업들이 올해 송년회를 갖지 않고 내년 신년회로 대체하기로 하는 등 조용히 넘어가는 회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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