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가량 공사진척...오는 5월 서비스 시작

2002년 5월 어느날. 대덕밸리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대리. 자명종 시계가 울리는 줄도 모르고 늦잠을 잤다. 전날의 과음 때문이다.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었지만 출근시간 20분전. '죽었구나~~~'하는 마음으로 허둥지둥 옷을 입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꽉 막혀있을 도로를 들어 섰는데 이게 웬일인가.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월요일이면 주차장을 방불케 할텐데 차량 흐름이 원활하다. 오늘따라 신호도 연이어 '파란불'이다. 회사까지는 5Km에 불과하지만 평소 체증으로 40분 가량 걸리던 것이 오늘은 15분밖에 안걸렸다. 간발의 차이로 회사에 골인.

◆ ITS 서비스 오는 5월 부터 시작

그동안 대전시 일대의 도로를 파헤치며 시민들을 불편하게 했던 지능형교통시스템(ITS :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의 일반적인 혜택을 가상해서 꾸며봤다. ITS는 오는 5월부터 시작되는 첨단 교통 도시 시스템으로 교통의 흐름과 배치, 전자지불시스템, 버스운영관리, 차량위치추적, 도난차량위치추적 등 교통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이 사업은 건설교통부가 지난 2000년 7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제안서를 받아 대전시를 비롯한 전주·제주 등 3개 지자체가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대전은 제주에 이어 두번째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가운데 대전시는 총 4백84억원(국비 1백61억원, 시비 1백24억원, 민자 1백99억원)을 투입해 2001년 10월 입찰에 응한 3개 컨소시엄 가운데 LG기공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을 건설사업자로 선정,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LG기공, LG전자, 경봉기술, 송현알엔디, 맥&ENG 등의 업체와 대전지역업체 가운데 광전사, 금성백조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약 80% 가량의 공사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이 사업은 월드컵이 열리는 올 6월 이전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범운영도 완료할 예정이다.

◆ 대덕밸리 1개 기업만 참여

'첨단기술의 집적지' 대덕밸리로써는 ITS사업이 본격 운영되면 적지 않은 이미지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작 ITS사업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대덕밸리의 '첨단기술' 적용예는 전무하다시피하다. 지자체 발주사업에 지역업체의 참여가 사실상 배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ITS 사업에 입찰한 컨소기엄은 모두 3개. 선정된 LG컨소시엄이외에도 삼성전자컨소시엄, 보성통신컨소시엄 등이 있었다. 특히 보성통신은 지역업체로 현대건설, 한국전기통신공사, 전통, 금성건설, 교통환경연구원 등을 이끌고 대표업체로 참여, 눈길을 끌었었다. 또한 보성통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DSRC(능동형단거리무선통신망)을 채택, '대전기술과 대전업체의 결합'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LG컨소시엄의 승리로 끝났다.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업체는 광전사, 금성백조건설 등 2개 업체로 ITS 사업 가운데 토목공사 등을 담당해 대덕밸리의 첨단기술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당시 지역업체 관계자들은 "지자체 담당자들 대부분이 대기업을 선호한다"며 "대덕밸리 육성을 부르짖는 지자체지만 정작 각종 사업수주는 대개 외지 기업들이 가져가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개탄했다.

대전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덕밸리의 한 기업인은 "수백억에 달하는 사업의 경우 사업실패시 확실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대기업이 안정적이다"라며 "이 때문에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전시청 관계자 역시 "조달청을 통한 사업제안 공고시 지역업체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총 사업규모의 40%이상을 지역업체가 시행하도록 규정했다"며 "이 때문에 각 컨소시엄에 지역업체가 2개 업체씩 참여했다"고 말했다.

사업권을 가져간 LG컨소시엄이 재발주하는 용역사업에서도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외면당했다. 에스아이, GG21, IPS, 블루웨이브텔 등의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LG를 상대로 용역사업 수주를 위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 LG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던 GG21만이 용역사업을 수주받았다. 결국 전체 ITS 사업에 참여한 대덕밸리 벤처기업은 GG 21(대표 이상지)한 곳에 불과하게 된 격.

마지막으로 ITS 의 유지·보수만이 지역업체의 몫으로 남아있게 됐지만 이 역시 여의치가 않다. 대덕밸리의 한 기업인은 "유지·보수 역시 개발과정에 참여한 기업들과 연계된 기업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결국 지역업체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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