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치료 측정기 개발, 세계 특허 출원까지

▲이두용 원장이 아이빅을 이용해 수액측정을 하고 있다. ⓒ2009 HelloDD.com

'수액치료'. 일명 링거주사다. 링거 주사하면 그냥 시간이 오래걸리는 주사로 인식돼 있다. 링거액이 다 들어가는데 환자나 의료진 모두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도 모르고 그냥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만 했다. 이젠 링거주사도 정확히 시간을 예측해 맞을 수 있게 됐다.

◆ "수액 치료, 환자마다 달리해야죠"

"자주 만나는 의료계 후배들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병원이야기가 나왔고 링거 주사로 인한 공통의 불편함을 알게되었죠. 불편한 건 개선하는 성격이 발동했어요. 이공계쪽에서 일하는 후배의 자문을 얻어 수액도우미 '아이빅100(IVIC, Intra Venous Infusion Control/Check 100)'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빅100'은 환자가 맞는 수액의 주입속도를 쉽고 빠르며 정확하게 조절하고 측정할 수 있는 수액측정 도우미다.

일반 휴대폰보다 작은 크기로 목에 걸거나 주머니에 넣고 사용할 수 있다. 이두용 한빛내과 원장은 환자와 의료진의 불편을 해소하고 정확한 진료를 위해 제품 제작까지 5년간의 노력끝에 수액치료 속도계를 개발했다.

▲이두용 원장 ⓒ2009 HelloDD.com
이 원장은 병원 진료실 한쪽에 수액세트를 준비해 놓고 직접 아이빅100을 이용해 편리함과 정확성을 증명해 보였다.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수액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의사가 오더를 하면 간호사가 수액치료를 맡게 되는데 수액의 종류도 많고 환자마다 증세도 달라 시간을 정확히 맞춰 진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아 본 사람 중 많은 이들이 링거 주사 속도를 스스로 조절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원장은 무척 위험한 일이라며 의사와 간호사의 지시를 따라 줄 것을 조언한다. "신장이나 간이 나쁜 환자나 연세가 많은 분들은 수액치료 시 의사의 처치에 따라야 합니다. 간혹 수액치료 후 몸이 붓는 증세가 있다고 이야기 하는 환자 분도 있는데 이는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입니다. 특히 수액치료 중 각종 약물이 주사되기도 하므로 일방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대형 병원의 중환자실에서는 정확한 수액치료를 위해 수액에 직접 부착하는 수액측정치료기(인퓨전펌프나 도지프로우) 등의 장비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부피가 커 이동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파손 위험이 있어 일선 병원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 벤처기업 설립, 수액치료 도우미 '아이빅100'

링거주사 15방울이 모여야 1cc가 된다. 대부분 의사가 간호사에게 내리는 오더는 '분당 몇 방울'이다. 간호사는 의사의 오더에 따라 시계를 보고 속도를 조절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어 수액치료가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아이빅100'은 의사의 투약 오더에 따라 시간 당 주입해야 할 수액의 양을 아이빅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수액 방울의 낙하 속도(gtt/min)가 계산돼 액정화면에 표시된다. 이때 수액방울의 낙하 간격대로 소리를 내므로 이 소리에 맞춰 수액세트의 조절기을 조정하면 된다. 피아노 연습을 할 때 박자를 맞추기 위해 메트로놈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수액치료 측정기 '아이빅100' ⓒ2009 HelloDD.com
또 수액을 주입하고 있는 경우에는 수액의 속도에 따라 5번의 버튼을 눌러 아이빅에 입력하면 속도와 시간이 자동으로 계산돼 수액치료가 끝나는 시간을 미리 알 수 있다 .

특히 수액치료가 끝나는 시간이 되면 알려주는 알람 기능과 맥박수 측정 기능이 있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의료 현장에서 꼭 필요한 기능들을 모아 만들었습니다.

2007년 특허를 획득하고 올해 5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의료기기1등급'인정을 받았습니다. 지난 3월에는 제25회 국제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해 외국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고요." 이 원장은 지난해 제품 생산을 위해 '한빛엠디'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최근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올해에는 특허청장이 인정하는 우수발명품으로 인정받아 우선구매추천 확인서도 받은 상태다.

◆ '힘든 길 가느냐'고 질책 받기도
 

▲이 원장이 개발한 내시경 점막 세척기.  ⓒ2009 HelloDD.com
그의 진료실에는 치과에서만 볼 수 있는 장비가 있다. 내과에 웬 치과용 장비가 있는지 질문하자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내시경 점막을 세척하기 위해 직접 개발했다고. 기존 세척 방법은 50cc 주사기로 하는데 불편함이 많단다.

이 제품도 실용실안을 등록한 상태다. 가격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아 상품화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기실에 기다리던 환자 수를 보아 환자 진료만으로도 하루가 바쁠텐데 그가 굳이 힘든길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진료가 끝난 이후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제품개발에 매달리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인들은 그냥 편히 살지 왜 힘든일을 시작하느냐고 질책하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이 일을 추진한 것은 환자에게 정확한 진료를 해야 하는 건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기본 자세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 원장은 지금도 병원 진료가 끝나면 동료 의사들을 만나 아이빅100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사업을 떠나 우리나라 의료환경도 보다 선진화되어야 하지 않겠는냐고 피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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