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벤처기업 오래레포츠 이진복 사장… 軍장교, 막노동 인부, 승려로 인생유전 끝에 창업

이런 것을 인생유전(人生流轉)이라고 하지 않을까. 촉망받던 육군 장교에서 막노동판 인부로, 그것도 모자라 첩첩산중에서 ‘스님’ 생활을 하다가, 다시 레저스포츠 관련 벤처기업을 창업한 벤처기업인이 있다.

일명 사오정 축구공으로 불리는 ‘재미나’를 개발해 최근 시장에 선보인 ‘레포츠 벤처기업’ 오래레포츠 이진복(51) 사장. 이사장이 제멋대로 튀는 공 ‘재미나’를 개발한 이유는 뭔가. 어쩌면 그만의 독특한 인생살이가 한몫을 단단히 했는지도 모른다. 육군대위, 막노동판 인부, 승려 같은 화려한(?) 전직을 거친 그가 벤처기업인으로 다시 세상에 복귀할 때는 무슨 남다른 사연이 혹시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그가 막노동판을 전전하게 된 것은 지난 83년. 10년간의 기갑부대 인사과장을 그만두고 입사한 회사에서 대출과 관련 연대보증을 서면서부터다. “사람을 너무 믿는 성격 탓인가 봐요. 당시 회사 사장은 ‘아무 걱정 말라’고 해 그런 줄 알았는데 결국은 가진 재산 다 날리고 가족까지 잃었습니다.”

알거지나 다름 없는 그가 생계를 위해 선택한 것이 막노동. 하지만 이혼의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하루를 벌어서 다음날은 술로 생활하기가 부지기수였다. “폐인 생활을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엉망진창 취해 길바닥에서 잔 적도 있었으니까요. 노숙자가 따로 없었습니다.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오정 축구공을 고안한 것도 당시의 불규칙한 생활 때문. 이사장은 막노동판에서 일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스포츠를 광적으로 좋아하는데 막상 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에게 기가 죽어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데서 사오정 축구공을 착안했다며 개발동기를 설명한다.

가뜩이나 밑바닥 인생이란 생각에 주눅들어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소박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반 노숙자’ 생활을 청산했다. 그는 공사장 인부노릇으로 모은 돈을 쪼개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리곤 힘든 생활 속에서 사오정 축구공을 현실화시켰다. 사오정 축구공은, 작고 무거운 공을 축구공의 밀폐된 내부에 넣어 공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도록 한 것이었다. 특허 한 건 없는 벤처기업이 수두룩한데, 오래레포츠는 사오정 축구공을 비롯 특허를 5건이나 잇달아 출원했다.

“특허를 내느라 너무 힘든 생활을 했어요. 잠시 쉬러 고향에 갔다가 구담 스님이란 분을 만났죠. 어렵고 힘든 인생 얘기를 하소연하자 ‘욕심을 버리고 생각을 접어야 한다’며 출가를 권유하더군요.” 구담 스님과의 만남으로 이사장이 얻은 법명은 ‘지엄(智嚴)’.

“전남 순천의 송광사라는 절에 적을 두고 승가대학에 다니며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던 중 제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몸져 누웠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도저히 제 마음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

1년간의 승려 생활을 마친 그가 출원한 특허를 바탕으로 지난해 세운 기업이 오래레포츠다. “제품을 개발하고 갓 출시한 터라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미 돈에 대한 욕심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다만 내가 만든 물건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즐겼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8월 한달 간 전국 해수욕장에서의 마케팅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시험해 볼 생각입니다.”

오래레포츠는 사오정 축구공 이외에도 제기를 응용한 ‘제기 족구공’을 출시했다. 이어 이사장은 어린이들이 어디서든 골프를 할 수 있는 ‘골프놀이세트’, 윷놀이도 하고 응원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스틱’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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